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웨딩플레이션’ 잡아야 결혼할 마음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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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 웨딩업계 관련 민원 접수 건수 폭증
‘스·드·메’ 등 비용 추가에 예비부부는 속수무책
정부는 투명한 가격·공정한 경쟁의 場 마련해야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18 00:02:01

국가적 이슈인 저출생 문제 이전에 결혼이란 개인의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런 만큼 ‘결혼할 결심’을 하는 것 또한 소중하기에 사회적으로 축복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 사회에는 이 ‘결심’을 흔들어 놓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웨딩플레이션(웨딩+인플레이션)’이란 용어가 통용되고 있다. 결혼을 준비하는 데 드는 비용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범정부 민원정보분석시스템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웨딩업’ 관련 민원 접수가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익위에 따르면 2022년 355건·2023년 366건이던 민원이 올해 들어 3월 말까지 이미 400건을 기록했다.

올해 3월 기준으로 지난 3년간 민원정보분석시스템에 수집된 웨딩업 관련 민원은 모두 1010건이다. 업종별로는 예식장업이 514건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이어 결혼준비대행업(144건)·촬영업(143건)·드레스 등 의상(67건)·미용업(22건) 순이었다. 민원 내용별로 보면 계약 해제(397건)·계약 불이행(293건) 등 계약 관련 피해가 주를 이뤘다.

그동안 여러 매체를 통해 전해진 예비부부들의 경험담을 보면 결혼 준비 단계별로 수많은 부조리를 감수해야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특히 어느 틈엔가 우리의 웨딩 문화로 자리잡게 된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와 이 모든 준비 과정을 대행하는 웨딩컨설팅 업체와 관련해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적잖은 것으로 나타난다. 심지어는 잔금까지 다 받은 컨설팅 업체가 고의로 부도를 내거나 파산하는 경우가 있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예비부부가 떠안게 되는 현실이다.

이런 일들은 모두 웨딩산업이 불공정 행위에 대한 감시와 처벌을 벗어난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특히 일생의 중요한 순간을 가장 멋지고 아름답게 장식하고 싶은 예비부부들이 얼굴을 붉히며 따지기보다는 원만히 해결하고 넘어가기를 원하기 때문에 이런 심리를 이용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대부분의 실제 비용이 처음 계약 당시 알고 있던 금액보다 규모가 커지는 것도 바로 이런 점을 악용하는 것으로 지적된다. 드레스샵을 결정하기 위한 웨딩드레스 피팅비, 메이크업 시간에 따른 추가 비용, 스튜디오 헬퍼 수고비, 사진 원본·모바일 청첩장용 사진 비용 등 계속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격표가 없는 곳도 수두룩하고 동일한 스·드·메 업체임에도 계약 주체에 따라 비용이 천차만별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예상하지 못한 비용이 추가로 청구되어도 예비부부들은 이미 진행 중인 결혼 준비를 포기하지 못해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다.

한 결혼정보회사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집값을 제외한 평균 결혼 준비 비용이 6000만 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통계청은 ‘2023 사회조사’ 결과 젊은이들이 결혼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혼수비용·주거 마련 등 결혼자금’ 때문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33.7%에 달한다고 밝혔다. 필요성 없음(17.3%)·출산양육 부담(11.0%) 등 다른 이유보다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현재의 부조리한 웨딩 관행을 고쳐 나간다면 혼인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긍정적 신호이기도 하다.

결혼 준비 과정에서 예비부부가 불공정거래로 마음의 상처를 입거나 과소비로 유인되는 것을 막으려면 정부가 나서야 한다. 최근 정부가 발주한 ‘결혼서비스 실태조사’ 연구 용역이 9월 중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를 토대로 각 부문마다 투명한 가격 공개와 업체 간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는 가운데 예비부부가 원하는 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