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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스페이스X·엑스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보수층 유권자 등록을 독려하고자 거액의 상금을 지급하는 것에 제동이 걸렸다. 미국 대통령과 상원 일부 등을 새로 뽑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최대 경합주 펜실베이니아주의 필라델피아시(市) 검찰이 28일(현지시간) 소송을 제기했다.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편이라는 이유로 송사나 행정 규제를 당한 두 번째 사건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 주요 프로젝트를 도맡아 온 머스크의 기업 스페이스X가 캘리포니아에서 시험발사를 더 많이 할 수 있도록 허가 신청을 했으나 현지 관련 위원회에 거부당한 바 있다. 이번엔 래리 크래즈너 필라델피아 검사장이 머스크가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정치자금 모금 기구인 ‘아메리카 팩’(PAC)과 머스크를 상대로 상금 지급 중단을 요청하는 민사 소송을 필라델피아 지방법원에 낸 것이다.
머스크는 경합주에서 보수층 유권자 등록을 더 많이 이끌어 내고자 헌법 1조(표현의 자유)와 2조(총기 소지 권리 보장) 지지 청원에 서명한 주민 한 명을 매일 무작위로 뽑아 100만 달러를 주겠다고 약속해 실행 중이었다. 청원에 서명할 자격은 7개 경합주(애리조나·미시간·조지아·네바다·노스캐롤라이나·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 유권자로 등록한 사람으로 한정돼 있다.
펜실베이니아는 이번 미 대선에서 승부를 가를 최대 격전지 중 하나다. 주 최대 도시인 필라델피아에선 민주당이 단연 우세하다. 크래즈너 지검장은 경합주 유권자를 추첨해 100만 달러(약 14억 원) 상금을 주는 행위가 ‘불법 복권’에 해당하며 해당 주(州) 소비자 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23일 연방법 위배 가능성을 짚은 법무부의 경고에 화답한 조치이기도 하다. 크래즈너 지검장은 성명에서 “불법복권 등 불공정 거래 관행과 선거 진실성을 방해하는 행위로부터 대중을 보호할 책임”을 내세웠다.
아메리카 팩의 당첨자 공지는 연방 법무부 경고 이후에도 이어졌으며 이날 필라델피아 검찰이 소송을 제기한 후 여전히 펜실베이니아주 100만 달러 상금 당첨자를 발표했다. 19일 첫 추첨 이래 22일까지 펜실베이니아 주민 4명이 당첨돼 100만 달러씩 수령했으며 노스캐롤라이나·미시간·위스콘신·네바다·애리조나에서 각각 1명씩 당첨자를 배출한 상태다.
머스크는 이번 선거운동 기간에 정치자금 기부를 통해 트럼프와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들 지원에 최소 1억3200만 달러(약 1830억 원)를 썼다고 전해진다. 트럼프 당선에 이 정도로 물심양면 모든 것을 건 인물은 트럼프 본인 외 머스크뿐일 것이다. 엔지니어 출신 빅테크 창립자·경영자답게 머스크 역시 당초 민주당 지지자였으나 2022년 중간선거 때부터 공화당 투표를 종용하기 시작했다. 민주당의 좌경화 정책으로 망가진 미국을 되살려야 한다는 명분이었으며 그것이 곧 트럼프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와 공감대를 보였다.
7월 트럼프 1차 피습 직후 즉각 그를 상찬하며 대통령감으로 공개 지지하고 나선 것도 머스크였다. 거액의 후원금은 물론 트럼프 유세장에 동행하거나 SNS 등으로 지원 사격을 해 왔다. 오랜 사업 근거지 캘리포니아주를 버리고 스페이스X와 엑스(X) 본사를 텍사스주로 옮긴 일도 유명하다. 당시 머스크는 민주당 일색인 캘리포니아의 불법이민 및 범죄 증가와 미성년 성(性)정체성 관련 법에 깊은 혐오감을 드러내며 회사 이전 이유를 암시하기도 했다. 특히 장남이 몰래 성전환 후 가족과 의절한 배경에 LGBTQX를 사실상 조장하는 민주당 정책 영향이 크다고 여긴 게 무엇보다 커 보인다.
또한 트럼프 재집권 시 머스크의 행정적 협력도 예고돼 눈길을 끈다. 트럼프가 지난달 자신이 재집권하면 연방정부 재정에 과감한 개혁 권고안을 제시하는 정부효율위원회를 만들어 이를 머스크에게 맡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연방정부 예산을 최소 2조 달러(약 2771조4000억 원) 줄일 수 있다는 게 머스크의 주장이다. 28일 블룸버드통신 등 미 매체들이 전날 뉴욕 트럼프 유세장(매디슨 스퀘어 가든) 무대에 함께 오른 억만장자 사업가 하워드 루트닉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고 전했다.
루트닉이 “(조 바이든정부의) 기존 예산을 얼마나 찢어버릴 수 있겠나” 묻자 머스크가 “최소 2조 달러는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이어 “정부 지출이란 모두 세금”이라며 “여러분의 돈이 낭비돼 왔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정부효율부로 그것을 바로잡을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머스크가 정부예산 삭감 목표치로 제시한 2조 달러는 기존 미 연방정부 지출액의 약 3분의 1에 해당한다. 재무부가 공개한 연방정부 2024년 회계연도 지출이 6조7500억 달러였다.
한편 사전 투표가 이미 진행 중이며 최종투표일이 일주일도 안 남은 가운데 일부 지역 투표함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28일 CNN방송은 이날 오전 3시30분께 미 서부 지역 오리건주 포틀랜드 내 2개 투표함에서 화재가 발생한 소식을 전했다. 보안 요원이 황급히 대응을 했으나 3장의 투표용지가 훼손됐다고 한다.
출동한 경찰이 투표함에 발화성 장치가 설치된 것을 확인했으며 폐쇄회로TV 등으로 (CCTV) 투표함에 정차하는 차량의 이미지가 포착돼 방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에 들어갔다. 이날 워싱턴주 밴쿠버의 한 환승 센터 투표함에서도 불이 나 투표용지가 수백장 훼손됐다. 8일에 이어 같은 도시 내 두 번째 사건이다.
현지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용지 봉투 위 고유 식별번호를 이용해 투표용지가 훼손된 유권자들이 재투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스티브 홉스 워싱턴 국무장관이 “민주적 절차를 망치려는 위협이나 폭력 행위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주 애리조나주 피닉스 우체국 옆 우체통 화재와 그곳의 일부 투표용지가 훼손된 건으로 35세 남성이 기소된 경우는 정치적 동기와 무관하다고 경찰에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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