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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의 아모레퍼시픽에서 무라카미 다카시의 개인전 ‘서울, 귀여운 여름방학’이 시작됐다.
세계 최대 화랑인 가고시안 갤러리는 ‘프리즈서울’의 장외 전시 격으로 아모레퍼시픽 본사 1층의 APMA 캐비닛에서 일본 팝아트의 대가 무라카미 다카시의 개인전을 준비했다.
2일 시작된 ‘서울, 귀여운 여름방학’에서는 무라카미가 지속적으로 추구해 온 ‘슈퍼 플랫 플라워’ 여러 점과 만날 수 있다.
슈퍼 플랫은 일본의 전통미술과 오타쿠(마니아) 문화를 조화시킨 개념으로 고급문화와 하위문화, 전통과 현대, 독창성과 모방, 동양과 서양 등 모든 분야에서 위계를 증발시킨 게 특징이다.
무라카미는 전시에 앞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소셜미디어에 이어 인공지능 시대가 열리면서 모든 사람이 지식을 향유할 수 있는 사회가 되고 있다. 모두가 수평인 사회로, 플랫함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일본의 5000엔 지폐에도 실린, 에도시대 화가 오가타 코린(1658~1716)의 작품을 무라카미 스타일로 오마주한 병풍과도 만날 수 있다. 해골 문양이 양각된 금박 위에 일본 전통 회화에서 볼 수 있는 붉은색·분홍색·흰색 접시꽃이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해골 문양 금박 위에 ‘슈퍼 플랫 플라워’로 가득 채운 대작 ‘Summer Vacation Flowers under the Golden Sky’에서도 오가타 고린의 향기가 난다.
무라카미는 “그 시대가 갖고 있던 것을 내 입장에서 표현할 때가 됐다고 생각해 나온 작품”이라고 밝혔다.
전시 주제인 ‘서울, 귀여운 여름방학’에 대해서는 “일본에서는 여름방학이 굉장히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보더라도 모든 일은 여름방학과 함께 시작되고 방학이 끝나면 사건도 마무리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루이비통, 오프 화이트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나 지드래곤, 블랙핑크, 뉴진스 같은 케이팝 아이돌과의 협업에도 스스럼이 없다. 귀여움과 진지함, 희망과 불안을 동시에 품은 아이러니한 작품은 각종 굿즈로 구현되고 있다.
이런 확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무라카미는 “그들이 왜 나를 불러주고 나와 협업하려 했는지 궁금하다. 내가 묻고 싶은 질문”이라고 응수했다.
한편 무라카미의 한국 전시는 2023년 부산시립미술관 회고전 ‘무라카미좀비’ 이후 2년 만이다. 서울에서는 2013년 삼성미술관 플라토 ‘무라카미 다카시의 수퍼플랫 원더랜드’ 이후 12년 만이다.
APMA 캐비닛 전시는 10월11일까지 이어지며 관람은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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