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 강화로 빌라 시장 요동… 임대차 갈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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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 계약 69% 영향 대책 마련 시급

임한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1-27 13:25:33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요건을 공시가격의 112%로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빌라 전세 시장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 기준이 도입될 경우 기존 빌라 전세 계약의 69%가 동일 조건으로는 전세보증 가입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전세보증 가입이 사실상 필수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전세보증 가입 요건은 공시가격의 126%로 설정돼 있다. 이에 HUG는 보증사고를 줄이기 위해 담보인정비율을 90%에서 80%로 낮추고 공시가격의 112%를 초과하는 전세보증금은 보증 가입이 불가능하도록 기준을 강화할 계획이다.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가 2023년 체결된 빌라 전세 계약 데이터를 27일 분석한 결과 이 기준이 적용될 경우 서울의 67.6%‧경기의 69.6%‧인천의 81.6% 등 상당수의 계약이 가입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된다. 특히 강서구(90.0%)‧도봉구(86.7%) 등 서울 일부 지역과 인천 연수구(91.4%)‧계양구(86.5%)는 기준 충족률이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기준이 강화되면 집주인은 기존 보증금을 낮추거나 신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보증금 반환을 지체하는 ‘역전세’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공시가격이 2억 원인 빌라의 경우 현재는 2억5200만 원까지 보증 가입이 가능하지만 새 기준에서는 2억2400만 원으로 낮춰야 한다. 이는 약 2800만 원의 차액을 집주인이 직접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집토스는 이번 변화로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평균 전세보증금은 서울이 3529만 원·세종이 1247만 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신규 전세 계약 시 보증금을 낮출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전세보증 가입 요건이 강화되면 전세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서울 용산구(13.5%)와 성동구(32.4%) 등 일부 지역은 비교적 영향을 적게 받는 반면 강서구와 도봉구 등은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이는 전세보증금을 낮출 여력이 부족한 임대인과 보증 가입이 불가능한 주택의 세입자들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또한 세입자들은 전세보증 가입이 가능한 주택을 선호하게 되면서 시장 내 특정 주택의 가치 하락 및 거래 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HUG가 보증사고를 줄이기 위해 강화된 기준을 검토하는 것은 분명 필요하지만 전세 시장의 불안정성과 역전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다 면밀한 정책 설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증 요건 강화가 전세사기 예방을 위한 목적임을 이해하면서도 임대인과 세입자 모두를 보호하기 위한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임한상 기자 hsr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