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옵션에도 퇴직연금 원리금보장 상품에 더 쏠려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보험

퇴직연금 DC형·IRP 원리금보장 비중 75%… 3년 이후 수익률 2%대
국민연금 수령 개시 65세인데 대부분 50대 은퇴… 소득 공백 우려 ↑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4-29 11:26:00

▲ 29일 금융감독원 퇴직연금 비교공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퇴직연금 확정급여(DB)형·확정기여(DC)형 및 개인형 퇴직연금(IRP) 적립금 중 원리금 보장은 총 327조5345억 원으로 전체(385조7466억 원) 84.9%를 차지했다. 게티이미지뱅크

퇴직연금 적립금이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시행에도 여전히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방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률도 연 2~3%에 불과했다. 문제는 퇴직 후 국민연금 수급까지 10년 정도의 소득 공백이 있다는 점이다. 이 기간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해 실적배당형 상품으로의 투자를 유도하면서도 금융시장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키워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29일 금융감독원 퇴직연금 비교공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퇴직연금 확정급여(DB)형·확정기여(DC)형 및 개인형 퇴직연금(IRP) 적립금 중 원리금 보장은 총 327조5345억 원으로 전체(385조7466억 원) 84.9%를 차지했다. 원리금 비보장은 58조2121억 원에 그쳤다. 1년 전과 비교해 원리금 보장에 31조1879억 원이, 비보장에는 16조1981억 원이 새로 들어왔다.

디폴트옵션을 적용하는 DC형·IRP에도 원리금 보장 상품이 밀려들었다. DC형의 1분기 적립금은 100조4653억 원으로 전년동기(85조1093억 원)보다 15조 원 이상 불어났으나 3분의 2(9조6013억 원)가 원리금 보장이었다. IRP도 적립금이 64조2493억 원에서 83조7265억 원으로 늘어났는데 원리금 비보장(+7조5515억 원)보다 보장(+11조9257억 원)에 더 많은 자금이 쏠렸다.

이렇다 보니 퇴직연금 수익률은 저조했다. 은행·보험사·증권사에서 운용하는 퇴직연금 DC형의 5년 수익률은 평균 2.99%, 10년 수익률은 평균 2.37%였다. 기준금리(3.5%)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IRP는 더 심각했다. IRP의 5년·10년 수익률은 평균 각각 2.89%·2.09%에 불과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윤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이 같은 현상은 디폴트옵션에 원리금 보장 상품을 편입할 수 있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원리금 비보장 상품만으로 디폴트옵션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는 미국 등 주요국과 다른 모습이다. 수익률 차는 컸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미국·호주·영국의 5년간(2016~2021년) 퇴직연금 연환산 수익률은 각각 7.4%·8.0%·9.8%로 같은 기간 한국(2.4%)을 5%p 이상 웃돌았다.

퇴직연금이 노후 소득에 영향을 크게 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심각한 문제다. 초봉 3000만 원인 사회초년생이 30년 동안 퇴직연금(임금 상승률 3%)을 납부한다고 했을 때 연 운용수익률이 3%라면 1억6614만 원(세후 기준)을 받을 수 있다. 같은 조건 아래 연 수익률이 6%라면 2억5590만 원을 수령이 가능하다. 수익률 3%p 차이로 1억 원을 더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은퇴 후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 10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국민연금공단은 재정 지속성 확보를 위해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2033년까지 만 60세에서 5년마다 1세씩 상향 조정하고 있다. 1969년 이후 출생자부터는 65세가 돼야 연금 수급이 가능하다.

법정 정년 나이는 만 60세이지만 현실은 다르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40세 이상 중장년층의 주된 직장 퇴직 연령은 평균 50.5세로 나타났다. 국민연금 개혁으로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더 늘어난다면 ‘소득 크레바스(은퇴 후 소득 공백 기간)’ 역시 심화할 수밖에 없다.

이를 두고 퇴직연금 적립금을 원리금 보장형에서 실적 배당형으로 이동하도록 유도하면서도 높은 운용수익률을 위해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펀더멘탈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강성호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22년 주식시장이 좋지 않아 퇴직연금 수익률을 한 번에 갉아 먹었다”며 “원리금 보장형에서 실적 배당형으로 이동하는 게 원칙적으로 맞지만 짧게 5년, 길게는 10년 주기로 주식시장이 폭락하면 트라우마 때문에 원리금 보장형에 계속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자본시장의 건전성이 회복되지 않으면 실적 배당형으로 이동하는 게 힘들 수 있다. 금융시장의 펀더멘탈이 강해지는 형태가 동시에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