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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우리는 지금 나라가 좌·우로 갈려 대립하는 가운데 사상적으로 양분된 혼돈의 시기를 살고 있다. 대한민국 내 사상의 지도를 펼쳐 우익과 좌익의 실체를 규명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이에 소모적 논쟁의 소지가 있는 ‘보수’와 ‘진보’의 프레임 대신 ‘대세(大勢·대한민국 세력)’와 ‘반대세(反大勢·반대한민국 세력)’의 개념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는 사상의 스펙트럼을 분석한다. 나아가 이로써 우리 앞에 놓인 나침반이 가리켜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전략 전술
좌파는 전략 전술에 능하다. 그중에서도 대한민국의 좌파는 더 특별하다. 광복 이후 줄곧 대세를 이루어 온 우파에 대항해 빨치산 활동에 이어 이른바 민주화 운동이라는 것을 오래 해 왔기 때문에 전략 전술의 귀재들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대한민국 좌파의 전략 전술 능력은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김일성의 지령에 따라 조직된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의 사례를 보자. 민혁당도 가장 사상성이 투철한 분자들로 선발된 정회원은 100여 명, 준회원은 400여 명인데 외곽단체까지 합치면 4000여 명에 이르고, 이들이 영향력을 미치는 범위는 수만 명이라고 한다. 민혁당의 강력한 조직력은 투철한 사상 성향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그렇게 조직화해야 강력한 견인력이 생긴다. 노선과 사상‧사명감이 철저한 그룹이 선도하지 않으면 절대로 강력한 조직력이 나올 수 없다.
모래알 조직을 콘크리트 조직으로
하나의 목표를 향해 누가 뭐라든 상관하지 않고 단일대오를 형성하는 좌파와 달리 우파의 특징‧특기 가운데 하나가 분열‧반목이다. 그래서 큰 조직을 만들어도 어느새 뿔뿔이 흩어져 모래알 조직이 되어 버린다. 또한 초기 조직은 소규모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모래알처럼 미약하기 십상이다.
모래알 조직을 콘크리트 조직으로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모든 회원을 대상으로 노선과 사상에 관한 교육을 주입해야 단단한 콘크리트 조직으로 변한다. “왜 우리는 하나인가?” “왜 우리는 목숨 걸고 투쟁해야 하는가?” “적은 누구인가?” “적은 어떤 전략 전술을 쓰나? 그러면 우리는 어떤 전략 전술을 써야 하나?”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이 바로 사상이고, 구성원들이 이것을 무장하는 것이 사상 학습이다.
수백 개의 애국단체가 각기 독자적인 활동을 하면서도 모든 단체가 공유하는 사상 교육을 해야 한다. 그래야 모든 단체가 일사불란하게 합동작전을 펼 수 있다. 사상은 모든 구성원을 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나침반이며 내비게이션이다.
포용적 자세가 필요하다
우파 세력 중 활발하게 활동하는 개인‧단체는 위기 상황에 직면해 열의를 갖고 적극적인 활동을 하는 것은 좋은데 선명성을 강조하다 보니 우파를 분열시키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자신이 위기의식을 느끼다 보니 행동하지 않는 사람을 보면 성질이 나고 화를 내고 싸우려 들기 십상이다.
또한 우파는 조직 목표와 활동 방향‧과거 행동 등을 둘러싸고 분열과 갈등이 심하다. “부정선거를 인정하는가, 부정하는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중 어느 편이냐”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나, 반대했나” “5‧18 사태 북한군 개입 인정하나, 인정하지 않나” 등등.
총선 때는 “국민의힘을 지지하나, 다른 우파 정당을 지지하나”를 두고 내분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러한 우파의 분열은 내분을 일으키고 결국 종북좌파 세력에게 어부지리를 가져다주는 부작용을 낳는다.
국민의힘은 우파 정당이 아니다?
행동 우파는 자신의 경험과 인식에 바탕을 두고 선명성을 너무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박근혜 탄핵에 반대하는 활동을 했던 사람은 박근혜 탄핵에 동조한 사람을 용납하지 못하는 경향이 강하다. 부정선거에 집중하는 사람은 부정선거가 없었을 거라고 하는 사람들을 용납하지 못한다.
이들은 우파의 범위를 지나치게 협소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 “국민의힘은 우파 정당이 아니다”며 배척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적극적인 애국 운동을 하는 것은 좋은데, 우파 전체를 통합하기는커녕 내부 분열을 초래하는 경우도 있으니 문제다.
행동 우파는 전체 우파 세력의 극히 일부일 뿐인데 자신들의 선명성을 중시한 나머지 ‘행동 우파가 곧 우파 세력 전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우파는 ‘우익+우경화한 중도그룹’
우리나라에서는 ‘우파‧좌파’의 개념을 많이 사용한다. ‘우파=우익+우경 세력’ ‘좌파=좌익+좌경 세력’의 개념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익이란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세력이고, 우경 세력은 중도 그룹 중 우익으로 기울어진 세력을 말한다. 좌익은 공산주의‧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세력이고, 좌경세력이란 중도 그룹 중 좌익으로 기울어진 세력으로 보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파란 상당히 넓은 범위를 포함하는 세력이다. 그런데 우파의 중심을 이루는 우익 세력조차 체제 위기를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한데 중도의 우경 그룹은 어떨까. 각성되지 못한 사람이 태반일 것이다.
한동훈은 좌파‧윤 대통령은 문재인의 사람?
행동 우파란 체제 위기를 깨닫고 행동하는 우파 그룹을 말한다. 이들은 우파 전체 중 극소수에 불과한데도 자신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우파 자체를 배척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향해 “왜 우파를 배척하느냐” “국민의힘은 우파 정당이 아니다” “한동훈은 좌파다” “윤석열은 문재인의 사람이다” 등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이런 협소한 인식을 가지고 윤 대통령도, 한동훈 대표도, 국민의힘도 배척하면 남는 세력은 얼마나 될까. 다수의 우파를 배척하고 행동 우파 세력만으로 과연 종북좌파 세력을 제압할 수 있을까. 아니, 대적이나 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려면 자유민주주의를 좋아하고 지향하는 국민의 대다수를 우군화해야 하지 않을까. 퉁일전선 전술로 우군을 확장해 가는 종북좌파 세력을 본받아야 한다.
내부 총질은 이제 그만
지난 총선을 겪어 내며 심각한 문제로 보았던 것은 우파 정당끼리의 총질이며, 우파 정당 지도부를 심각하게 공격하는 자해 현상이었다.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아군이나 아군의 지휘관을 공격하는 일이 많았다.
물론 그 공격엔 명분이 있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래도 선거 전쟁을 진두지휘하는 지휘관을 집중 공격하는 태도는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공격의 이유가 사실인지의 여부를 떠나 전쟁을 하는 와중에 지휘관을 향해 총질을 하는 건 적을 이롭게 하는 것이다.
총선이 끝난 지금, 우파 진영 곳곳에서 윤석열 대통령이나 국민의힘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지금은 내전 상황인데, 함부로 감정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특히 윤 대통령을 과도하게 비난하거나 탈당을 요구하는 것은 낙동강 전선에서 백선엽 장군 등에 대고 총질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대통령이 낙심하지 않도록 최대한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 국민의힘을 지나치게 난타하는 것도 멈춰야 한다. 지금은 난타할 때가 아니다.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 간 갈등을 부추기는 일은 적을 이롭게 하는 것이다. 국민의힘‧기타 우파 정당‧단체들이 모두 힘을 합해 윤 대통령을 엄호하면서 좌파 진영과의 투쟁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사상전은 마음을 얻는 전쟁, 웃는 얼굴로 대하라
우파는 조급증을 내고 툭하면 성질을 내는 경향이 강하다. 사상전은 마음을 얻는 세력이 이기는 전쟁이다. 내 자식과 이웃과 친구들을 상대로 말할 때 조근조근 해야 한다. 큰소리를 내거나 성질내면 도망간다. 역효과를 내는 것이다.
태극기 집회가 있었던 광화문 거리. 여중생 10여 명이 그 앞을 지나가다가 한 여학생이 옆을 돌아보며 피식 웃었다. 그러자 그걸 보고 성질이 난 할머니가 그 학생들을 향해 쌍소리를 했다. 그러자 여학생들이 모두 돌아보면서 웃고 지나가는 것이었다. 아마도 그 10여 명 모두 마음속으로 ‘수구 꼴통’ ‘틀딱’이라 하며 비웃었을 것이다. 그때 10여 명의 여학생 마음을 잃어버린 것이다.
좌파는 얼마나 사람들의 마음을 얻으려 노력하는가. 실제 결과적으로는 사회를 공산화해서 북한과 같은 나라를 만들려 하면서도 다정한 친구처럼 다가가 진보‧평화를 외친다. 가난한 사람을 위해 태어난 천사로 스스로를 포장하고 사탕발림을 해대는 것이다.
우리는 진리와 정의를 지향하면서도 왜 험악한 얼굴로 큰소리를 내고 심지어 쌍욕까지 해서 사람들의 마음을 잃어버리는가. 안타까울 뿐이다. 화장한 단정한 얼굴에 예쁜 몸가짐과 웃는 얼굴로 사람을 대하며 우군화하도록 하자.
정리= 박혜수 편집위원
프로필
△경북대 법과대 행정학과·동 대학원 졸업
△국가정보원 27년 근무(1990∼2016)
△국가정보대학원 정신교육 담당 교수 17년(2000∼2016)
△한국학중앙연구원 정치학 박사과정 수료
△(전)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책임연구위원
△자유수호포럼 공동대표
△주민자치법반대연대 대표
△한국자유총연맹 정책자문위원
△국민의힘 중앙연수원 교수
△주요 저서
‘분류한국사(성민사)’ ‘한국사(박영사)’ ‘반대세의 비밀, 그 일그러진 초상(인영사)’ ‘6·25동란과 트로이목마(인영사)’ ‘교양분류한국사(인영사)’ ‘박정희 대통령 100대 치적(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종북세력과 위기의 대한민국(대추나무)’ ‘주민자치기본법, 공산화의 길목(대추나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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