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상한 일이다. 필자는 TV를 즐겨 보지 않는데, 어쩌다가 틀어 보면 귀에 거슬리는 말이 많이 들린다. 한국어를 오래 가르쳐서 조금 예민해진 모양이다. 종교 관계자가 아프리카에 가서 봉사한 것을 홍보용으로 내보내는 프로그램이었다. “우리에게 작은 한 끼지만 이들에게는 만찬이 될 것 같습니다”라고 하면서 잠비아의 실정과 기부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었다.
‘만찬’이란 손님을 청하여 함께 먹는 저녁 식사를 이르는 말이다. 그래서 ‘저물 만(晩)’ 자를 쓴다. 대낮에 아이에게 해 주는 쌀밥이 ‘만찬’이라고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아마도 당사자는 ‘성찬(盛饌)’을 잘못 알고 말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주변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만찬이라고 하면 ‘푸짐하게 차린 음식상’을 연상하는 모양이다. 저녁에 먹어야 만찬이다. 예문을 보자. “태호는 호텔로 선수들을 초청하여 만찬을 열었다”와 같이 쓴다.
‘성대한 만찬’이라는 말이 많이 입에 오르내리다 보니 ‘성찬’과 구분하지 못하는 일이 생긴 것으로 본다. ‘저녁에 끼니로 먹는 밥’은 보통 ‘석식’이라고 한다. 만찬은 성대하게 차리는 경우가 많으니 오해할 만도 하지만 구분해야 한다. 점심에 먹는 밥을 만찬이라고 하면 안 된다. ‘끼니’는 ‘하루 세 번 일정한 시간에 먹는 밥’을 이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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