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View] 염불보다 젯밥이 우선인 소공연 회장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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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수 생활경제부장·부국장대우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03 00:02:40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대한민국의 자영업자 수는 폭증하게 된다. 전대미문의 국가부도 사태가 터지면서 금융회사를 비롯한 각 기업들은 몸집 줄이기에 나섰고 수백만 근로자들은 직장을 잃고 자영업 시장에 뛰어들어야 했다.

일부는 치킨집에 일부는 중국집으로, 직장을 잃은 근로자들이 할 수 있는 자영업엔 한계가 있기에 가장 흔한 업종을 선택하며 호구지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었다. 간판 가게 사장님이 과로사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자영업자 수가 폭증하던 시절이었다.

자영업자의 폭증은 악덕 건물주들에게는 또 다른 재산 증식의 기회가 되었으며 그들은 법의 허점을 악용해 젠트리피케이션(기존 상인·원주민이 변두리로 내몰리는 것)을 일삼게 된다. 젠트리피케이션의 피해가 날로 증가하자 정부는 2002년 상가임대차보호법을 제정하고 2003년 실행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환산보증금이라는 악덕 조항이 삽입된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악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외환위기 덕택에 정권을 잡은 김대중은 당시 재경부 세재실장이던 김진표 전 국회의장의 제안을 받아 외환위기 타개책으로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을 내세웠고 이는 2003년 신용 대란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와 400만 명의 신용불량자를 양산하게 된다.

이 와중에 자영업자들은 신용카드 수수료(카드세)라는 또 하나의 세금(?)을 부담해야 했는데 연 이자율로 환산하면 70%를 웃도는 고금리에 해당한다.

지금으로부터 불과 20년 전의 일들이다. 당시는 소상공인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할 때였고 자영업자들이 맞닥뜨려야 하는 불합리한 제도는 오로지 상가임대차와 카드수수료 문제뿐이던 시절이다.

20년이 지난 오늘날에는 자영업자를 대변하는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가 법정 단체로 자리매김하고 있을 뿐더러 소공연 회장 출신 국회의원을 두 명이나 배출해 내는 어엿한 이해 집단이 되어 있다.

소공연은 6월28일 이사회를 개최해 차기 회장을 선출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고 선거일은 8월29일로 잡혀 있다. 전임 회장이 국회의원에 출마하면서 공석이 된 회장 직책은 유기준 수석부회장이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상황이다.

소상공업계는 지나 온 4년여 시간 동안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며 겨우 목숨만을 부지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비단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메르스 사태나 조류독감·구제역 등 전염병이 발생하게 되면 그 여파를 온몸으로 받아내야 하는 것도 소상공인이다.

아울러 정보통신의 발달로 유통 환경이 급변하면서 소상공인의 설 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2020년 초 불어닥친 코로나19는 2년여 기간 동안 수많은 소상공인의 생계를 앗아갔다. 코로나19의 위기가 지나가면서 숨을 좀 쉬는 듯 했으나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삼중고가 소상공인의 시름을 깊어지게 하고 있다. 겨우 목숨을 부지하며 연명했던 소상공인 대부분이 코로나19 때에 버금가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더해 각종 대형 이커머스 업체들의 출현은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단계를 넘어 일부 업종은 아예 소멸시켜 버리는 단계에까지 이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소상공업계의 이해를 대변할 소공연의 새로운 회장을 선출하는 선거가 60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소상공업계의 이해를 충실히 대변할 인물을 뽑기보다 전임 회장 두 명이 국회의원이 되었다는 사실로 인해 소공연 회장 선거가 차기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선거로 변질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소상공업계의 정치판은 여의도 정치판을 찜쪄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온갖 권모술수와 배신이 난무하는 판이다.

그런 판에서 이합집산이 벌어지며 서로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하는 모양새를 보이며 각자의 이권 챙기기에 혈안일 뿐 당면한 소상공인의 고통 해결 방안 모색은 뒷전인 모습이다.

2년간의 잠복기를 거친 코로나19 대출은 대규모 채무불이행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소상공인의 밥줄을 호시탐탐 노리는 재벌기업들은 약간의 틈만 보이면 소상공인의 밥그릇을 빼앗기 위해 혈안인 상태다. ‘밥술깨나 뜨는 사람들’이라는 해괴망측한 논리에 의해 생성된 상가임대차법의 환산보증금 규정은 법 제정 20년이 흐른 지금에도 현재진행형이고 매 3년마다 돌아오는 카드수수료 재산정 문제는 현안에서 저만치 벗어나 있는 상황이다.

전임 회장 두 명의 국회 입성 때문일까? 오는 8월 소공연 회장에 나서겠다고 하는 인물들에게 소상공업계의 현안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금배지만 보이는 모양이다. 물밑으로 움직이며 내 편 네 편 편가르기만 할 뿐 소공연 회장에 당선되면 소상공업계의 당면 과제에 대한 해결 방안은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구동성으로 ‘금배지에 관심 없다’고 한다.

회장 선거를 앞둔 소공연 내부의 움직임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역대 소공연 회장 선거의 갖은 악습을 다 합해도 현재 선거판의 절반도 못 따라가지 싶은 형국이다.

2018년 8월 광화문으로 몰려나온 수만 명의 소상공인들이 “나도 대한민국 국민이다”를 외쳤던 집회는 소상공인의 계급화를 선언했던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현재 그날의 외침이 금배지를 갈망하며 권모술수를 일삼는 일부 인사들의 일탈로 퇴색되는 것 같아 씁쓸할 따름이다.

김흥수 생활경제부장·부국장대우 khsoo@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