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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을 물가에 연동해 자동으로 조정하는 ‘소득세 물가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월급은 조금씩 오르고 있지만 세금과 4대 보험, 생활비가 더 가파르게 뛰면서 근로자의 체감소득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인협회는 4일 발표한 ‘최근 5년 임금 대비 근로소득세·사회보험료 생계비 물가분석 및 과제’에서 “2020~2025년 기준 임금이 연평균 3.3% 오를 때 근로소득세는 연 9.3%, 사회보험료는 연 4.3% 증가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세금과 사회보험료 비중이 2020년 12.7%에서 2025년 14.3%로 높아졌고, 같은 기간 월평균 실수령액은 307만9000원에서 355만8000원으로 연 2.9% 증가에 그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근로소득세가 가장 가파르게 올랐다. 한경협에 따르면 근로소득세는 2020년 월 13만1600원에서 2025년 20만5100원으로 늘어나 연평균 9.3% 증가했다. 한경협은 2009년 이후 16년째 동결된 소득세 기본공제와 2023년에 일부 손질된 최저세율(6%) 구간을 제외하면 사실상 방치된 과세표준 구조를 원인으로 꼽았다. 물가와 임금이 오르는데도 과표 구간이 그대로다보니 근로자가 명목임금 상승만으로 더 높은 세율 구간에 자동 편입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경협은 이런 왜곡을 줄이기 위해 소득세제 측면에서는 물가에 따라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이 자동조정되는 소득세 물가연동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물가와 임금 상승률을 반영해 일정 주기마다 과표 구간을 자동 상향 조정하면, 임금 인상분이 곧바로 세부담 확대와 연결되는 효과를 완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세수 감소가 불가피한 만큼, 현재 33.0% 수준인 소득세 면세자 비율을 일본(2020년 15.1%)·호주(2018년 15.5%) 수준으로 낮추는 방식의 과세 기반 확충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사회보험료 역시 근로자 부담을 키우는 요소로 꼽혔다. 국민연금·건강보험·장기요양보험·고용보험을 합친 사회보험료는 2020년 월 31만6630원에서 2025년 39만579원으로 올라 연평균 4.3% 상승했다. 고용보험료가 연 5.8%, 건강보험·장기요양보험료가 연 5.1%, 국민연금 보험료가 연 3.3%씩 증가했다. 2020년 이후 경기 침체와 코로나19 영향으로 구직급여 지출과 취약계층 의료비가 크게 늘면서 2020~2023년 사이 고용보험료·건강보험료율이 잇따라 인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생활물가 상승도 임금인상 효과를 갉아먹었다. 필수생계비 물가는 연평균 3.9% 상승해 같은 기간 근로자 월임금 상승률인 연 3.3%를 웃도는 수준이다. 수도·전기·가스 등 광열비가 연 6.1%로 가장 크게 올랐고 식료품·비주류 음료가 4.8%, 외식이 4.4%, 교통비가 2.9%, 주거비가 1.2%씩 올랐다.
한경협은 소득세 물가연동제 도입과 함께 사회보험 지출구조 개편, 농수산물 유통 혁신을 포함한 ‘민생 3대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용보험은 3회 이상 반복 수급자 증가 등 지출 누수를 관리하고, 건강보험은 과잉 진료와 비효율을 줄이는 방식으로 보험료 인상 압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수산물 유통과 관련해서는 산지와 최종 구매자를 직접 연결하는 온라인 도매시장 법제화·상시화를 통해 유통단계를 줄이고 장바구니 물가를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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