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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안보 지형이 격랑에 휩싸일 개연성이 크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25일쯤 갖게 될 첫 한·미 정상회담에선 미국의 관세 협상 후속 조치와 함께 우리의 방위비 증액, 중국의 대만 침공 시 한국의 대(對)중국 견제 역할 등이 논의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8일 “주한미군은 숫자가 아니라 능력이라고 생각한다”며 미국 정부의 지향점이 무엇인지를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이에 앞서 지난달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 차관이 일본과 호주에 대해 대만 문제로 미·중 양국이 충돌하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입장을 밝힐 것을 요청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중국에 대한 군사적 견제에 동참하라는 미국 측 요구는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재명정부의 한·중 관계 개선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6·25전쟁 정전에 이은 한·미 상호방위조약 체결 이후 주한미군은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는 역할을 해 왔다.
게다가 미국은 한국의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2.6%에서 3.8%로 인상하고, 주한미군 주둔을 위한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 10억 달러 이상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올해 한국의 국방예산은 처음 60조 원을 돌파한 61조2400억 원 규모다. 미국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선 50% 가까운 예산 증액이 불가피하다. 증세나 복지 지출 감소가 우려될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정부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등을 꾀한다면 우리 안보에 심각한 변화가 발생할 것이다.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주한미군의 일부를 괌 등으로 재배치하는 마당에 전작권마저 전환된다면 크나큰 안보 공백이 초래될 수 있다.
일단 대통령실은 전작권 전환은 구조적으로 조율과 신뢰 구축이 선행돼야 하는 장기 과제라며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토대로 신중하고 점진적인 방향으로 진전을 도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당연한 말이다. 이는 우리의 국방·안보 역량을 충분히 확보한 뒤에 중·장기적으로 논의할 사안이다.
전작권 전환은 미국이 제공한 정밀 타격 시스템, 미사일 방어망, 정보 위성감청 네트워크는 물론이고 지휘·통제 체계(C4ISR)까지 모두 철수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미 연합사령부, 전시작전권, 유사시 증원 계획, 전략자산 전개 등이 다 무의미해지는 일이다. 세계 6위의 군사력 등 우리 군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과 전략자산이 없으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앞에 맨몸인 것이나 다름없다. 정찰 위성과 실시간 감청·정밀 정보는 대부분 미군 자산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은 이미 전술핵 탑재 단거리 미사일, 초대형 방사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배치하고 있다.
더구나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우리나라에 투자한 외국 자본은 썰물처럼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한국 경제가 급성장한 것은 한국군과 주한미군이 철통 같은 안보 태세를 확립해 안심하고 투자할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국방은 국가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다.
외교 당국은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첫 정상회담 테이블에 방위비 등 안보 현안이 오를 것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길 당부한다. 관세 협상에 관한 후속 조치도 있겠지만, 방위비를 비롯한 안보 분야 협상이 테이블에 안 올라올 리 없다. 협상이 주한미군 주둔 문제까지 확대될 게 전망된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 대비해 여러 돌발 상황을 가정한 맞춤형 대안을 잘 마련해 우리의 경제와 안보가 가시적 안정권에 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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