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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India?” 나라 망신시킨 번역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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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 온 ‘2000만 관광객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외국인 관광객 수가 역대 최고치인 2009만 명에 이를 것이며 이들이 약 29조 원을 지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로써 한국은 이제 글로벌 관광의 중심지로서 중요한 이정표에 도달하게 됐다.
하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기뻐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숫자의 화려함에 취해 환호하는 대신 차가운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다. 과연 우리는 이 2000만 명을 제대로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지난해 인도인 여행 유튜버인 ‘노마딕 인디안’이 부산을 방문한 후 감천문화마을에서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는데, 그 내용이 너무나 어이없어서 얼굴이 화끈 달아오를 정도다. 영상 속의 안내판에는 ‘인도(人道)’가 보행자가 이용하는 도로 ‘sidewalk’가 아닌 국가 이름 ‘India’로 잘못 번역돼 있었다. 초등학생도 알 만한 영어 표현을 누군가 아무 생각 없이 번역기에만 의존해 오역한 것으로 짐작된다. 해당 유튜버가 웃음을 참지 못한 것은 물론이다. 그는 우리에게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우리가 관광객을 맞이하는 태도가 과연 제대로 되어 있는가?
이 해프닝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국내 여러 관광지에서 여전히 엉터리 번역이 판치고 있다. 특히 일부 식당 메뉴판의 오역 사례는 그야말로 실소가 나올 지경이다. 수년 전부터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도 ‘육회’를 ‘Six times’, ‘곰탕’은 ‘Bear soup’, ‘돼지주물럭’을 ‘Massage Pork’로 표기하고 있지는 않은지 우려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불편함을 느끼는 점으로 ‘언어 소통의 어려움’을 꼽는 것이 충분히 이해되는 상황이다. 쇼핑을 온 관광객들이 느끼는 불편 중 1위가 바로 언어 문제였다. 이는 2위인 ‘불편한 현장 결제 시스템’보다도 두 배나 더 많이 지적되었다. 재방문 관광객들이 여전히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관광 인프라가 아직도 체계적이지 않다는 증거다.
그나마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음식명 외국어 표기 캠페인을 벌이겠다고 발표했지만 지방 도시들에서는 외국인이 이해할 수 없는 메뉴판과 표지판을 마주하는 일이 여전히 빈번하다. 의미가 아니라 글자 번역에 의존하는 우리의 관광 시스템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건 영어 표기 문제만이 아니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제공한 ‘관광불편신고 종합분석서’에는 충격적인 통계가 담겨 있다. 지난해 관광불편신고 건수가 전년 대비 71.1% 증가하며 1543건에 달했는데, 그중 외국인 관광객의 신고가 92.9%를 차지했다. 실제로 외국인 관광객이 겪고 있는 불편은 상상을 초월한다.
치킨 5만 원분을 주문한 일본인 관광객이 55만 원을 결제한 사례, 심야 택시 요금이 터무니없이 부풀려졌다는 사례들은 더 이상 놀라운 뉴스도 아니다. 그저 관광객을 ‘돈벌이의 도구’로 여기는 일부 상인들의 비윤리적인 태도는 관광산업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 물론 극히 일부의 경우이겠지만 고의적으로 택시 바가지요금을 요구하는 일은 근절되어야 한다. 외국인 대상 부당 요금 징수는 한 번이라도 적발되면 즉시 자격 취소를 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현행 법규엔 이것이 세 번이나 적발되어야 처벌한다고 규정돼 있다. 고의적으로 부당 행위를 한 자에게 무엇 때문에 두 번 더 부당 행위를 할 기회를 준다는 말인가. 이는 명백히 잘못된 규정이다.
2000만 관광객 시대는 이제 현실이다. 하지만 외국 관광객들이 ‘인도(人道)’를 ‘India’로 번역하는 나라에서 바가지요금에 시달리다 돌아간다면 이는 결코 좋은 추억으로 남지 않을 것이고 두 번 다시 한국을 찾지 않을 것이다. 또 주변에 한국을 어떻게 설명할지는 뻔한 일이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온다. 우리가 기다려 왔던 이 기회를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변화의 움직임을 시작해야 한다. 첫 번째로, 전국적으로 표준화된 다국어 표기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지방까지 확산시켜야 한다. 두 번째로, 외국인 대상 부당 요금 징수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법적 개선이 필요하다.
K컬처의 힘으로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는 지금, 우리는 역대 최고라는 관광객 수에 열광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한국에서 좋은 기억을 남기고 돌아갈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더 이상 ‘엉터리 번역’과 ‘바가지 요금’으로 기회를 잃는 일이 없도록, 관광 인프라를 개선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다가오는 2000만 관광객 시대를 놓친다면 그것은 회복할 수 없는 기회비용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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