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일방적 계약 변경’에 공사비 삭감… “협력사 줄파산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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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2022년부터 협력사와 품셈 등 계약 조건 변경 때 협의 없어”
품셈기준, 인력오름에서 기계오름으로 안전조치… 비용절감 논란
필수인원 14명도 둬라… 10명은 배전공인데 고정비 지출 보전도 없어

김기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01 13:42:59

한국전력이 2022년에 협력회사와의 계약 중 품셈(공사 단가 지급 기준) 등 계약 조건을 무단으로 변경해 각종 안전 관련 직·간접비용을 협력사에 전가하고 공사비마저 삭감하고 있다는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1일 배전업계에 따르면 한전이 2022년에 계약 당사자인 협력회사와 협의 과정에서 협력사에 공사대금을 지급할 때 산정 기준으로 쓰이는 표준품셈을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변경해 배전협력회사가 파산 직전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배전전문회사협의회 관계자는 스카이데일리와 통화에서 “한국전력이 안전사고 근절 대책으로 인력오름 품셈에서 기계오름 품셈으로 2022년에 변경했고, 준공을 무기한 보류하고 2022년 11월까지 공사 대금을 한 푼도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앞서 2022년 한국전력은 작업자가 직접 전선주에 올라가 공사하는 승주 작업을 금지시키고 안전을 위해 장비를 사용해 작업하도록 품셈을 개정했다. 당시 품셈 개정이 진행되며 개정된 품셈으로 정산해 지급하는 동안 공사 대금은 지급되지 않았고, 시간이 지나서야 개정된 품셈에 따라 삭감된 공사 대금을 받았다고 배전업계는 강조했다. 현재는 개정된 품셈에 따라 공사 대금이 지급되고 있다.

현업에 종사하는 배전업계는 공사비 미지급과 변경된 품셈에 따라 수익이 삭감되며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배전업계 관계자는 “한국전력이 시공을 주고 시공이 완료되면 준공 검사가 진행되는데 준공 검사가 끝나야만 공사 대금이 품셈에 따라 지급되는 방식”이라고 설명하며 “그런데 한국전력이 준공을 무기한 보류하면서 2022년 당시 대금 청구조차 할 수 없었고, 오랜 기간 대금 지급이 미뤄졌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계약 업체는 필수인원 14명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유지하지 못할 경우 계약해지 사유에 해당된다. 그럼에도 한국전력은 해당인원에 대한 조치 없이 품셈만 변경해 업계는 인력에 대한 고정비 지출마저 모두 떠안게 됐다.

배전업계 관계자는 “고정비가 인건비로만 14명 분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런 고정비를 전혀 보전해주지 않고 손실을 모두 협력사에 떠넘기는 상황”이라며 “이렇게 재무적으로 힘들어진 상황에서 품셈까지 변경되며 들어오는 것은 줄고 나가는 고정비는 늘어 업계는 파산 직전”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심지어 필수인원 14명 중 10명이 배전 전공으로, 승주 작업을 진행하는 인원인데 품셈이 변경되며 승주 작업이 불가능해졌다”며 “그럼에도 기존에 고용하고 있는 인원에 대한 조치나 계약 변경 절차를 밟으려는 시도조차 수반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2022년 품셈 개정이 준비될 당시 한국전력 설명자료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배전공사 품셈개정은 전기공사협회와 전기협회와 공동으로 협의 아래 실시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2022년 10월 한국전기공사협회가 한국전력 감사실에 제시한 품셈 개선 건의사항 내용에 따르면 “품셈 개정 시에 유관기관인 한국전기공사협회와 충분한 협의 과정 없이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채 한국전력의 일방적인 품셈 적용·개정이 준비 중”이라는 의견이 나와 협력사와의 협의는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배전업계 관계자는 “기존 인력오름을 기준으로 적용되던 품셈을 안전 조치라는 이유로 승주를 금지하고 기계화(장비) 품셈을 강제로 적용함으로써 공사비 절감 목적의 품셈 무단 변경인 셈”이라고 주장했다.

김기찬 기자 gc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