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마비’ 野 전략에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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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마비’ 野 전략에 맞불

金방통위장 탄핵 전 자진 사퇴
與 공영방송 정상화 해법 모색

오주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02 18:00:01

▲ 탄핵소추안 본회의 보고 전 자진사퇴 의사를 밝힌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이 2일 오전 정부과천청사로 마지막 출근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이 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야당이 김 위원장 탄핵을 추진한데 따른 선제적 조치였다. 김 위원장은 퇴임사에서 “탄핵안은 방통위 운영을 마비시키려는 정치적 목적”이라며 야권을 겨냥해 작심 비판했다. 당정은 공영방송 정상화 해법을 두고 숙고에 돌입했다.

김 위원장은 2일 오전 방통위원장에서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대통령실에 전달했다. 이날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이 김 위원장 사의를 수용해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김 위원장 탄핵소추안을 국회 본회의에 보고하기로 한 당일이었다.

탄핵안이 본회의에 보고돼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이내에 표결로 통과되면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올 때까지 위원장 직무는 중지된다. 직무중지 기간에 방통위는 사령탑 공백을 맞게 된다. 부위원장만으로는 의사결정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위원장 사퇴 시 △대통령의 새 위원장 후보자 지명 △20여일 소요되는 국회 청문절차 진행 등 과정을 거쳐 이르면 이달 말에는 새 방통위원장이 취임할 수 있다. 때문에 지난해 12월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도 탄핵안 표결 직전 사퇴한 바 있다. 이 전 위원장 후임이 김 위원장이었다.

김 위원장은 2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방통위 대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탄핵은) 헌재의 최종적 판단을 구하려는 것보다 직무정지를 통해 방통위 운영을 마비시키고자 하는 정치적 목적이라 생각한다”며 야권을 강력히 비판했다.

또 “(사퇴는) 거대 야당의 탄핵소추라는 작금 사태로 인해 국민 일상에 큰 영향을 끼치는 방송·통신·미디어 정책이 장기간 멈춰서는 우려스런 상황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지난해부터 국회가 방통위원장 탄핵안을 두 번이나 추진하고 위원장이 사퇴하는 현실이 불행하고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가장 존경하는 검사 선배’ 김 위원장은 민주당이 추진 중인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의 타깃 중 한 명이었다. 김 위원장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등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 작업을 두고 야권과 큰 충돌을 빚어왔다.

방통위는 지난달 28일 방문진 등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계획안을 심의·의결했다. 기존 방문진 이사진은 문재인정부에서 임명돼 친야 성향이 강했다. 방통위 계획대로 방문진 이사가 관례에 따라 여당 6명·야당 3명 추천인사로 바뀌면 이사진 과반은 친여 성향이 돼 MBC 사장 등 경영진 교체가 가능해진다. 현 방문진 이사진이 선임한 안형준 MBC 사장의 임기는 지방선거(2026년 6월)가 있는 2026년 2월까지다.

이에 야권은 윤석열정부가 방송 장악을 시도 중이라며 반대했다. 또 공영방송 이사 규모를 줄이고 이사 추천권을 관련 직능단체에 부여하는 방송3법 등 공영방송 지배구조 변경과 방통위원 4명 이상이 출석해야 회의를 개의할 수 있게 하는 방통위법 개정안을 주장해왔다. 박찬대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2일 김 위원장을 두고 “방송장악 쿠데타에 대해 반드시 죄를 물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2~4일 본회의 기간에 방문진법 등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 사퇴로 방통위 사령탑 공백 위기는 사그라지는 분위기이지만 새 위원장 취임 때까지 방문진 이사진 교체작업 지연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김홍일 체제에서 8월12일 방문진 이사진 교체 및 이후 MBC 사장 교체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해왔다. 야권의 새 사령탑 선출 협조 여부도 미지수다. 민주당은 이미 김 위원장은 물론 이상인 부위원장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한 상태다.

정부는 방문진 이사진 물갈이가 지지부진할 경우 안 사장에게 불공정 방송 책임을 물어 교체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여권 관계자는 “MBC는 공정방송을 저해한 각종 보도로 벌점이 상당히 쌓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윤 대통령과 각별한 김 위원장 탄핵 강행을 예고한 것도 대통령실에 부담이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일 “헌재에서 (탄핵) 각하 결정이 나더라도 (문제점을) 따져봐야 한다. 명예로운 퇴직이 불가능하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윤희석 국민의힘 선임대변인은 “야당이 비이성적으로 김 위원장을 압박해 어쩔 수 없이 직을 내려놓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오주한 기자 jh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