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공기업 부실에 물가 내려도 체감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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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공사 미수금 16조 원… 한전 누적 적자 43조 원
에너지값 인상분 반영 못해 적자… 공공요금 인상 목전
한은 올해 소비자물가 2.6% 예상… 물가 내린다지만 ‘글쎄’

김기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2-28 15:30:34

올해 물가 수준이 작년에 비해 내릴 것으로 예측됐지만 정부의 공공요금 상반기 동결 기조에도 수조 원대의 에너지공기업의 누적된 부실 때문에 국민이 물가 안정화를 체감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8일 한국가스공사(가스공사)·한국전력(한전)에 따르면 전날 가스공사는 공시를 내고 작년 4분기 기준 민수용 도시가스 미수금은 13조110억 원·발전용 미수금은 1조9791억 원 등 미수금이 총 15조7659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총 미수금은 3분기 대비 2227억 원 늘어났다.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가스를 구매한 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가스를 팔았을 때 발생하는 차액이다. 연료비를 가스요금으로 충당하지 못하면 ‘외상’ 개념의 미수금으로 처리한다. 미수금은 회계상 자산으로 분류되지만 실제 회수 가능성에 따라 적자가 될 수도 있다.

앞서 가스공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크게 올랐을 당시 물가를 잡기 위한 정부의 압력으로 제때 인상분을 가스요금에 반영하지 못해 미수금이 폭증했다.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2021년 2조 원을 넘긴 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2022년엔 12조 원대로 폭증했다.

이런 가운데 가스공사의 실적도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스공사는 2023년도 연결 기준 실적이 매출액 44조5560억 원·영업이익은 1조5534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13.9%·36.9% 쪼그라들었다. 순이익은 7474억 원 적자로 돌아섰다.

한전은 작년 3·4분기 연속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가스공사와 같은 이유로 작년 4조60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한전은 2023년 연간 매출액 88조2051억 원·영업손실 4조5691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기 요금 인상화와 연료 가격이 안정세에 접어들면서 영업손실 규모가 28조 원 줄어들었지만 3년간 누적 적자액은 43조 원에 달해 재무 정상화는 여전히 요원한 상태다.

이처럼 에너지 공기업의 부실이 이어지면서 가스·전기 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 이미 공공서비스 물가 인상 조짐은 통계로도 확인되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1월 공공서비스 물가는 작년 동월 대비 2.2%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정부가 올해 상반기 공공요금 동결 기조를 유지하는 상황이라 인상 시점은 4·10 총선 이후로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을 2.6%로 예상했다. 작년 소비자물가상승률(3.6%)보다 1%p 내려간 전망치다. 다만 공공요금 인상이 계속된다면 국민이 체감하는 물가 수준은 낙관적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월 ‘2024년 경제정책방향’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누적된 고물가·고금리 부담과 부문별 회복 속도의 차이 등으로 많은 국민이 온기를 체감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특히 상반기 중 내수와 건설투자 부진 그리고 3%대 물가 인상이 이어지면서 민생의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기찬 기자 gc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