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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한국 사회에 북한의 변화를 알리는 사명감으로 일한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스스로 가장 좋아하는 일이고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광백(54) 사단법인 데일리NK 대표는 16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데일리NK 사무실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데일리NK 기사는 기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취재하고 많은 집중력과 노력이 들어간 결과물”이라며 보람과 가치를 찾기 위해 지나온 삶의 여정을 설명했다.
데일리NK는 ‘빠르고 정확한 북한 뉴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북한 전문 인터넷 신문사다. 다양한 북한 뉴스를 한국 사회에 알리고 남북한 주민이 서로 소통하게 함으로써 남북 주민 사이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이광백 대표는 2005년 1월 데일리NK를 창간한 후 20년째 활동하고 있다. 현재 약 10여 명의 임직원이 북한 내부에 네트워크를 형성해 생생하고 믿을 수 있는 기사를 전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데일리NK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 탈북 기자들과 북한 내부 주민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북한 주민과 함께하지 않으면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데일리NK는 북한 주민을 위한 신문을 표방하고 있기도 한다. 북한 주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신문을 만들기 위해서는 북한 주민의 정서를 경험하고 북한 사회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이 우리 단체의 기본 운영 방식이자 철학이다.”
그의 말에는 북한 주민을 생각하는 따뜻함이 묻어 있었다.
“DailyNK의 첫글자, 알파벳 D를 붉은 색상 로고로 만들었다. 이것은 매일매일 북한 내부 소식을 알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데일리NK는 북한 내부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을 전하고 북한 주민의 알 권리에 집중하고 있는 매체다.”
이 대표는 좀 더 첨언했다. 그는 “데일리NK는 국제사회에 북한의 인권 문제를 알리고 한반도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에 있다”고 강조했다.
시종 ‘진솔’한 자세로 인터뷰에 응하는 이 대표의 모습에선 데일리NK라는 매체가 갖고 있는 무게감과 그에 대한 책임감이 느껴졌다. 오랜 시간 질문에 답하느라 다소 고단한 듯했지만 말과 표정에서는 강단이 느껴졌다. 그는 자신의 삶과 단체를 굳이 구분하지 않는다고 했다. 일체감·연대감 혹은 동질감 같은 무엇이 표정에서 역력히 드러났다.
북한식, 사회주의 인식을 깬 고난의 행군
데일리NK를 처음 만든 것은 80년대 학생운동 세대라고 했다.
“당시 학생운동 세대 가운데 일부는 북한식 사회주의가 한국 사회에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나 고난의 행군 시기에 발생한 대량 아사 사건으로 그런 생각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90년대 초반부터 9년 정도 대학 생활을 하며 20대 후반까지 학생운동을 했다. 당시 학생운동의 주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모델로 한국을 북한처럼 만들자는 이른바, 주사파 사회주의 운동의 성격이 짙었다. 하지만 북한에서 고난의 행군이 이어지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정반대의 생각을 갖게 됐다.”
“1997년 황장엽 선생이 망명하면서 북한의 실상이 알려졌고 많은 탈북인을 통해 정치범 수용소 이야기를 듣고, 북한식 사회주의는 진보가 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됐다.”
한국을 북한식 사회주의 사회로 만드는 게 아니라 반대로 북한을 한국식 민주주의 사회로 만드는 게 21세기에 요구되는 진보라는 생각이 강한 동기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데일리NK는 지난 20년간 북한 전문 인터넷신문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데일리NK북한 전문 매체로서의 길을 걸어오며 전한 기사들 가운데 특별히 꼽을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 그중 2020년에 보도한 ‘김정은 위원장의 심혈관 시술’에 관한 기사가 있다.
“우리 매체가 ‘김정은 위원장이 심혈관 시술 받고 회복 중’이라는 기사를 냈는데 다음 날 CNN에서 김정은이 중태에 빠졌다고 보도하는 바람에 전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통일부에서는 가짜 뉴스라고 주장했으나 이 대표는 여러 가지를 종합해 보았을 때 60~70%는 사실이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6개월간 북한 당국이 다양한 형태로 우리를 괴롭혔다.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기 어렵지만 북한 당국의 이러한 대응은 우리에게 어떤 확신을 줬다.”
두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코로나19 기간에 북한 내부 상황을 모니터링해 보도한 것이다.
“2020년 2월부터 열병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이 취재에 나타나기 시작했고 사망자도 있었다. 2020년 말부터는 수만 명의 사람이 집단 격리되는 내용을 보도했다.”
북한 당국에선 코로나19 확진자가 단 한 명도 없다고 주장했지만 데일리NK가 취재한 결과 그 반대였다.
“나중에 가서야 지난 2~3년간 실제로 북한에 코로나19 확진자가 꽤 있었다는 것이 드러나며 기사가 조명받게 됐다”
세 번째는 북한 내 정치범 수용소를 취재하고 수감된 인원의 수를 1년에 한 번씩 집계해 보도한 것이다. 데일리NK가 보도한 북한 정치범 수용소 수감 인원은 지난해 기준으로 19만8900명이다.
“운 좋게 취재 라인을 확보해 보도하고 있지만 데일리NK 이외의 다른 매체에선 취재·보도되지 않아 이것이 북한 인권 보고서를 비롯해 다양한 연구 단체들에서 내는 보고서엔 인용되지 못하고 있다.”
“교차 검증이 안 된다는 아쉬움은 있다 하더라도 데일리NK에서 국제사회의 가장 중요한 인권 문제인 정치범 수용소 수감자들의 수를 집계해 보도하고 있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북한 상황은 개인 무역 금지·시장에서 양곡 판매 금지·외화거래 금지”
이 대표에게 현재 북한 상황에 관한 것들을 물어보았다.
“북한 사회에서 코로나19 이후 주민들이 생계 위기를 어떤 식으로 극복하고 있는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으로 회복될 수 있을 것인지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는데 조금씩 회복되는 조짐이 보인다.”
“예전에는 개인도 활발하게 밀수를 했지만 지금은 이것이 국가 유일의 무역 수단으로 바뀌었다. 또 시장에서 판매하던 쌀을 이제는 북한 정부가 운영하는 양곡 판매소에서 구매해야 한다. 식량을 국가가 독점한 것이다. 그리고 외화 거래도 금지됐다. 북한에선 앞으로는 외국 돈을 바꾸려면 은행·협동 화폐 거래소라고 하는 국가기관에 가서 바꿔야 한다.”
“북한 사회가 어려웠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국가가 모든 걸 독점했다는 데 있었다. 그런데 상황이 점점 더 어려워지자 장마당을 허용하고 조금씩 국가가 독점했던 것을 풀어 주면서 이른바 장마당 세대가 생겼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돈·식량·무역 등 개인 간의 거래를 ‘금지’하면서 다시 과거로 돌아가려 하는 신호가 감지된다.”
이어서 이 대표에게 데일리NK의 사업 구조와 기자 채용에 관해 물어보았다.
“데일리NK와 통일방송의 목적과 사명은 북한을 바꾸자는 것이다. 북한 주민의 인권을 증진하고 북한을 민주화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상업적인 목적에 부합하는 게 아니다 보니 광고를 통해 수익을 내기는 굉장히 어렵다. 국민통일방송 같은 경우엔 듣는 사람이 북한 주민인데 그들에게 돈을 내라고 할 수도 없고 광고 수익도 없다. 대부분의 비용을 미국 민주주의진흥재단(NED)이 지원하고, 인권단체나 개인 후원자들로부터 전체 사업비의 5%∼10% 정도를 지원받고 있다.”
“데일리NK에서 기자를 채용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북한 내부에 소식통을 갖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북한의 실상을 알리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있는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 취재하는 방식을 터득하는 것 같다.”
이 대표는 데일리NK 직원들이 수많은 해킹 메일을 받는다고도 했다.
“해킹 메일은 수시로 온다. 2020년 김정은 심혈관 시술에 관한 보도 뒤 6개월간 카톡으로도 왔고, 인권 관련 세미나를 빙자한 메일, 협박성 또는 회유성 문자들이 왔다. 해킹 메일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북한 해커부대가 우리 직원들의 개인정보나 활동 내용을 가져가려는 목적을 가진 것이기 때문에 이를 방어하기 위한 노력을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앞으로 데일리NK가 나아갈 방향과 그에 관한 포부에 관해 이야기했다.
“북한 사회는 철저히 폐쇄된 사회지만 북한의 현재 상황을 있는 그대로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북한 주민을 위한 신문을 만들어 직접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만 데일리NK가 이걸 반드시 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을 공부하는 사람들 또는 북한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데일리NK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데일리NK 구독자들께서 데일리NK에서 어떤 기사를 읽고 싶은지 알려 주신다면 저희가 앞으로 더 성장하고 발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 이광백 데일리NK 대표 프로필
△2012~2013 대북방송협회 회장
△2003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
△2000~2002 시민행동21 지방자치센터 소장
△2004~현재 데일리NK X UMG(통일미디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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