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 인하 정책 국내 제약기업 성장에 부정적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제약·바이오·의료

기업 매출 변화 최대 51.2% 감소
비급여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조정

허승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1-27 12:17:56

▲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약가인하 정책이 제약기업에 미치는 성과와 형태에 대한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제공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이 국내 제약산업에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012년 시행된 동일 성분 동일 약가 제도를 포함한 일괄 약가 인하 정책은 건강보험 재정 절감을 목표로 했으나 제약기업 매출과 산업 구조에 다양한 변화를 가져왔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27일 약가인하 정책이 제약기업의 성과와 행태에 미치는 영행에 대한 분석결과를 공유했다. 2012년 1월 보건복지부는 약제급여목록표 기준으로 총 1만3814 품목 중 47.1%인 6506 품목의 가격 인하로 건강보험 적용 의약품 가격을 평균 14% 인하했다. 이를 통해 약 1조 원의 건강보험 약품비용 절감 효과를 추정했다.

초기에는 약품비 지출 감소 효과가 나타났으나 이후 의약품 사용량 증가와 오리지널 의약품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약품비는 다시 증가세를 보였다.

강창희(중앙대) 전현배(서강대) 최윤정(연세대) 교수 연구팀이 국내 96개 제약기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약가 인하 정책에 따른 매출 감소가 뚜렷했다. 약가 인해 대상 품목 비중이 높은 기업의 경우 매출은 2012년 이후 약 34% 감소했고 매출 감소 효과는 2019년까지 최대 51.2% 지속됐다.

연구팀은 약가 인하로 인해 국내 제약기업의 의약품 생산 포트폴리오가 급여 의약품에서 비급여 의약품으로 전환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특히 약가 인하 대상이 아닌 비급여 전문의약품의 생산 비중이 증가했으며 급여 의약품 생산량은 노출되지 않은 기업 대비 14~65% 낮아졌다.

두 번째로 약가 인하 충격에 노출된 제약기업은 2012년 이후 급여 내 미인하 전문의약품 비중이 커지는 경향을 보인다. 구체적으로 미인하 급여 전문의약품 비중이 2012년 0.6%p 증가한 이후 2018년까지 최대 10.5%p까지 증가한 상태를 유지했다.

2018년까지 평균으로 계산하면 5.7%다. 세 번째 변화는 전반적으로 제약기업의 자체 생산 제품 매출 비중이 최소 11%에서 최대 106% 줄었다. 기업에서 자체 공정으로 직접 생산하지 않는 제품외 매출은 매출원가가 높아 영업이익이 낮지만 매출액을 높이는데 용이하다.

네 번째 행태 변화는 수입 의약품 코프로모션 비중이 높아졌다. 동일 성분 동일 약가 정책에서는 다국적 제약사의 오리지널 의약품이 제네릭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된다. 국내 제약기업에서 코프로모션은 매출 감소를 방어할 수 있는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실제 약가 노출 인하 기업의 코프로모션 비중은 2012년에 3.5%p 증가한 이후 2019년까지 2.2~3.8%p 범위에서 증가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소비자 약제바 부담 증가도 나타났다. 약가 인하가 단기적으로 건강보험 재정에는 긍정적 여해양을 미쳤으나 비급여 의약품 비중 증가로 소비자의 약제비 부담은 오히려 13.8% 증가했다는 시물레이션 결과가 나왔다. 비급여 전문의약품 비중의 변화가 없을 경우 순수 약가 인하의 영향으로 건보 약제 부담은 약 15% 줄었고 소비자 부담은 10.4% 감소했다.

일괄 약가 인하 정책으로 인해 자체 생산 제품의 매출 비중이 줄고 수입의약품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국내 제약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연구팀은 이로 인해 공급 안정성 저하와 재정 부담 증가 등의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팀은 “약가 인하 정책이 제약기업의 형태 변화와 시장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시장구조 기업 형태 성과를 기반으로 한 정책 설계와 실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승아 기자 heosa@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