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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은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감옥에 갔다가 나와 결국 성공적인 사업가가 된다. 사회의 낙인과 제약을 넘어 개인의 의지와 노력만으로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이야기다.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다만 이번에는 감옥이 아니라 ‘회사’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자유를 찾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1인 기업은 유튜버나 인플루언서 정도다. 하지만 진짜 혁명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3D프린팅 디자이너가 있고, 기업 맞춤 교육 콘텐츠를 만드는 전직 강사가 있다. 특정 업종만을 대상으로 하는 브랜드 컨설턴트도 있다. 이들은 혼자서도 수억 원을 벌어들이며 기존 회사 조직과 고용 구조에 조용한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직장’이라는 개념 자체를 흔들고 있는 것이다.
고대 로마 시대, 장인들은 개인 공방에서 자신만의 기술을 연마했다. 도자기를 빚는 사람, 금속을 다루는 사람, 옷감을 짜는 사람들이 각각의 아틀리에에서 묵묵히 작품을 만들어 냈다. 그들의 앞에는 정·망치·베틀이 놓여 있었다. 시대가 흘러 이제 그 자리를 키보드가 대신하고 있다. 아틀리에에서 키보드로, 도구는 바뀌었지만 본질은 같다. 개인이 자신만의 전문성으로 가치를 창조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로마의 장인들은 혼자 있으면서도 외롭지 않았다. 필요할 때면 ‘콜레기움’이라는 협회를 만들어 서로 돕고 배웠기 때문이다. 콜레기움은 오늘날 대학을 의미하는 ‘칼리지(college)’라는 단어의 어원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 시대의 1인 기업가들도 마찬가지다. 컴퓨터 앞에 앉아 코드를 짜는 개발자, 카메라를 들고 영상을 만드는 창작자, 특별한 지식을 콘텐츠로 가공하는 전문가들…. 이들 역시 각자의 작업실에서 자신만의 작품을 완성해 내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만나 경험을 나누며 서로의 성장을 돕는다.
19세기 영국에서 일어난 러다이트 운동은 직조공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며 기계들을 파괴했던 사건이다. 그들의 분노와 두려움은 충분히 이해할 만했다. 평생 갈고닦은 기술이 하룻밤 사이에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현상은 그때와 다르다. 과거의 기술이 노동력을 대체했다면, 현재의 기술은 ‘조직’ 자체를 대체하고 있다. 오히려 기술 덕분에 개인이 혼자서도 과거의 회사가 하던 일들을 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직’이 아니라 ‘해방’이다.
어느 기업의 한 사원은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자신이 회사에서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은 전체 업무의 30%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을. 나머지 70%는 회의하고, 보고하고, 조율하고, 승인받는 일이었다. 진짜 가치를 만드는 시간보다 그것을 포장하고 설명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반면, 1인 기업가들은 바로 그 30%에만 집중하면 된다. 자신이 정말 잘하는 것, 정말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만 온 에너지를 쏟아붓는다. 결과는 당연히 크게 다르다. 회사 다닐 때보다 더 창의적이고, 더 효율적이며, 무엇보다 더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물론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있다. 회사라는 우산이 없으니 비바람을 고스란히 맞아야 한다. 우선 월급이 보장되지 않는다. 또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 성공하면 모든 게 내 보람으로 돌아오지만, 실패하면 모든 책임도 나 혼자 져야 한다. 그럼에도 이 길을 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마치 새장에서 나온 새처럼, 자유의 달콤함이 안전의 편안함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일까.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가들을 떠올려 보자.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그들은 모두 개인 작업실을 가지고 있었다. 후원자들이 직접 찾아와 작품을 주문했고, 작가들은 자신만의 스타일로 그것을 완성했다. 중간에 거대한 조직이나 복잡한 절차는 없었다. 창작자와 수요자가 직접 만나 거래했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1인 기업 현상이 바로 이와 같다. 가히 디지털 기술이 만든 새로운 르네상스라 할 만하다. 개인이 자신만의 창작물을 만들고, 그것을 원하는 사람들과 직접 거래한다. 회사라는 중간 매개체 없이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1인 기업의 시대는 고독한 개인주의의 시대가 아니다. 오히려 진정한 연대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시대일지도 모른다. 각자의 고유함을 인정하면서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그런 새로운 공동체의 모습을 그려 볼 수 있지 않을까. 1인 기업의 조용한 혁명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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