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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아래에서 꿈틀거리던 핵무장론이 본격 테이블 위에 올랐다. 올해 들어 북한의 7차 핵실험과 11월 미국 대선과 맞물려 정치권에서도 관련 논의가 시작한 것이다. 외교·안보가에서는 북한 핵 비대칭성이 고도화되면서 한·미·일 동시 핵무장 논의가 주목받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제적 제재와 격화된 군비 경쟁 우려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핵무장론 측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후보의 올해 11월 미국 대선 재집권 시에 ‘주한·주일미군 철수’ 우려가 있는 만큼 양국이 함께 핵무장을 하자는 것을 골자로 한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말 핵추진잠수함(SSN) 도입론과 함께 힘을 얻던 핵무장론을 국내 정치권이 받으면서 본격화했다.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에 출마한 나경원 의원은 최근 당 대표가 되면 △국제정세를 반영한 핵무장 △평화를 위한 핵무장 △실천적 핵무장 등을 기준으로 한 ‘자체 핵무장’을 당론으로 채택하겠다고 밝히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연장선상에서 의원 입성 전부터 핵무장론에 힘을 실어 왔던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유사시 언제든 핵무장을 할 수 있는 잠재 역량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자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핵무장 잠재력 확보를 위한 국회 포럼을 9일 발족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3년 연속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에 11일 참여했으며 나토의 인도·태평양 4개국 파트너(IP4)와 함께했다. 아울러 한·미, 한·일, 한·미·일 정상회담도 진행하며 한미동맹을 한 차원 격상시켰다. ‘핵무장’의 또 다른 결의인 ‘나토식 전술핵 공유’에도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당·정을 아우르며 주목받는 핵무장론에 본지는 일본의 외교·안보전문가로 한·일 안보협력을 집중적으로 연구해 온 김주형 안보경영연구원 정책전략연구본부 연구위원을 만나 ‘한·미·일 동시 핵무장’의 가능성과 ‘한·미·일 안보협력의 로드맵’을 알아봤다. 또한 ‘핵무장 논의’를 ‘한·일 안보협력’과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접점을 모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한·일 동시 핵무장 논의에 대한 일본의 견해는?
“한·일의 동시 핵무장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우선 기술적인 측면에서 핵무기 개발에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며 상당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세 나라가 협력해서 부담을 나누는 방식도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한·일이 동시에 핵무장을 한다면 국제사회로부터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러나 가장 주목해야할 점은 한·일 동시 핵무장이 한·미·일 간의 신뢰도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비공개 세션에서 일본 유수 대학교수나 안보전문가도 한·일 동시 핵무장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식의 부정적 태도를 보인 바 있으며 한국만의 독자 핵무장에 대해서는 일본이 막을 수는 없겠으나 굉장히 염려하며 사태를 바라 볼 것이며 일본사회에 경종(wake-up call)을 울릴 것이라고 하였다.”
-동시 핵무장에 반대 의견을 내는 이유가 무엇인가.
“일본 사회에서 핵무장에 대한 반대 의견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특히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대한 원자폭탄 투하 경험은 일본 국민에게 깊은 아픔과 트라우마를 남겼다. 구체적으로 일본은 비핵주의와 평화적 핵 이용 사이에서 안보와 국제적 역할 증대의 딜레마에 시달려 왔다.
일본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의 참혹한 패전을 겪고 평화 국가 건설을 위해 헌법 제9조는 ‘전쟁 포기·전력 불(不)보유·교전권 부인’을 명시함과 동시에 1976년에는 비핵 3원칙(핵무기 개발·생산·보유 금지)을 발표까지 했다.”
“1995년에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대한 원자폭탄 투하 피해를 기억하며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을 천명하는 히로시마·나가사키 평화 선언을 채택하며 일본의 비핵주의 노선은 단순히 군사 측면뿐 아니라 윤리·도덕 가치에 기반을 둔 일본의 평화주의 정책 핵심이 됐다.
이 같은 역사적 경험은 일본 사회 전체적으로 핵무장에 대한 강한 반감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일본은 핵무장뿐만 아니라 평화헌법 개정에서도 신중론이 여론조사에서 지속해서 과반수를 차지한 나라다. 다만 핵무장 지지 세력은 주로 북한의 핵위협 증가를 이유로 핵무장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으며 안보 자주성 강화를 위해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소수의견이 있던 것도 사실이다.”
-일본의 인도·태평양 역내 역할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는가.
“1960년대부터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안보 무임승차에 대한 비판을 받아온 바 있으며 역내 안보 유지 측면에서 분담을 늘려야 한다는 압력을 받아온 바 있다. 일본은 이에 한반도 유사시 일본의 역할을 상정한 미쓰야연구 1963년에 수행하고 1980년대 나카소네 총리 재임 당시 방위비를 GNP의 1% 이상으로 책정하는 등의 조치를 해왔다.
그러나 1994년 북핵위기 당시 미국이 한반도 유사시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하고 북한이 1998년 발사한 대포동 미사일이 일본 열도를 넘어 날아가는 등 사건들이 계기가 되어 일본은 역내 역할을 확대할 수있는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온 바 있다.”
“변화의 연장선상에서 2022년에는 안보 관련 3개 핵심 문건을 통해 일본 정부가 북한·중국 등 주변국의 미사일 기지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적기지 공격 능력’(반격 능력)을 보유하기로 공표하였으며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이던 방위비를 2027년에는 2%까지 증액하겠다고도 했다.
이와 같은 변동 사항들이 미일방위협력지침(2015년 개정된 바 있음) 개정으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하겠으나 일본이 적에게 유효한 반격을 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 같은 점을 종합할 때 미·일동맹의 맥락 하에서 지역분쟁(한반도 혹은 대만 유사) 발생시 일본의 역내 안보유지를 위한 잠재적 역할은 증가했다고 간주할 수 있다.”
-일본 평화헌법이 사실상 무력화하며 군사 강대국의 모습을 보이는 데…
“그렇지 않다. 일단 핵무기를 보유하기 위해서는 전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이 필수적(sine qua non)이다. 핵무장 논의는 일본 사회를 깊이 분열시킬 수 있는 민감한 주제이며 핵무기를 보유하기까지 넘어야 할 단계들이 있으며 그중에는 재래식 무기로 무장한 핵추진전략잠수함(핵잠) 보유 등의 중간 단계도 포함된다. 단시일 내에 이루어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나는 일본의 수많은 안보 전문가를 만나봤는데 평화헌법 개헌 경계선을 넘어서 핵잠수함·핵무장의 세 가지 단계를 적극 넘어야 한다는 사람을 거의 못 만났다. 미·일동맹의 틀 내에서 역내에서 일본의 역할을 확대하고 보통 국가화를 통해 외연을 확대하는 것에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있으나 이같은 틀을 벗어나는 것에 대해서는 분명 선을 긋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일본 재무장 및 안보 역할 증대는 일본의 독자적인 결정에 따른 결과물이라기보다 미·일동맹의 틀 내에서 양국 간의 끊임없는 조율 가운데 형성된 결과라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즉 주일미군은 군국주의에 근거한 일본의 군사 대국화 및 자체 핵 무장을 견제하는 제어장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일본이 미국의 ‘확장억제(extended nuclear deterrence)’를 대체적으로 신뢰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이 현재의 안보노선을 급격하게 이탈할 가능성은 낮다고 볼 수 있다.”
-한·미·일 군사협력은 어떠한 형태로 가능할까.
“한국과 미국은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을 통해 동맹관계가 되었으며 미국과 일본은 1952년 미·일안전보장조약 체결 후 1960년에 개정 됐다. 동맹이 되었으나 한·일간에는 군사동맹이 부재한 상황이다.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박정희 대통령은 1960년대 아시아판 나토, 즉 아시아태평양조약기구(APATO)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 바 있으며 한·일 간 연결고리를 간접적으로라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일본 지도층에게 한국 방위가 일본의 국가이익과 직결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국제정치학적인 여건 및 국내여론 등의 이유로 이같은 아시아 집단안보체계는 결실을 맺지 못했고 한·미·일 간 안보 협력은 한미동맹 및 미·일동맹 두 개의 쌍무 동맹을 통해 현재까지 이루어지고 있다. 한·일 간 군사동맹을 맺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전제하에 당분간 한·미·일 군사 협력은 현재의 틀 내에서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
“그중에서 현실적으로 도모 할 수 있는 것은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대응하여 한국과 일본 간 정보공유를 하는 것이다. 비록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는 미·일 간 구축한 미사일방어(MD)체계에는 편입되지 않았지만 정보 공유를 통해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 시 가장 효과적인 요격 수단을 통해 대응 능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일본의 ‘적의 기지 타격 능력’을 한국의 3축 체계와 연계하는 방안도 있다.”
“이 경우 북한의 지상목표물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여 유사시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적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같은 방안이 효과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한·미·일 및 한·일·간 상시 협의가 필수적이며 한·미·일 군사 당국자들은 이를 유념하여 정기적 협의 채널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핵무장이 어렵다면 차선책은 무엇이 있나.
“한·일 모두 2차 타격 능력을 구비한 핵능력을 갖는게 맞다. 핵억제 이론에서 설명하는 ’상호확증파괴(Mutual Assured Destruction·MAD)전략’을 유지하고 디커플링(nuclear decoupling)을 통해 한·미·일 간 신뢰를 불식시키려는 북한 전략에 대응할 수 있다. 어설픈 핵무장은 되려 한·미·일간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북한의 핵위협에 굴복할 수 있는 틈(fissure)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2차 타격 능력을 구비하지 않은 한·일 독자 핵무장은 북한의 계산을 조금 더 복잡하게 만드는 이점이 존재하지만 독자 핵무장 자체가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신뢰도 저하에 따른 결과물이라면 북한은 한·미·일간 상호 신뢰성을 저하시키는 다양한 국지적 도발을 감행하여 과연 미국이 문서상 천명한 공약을 그대로 이행하는지를 시험할 가능성이 있다. 한·미·일 간 신뢰성이 어느 정도 저하된 상황에서 북한이 한국과 일본을 상대로 각각 핵위협을 통한 벼랑 끝 외교를 펼칠 가능성도 있다.”
“헨리 키신저가 1957년 출간한 ‘핵무기와 외교정책’에는 전술 핵무기를 통한 국지적인 전쟁 가능성을 논한 바 있으나 결과적으로 전략핵무기를 사용하게 되는 확전 상태로의 이행은 막을 수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같은 관점에서 볼 때 한·일 독자 핵무장의 길을 매우 험난하며 천문학적인 비용이 예상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는 미국 전술핵무기를 주한미군 기지에 들여오는 방안과 핵무장 잠재력 확보 방안이 존재한다. 서유럽은 현재 B61 중력 폭탄 등 100개 전술핵 탄두가 5개국 6개 기지에 배치되어 운용 중이며 냉전 시대 당시보다 오히려 현대 유럽인의 미국 핵우산에 대한 신뢰도는 높은 편이다. 이는 나토와 유럽연합(EU) 회원국이 대수 겹치면서 일종의 집단안보체제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진 결과이기도 하다.”
“한·미·일 간 이와 같은 삼각동맹이 구축되어 있지 않은 현재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핵무장 잠재력 확보이다. 다만 이러한 한·일의 핵무장 잠재력 확보 노력은 한·미·일 간 안보협력이 공고화되고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도가 유지된다는 전제하에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된다.”
프로필
△안보경영연구원 연구위원
△前 한국국제관계연구소 연구원
△국방과학연구소: 현존 미래 전장 환경 조사를 통한 미래 무기체계 활용 가능성 분석 과제 참여
△해군본부: 주변국 해군 증강 추세와 한국 해군 전력 발전 방향 연구 과제 참여
△합동참모본부: 미래 방공 전력 발전 방향 연구 과제 참여
△한국국방연구원: K1E1 전차 성능개량사업 단위 소요 분석 과제 참여
△일본 정책연구대학원대학(GRIPS) 국제관계학 박사
△미국 존스 홉킨스 국제관계대학원(SAIS) 분쟁 관리학 석사
△서울대 행정대학원 정책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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