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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경제 시국이다. 한국 경제는 지금 3고(고환율·고금리·고유가)로 대표되는 전대미문의 위기 가운데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발 충격에 원·달러 환율은 1500원대를 넘볼 정도로 치솟고 있다. 우리 경제가 고환율에 발목 잡히면 저성장 탈출을 위한 대응이 어려워진다. 한국 경제의 최대 대내 리스크로 환율 급등이 꼽힐 정도다.
달러 강세와 한화 약세는 한국 경제의 허약성이 근본 원인이지만 연준의 기준금리 0.25%p 인하가 불을 붙였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4.25~4.50%로 조정됐고, 한국(3.00%)과의 금리 차는 상단 기준 1.50%p로 축소됐다. 미국의 금리인하 속도 조절은 한은이 자본 유출·외환시장 안정성을 계속 염두에 둬야 한다는 뜻이다.
연준발 고환율로 가뜩이나 부진한 내수가 계엄·탄핵 사태로 더 위축된 데다 1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우리 경제는 내수·수출 동반 악화로 1%대 성장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내년 예상 성장률은 1.6~1.9%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과 향후 전망’에서 개선이 없으면 잠재성장률은 2025∼29년 연평균 1.8%로 하락하고 2030∼34년 1.3%까지 떨어질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또 2035∼39년에는 1.1%, 2040∼44년 0.7%, 2045∼49년 0.6%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잠재성장률은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 수준을 말한다.
잠재성장률 하락 속도를 늦추기 위해선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한은은 총요소생산성을 높이면 2040년대 후반 잠재성장률이 기존보다 0.7%p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총요소생산성은 노동·자본 등 기본적 투입 요소 이외에 기술발전과 경영 효율개선 등을 총체적으로 반영한 생산 효율성 수치다.
물론 기술혁신은 도전적 과제다. 특히 주요 산업에서 중국과 우리나라의 관계는 전략적 경쟁 관계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자동차·조선·철강 등 타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경제가 설 자리는 없다. 첨단 산업에서 중국의 추격을 초격차로 따돌리고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공급망 변화에 대한 유일한 대응 전략일 수밖에 없다.
또한 노동생산성 개선이 안 되면 잠재성장률을 올릴 수 없다. 잠재성장률 제고는 노동생산성에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노동시간당 국내총생산(GDP)은 2022년 43.1달러로 OECD 38개 국가 중 28위이다. 일본의 시간당 GDP는 48.1달러로 21위다. OECD 국가 중 1위는 아일랜드로 1시간당 GDP는 131.6달러다. 미국은 75.5달러로 5위에 머물고 있다. 한국 경제의 생산성이 개선되지 않으면 2050년 경제성장률이 0%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 국책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지적이기도 하다.
생산성은 얼마나 적은 투입물로 양질의 산출물을 얻었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를 말한다. 즉 효과성과 효율성을 모두 포괄하는 상위 개념이다. 문제는 노조의 협조가 요청된다는 사실이다. 노조는 ‘투쟁’이 아니라 생산성 제고를 위한 노동개혁에 앞장설 때다. 생산성은 저조한데 급여와 수당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무기로 투쟁 일변도 태도를 견지하는 건 노사 공멸로 가는 길일뿐 명분이 없다.
우리 경제가 ‘관세 폭탄’을 장착한 트럼프 2기 출범 쇼크와 탄핵 정국의 불확실성이 몰고 오는 ‘퍼펙트 스톰’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경제 주체들이 역량을 총결집해 탄탄한 방파제를 쌓는 등 총력 대응에 나서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온 우리의 저력을 발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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