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근칼럼] 트럼프 유죄 판결은 美대선과 무관하다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전문가칼럼

이춘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6-11 06:31:30

5월30일 미국 뉴욕 맨하탄 법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유죄판결을 받았다.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리기 3일 전인 7월11일 형량을 선고한다고 한다. 미국 역사상 첫 번째 범죄자 대통령이 된 것이며 적어도 우리나라 주류 언론의 보도만을 본다면 트럼프의 재선은 ‘물 건너간 일’이다. 대한민국의 여론은 이상하게도 좌우를 막론하고 트럼프에 대해서는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한편 노망기가 완연한 조 바이든에 대해서는 대단히 우호적이다.

한국의 좌파 세력이 트럼프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그가 문재인 대통령과 극단적으로 대립적이었던 동시에 베트남 하노이 회담장을 박차고 나옴으로써 북한 김정은을 모독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반면 한국의 보수 세력이 트럼프를 비난하는 것은 ‘김정은을 추켜세웠고’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올려 달라’고 했으며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겠다고 협박했다’는 등의 사실 때문이다.

모두 다 정확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편견이다. 그럼에도 트럼프에 관한 부정적 편견은 올바른 판단과 대책을 세울 수 없게 한다. 유죄 판결 이후에도 차기 미국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대단히 높은 트럼프를 계속 비난만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우선 미국 대선에 대한 정확한 자료가 필요하다. 트럼프가 유죄판결을 받은 사건은 그가 대통령에 당선(2016년 11월)되기 훨씬 전인 2006년에 일어났다. 더욱이 사실 여부 자체가 불확실한 성 관계 입막음 사건이다. 트럼프가 ‘돈을 써서 입막음하려’했는데 돈을 쓴 방식이 불법적이었다는 게 죄목이다.

성 관계 혹은 입막음 노력은 도덕적 타락일 수는 있어도 범죄가 되지는 않는 모양이다. 트럼프가 대선에 다시 출마하지 않았더라면, 특히 그가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을 앞서지 못했더라면 전혀 존재하지도 않았을 사건이다.

범죄 사건이라지만 피해자가 없는 사건이다. 고발자는 맨해튼 지방 검사 알빈 브랙(Alvin Bragg)이다. 브랙은 선거유세 당시 당선되면 반드시 트럼프를 기소하고 처벌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던 사람이다. 미국은 검사를 선거로 뽑는다. 트럼프를 유죄로 판결한 판사 역시 적극적인 민주당 지지자였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미국 사람의 다수(48 대 44)는 이번 판결을 정치적인 사건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판결 결과는 트럼프의 대선 가도에 아무런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수많은 민초와 재벌이 트럼프에게 헌금하기 시작해 유죄판결 3일 만에 2억 달러가 걷혔다. 트럼프가 그런 사람일 줄 몰랐다며 지지를 접은 사람도 일부 있지만 트럼프가 억울하게 고생하고 있다고 보아 그를 지지하기로 결심한 사람이 더 많다.

메일 온라인 조사에 의하면 ‘지지 철회’ 16%·‘지지로 선회’ 22%로 지지자가 6%나 늘어났다. 오차 범위를 넘은 의미 있는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유죄판결 직후 시행된 4개의 여론조사 중 3개에서 트럼프의 지지율이 오히려 상승했다. 오로지 한 곳 즉 로이터-입소스 조사만이 트럼프 지지율이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당연히 한국에 가장 널리 소개된 여론조사다.

미국 내에서 청취율이 가장 높은 폭스TV는 판결 이후 ‘트럼프를 지지할 가능성이 줄었다’ 11%·‘지지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15%·‘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 74%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우리 언론은 거의 소개하지 않았지만 폭스뉴스는 미국의 시사 프로그램 시청률 1~6위를 독점하고 있는 영향력 있는 방송이다.

4월 시청률 순위 평가에서 폭스뉴스는 197만9000이었고, CNN은 62만4000이었다. 폭스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극단적으로 편파적인 CNN은 ‘클린턴 방송(ClintonNewsNetwork)’ 또는 ‘공산당 방송(Communist News Network)’으로 불린다. 따라서 CNN을 세계 최고의 권위 있는 방송으로 알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세계 정치 또는 미국 정치에 대한 관점은 외눈박이가 되고 말았다.

1991년 무명의 지방 정치인 빌 클린턴을 대통령으로 만들었고 이후 클린턴 행정부에서 백악관 전략가로 활약한 딕 모리스(Dick Morris)라는 유명한 선거 전략 및 분석가가 있다. 그는 2016년 여름 모두가 힐러리 클린턴이 차기 대통령이 될 것임을 확신하고 있을 때 트럼프의 당선을 예측했고, 2022년에는 트럼프의 복귀도 예측했다. 미국의 여론조사가 민주당에 편향적으로 유리한 엉터리 조사이기 때문에 트럼프-바이든이 박빙처럼 보인다고 비판한 딕 모리스는 트럼프 유죄판결 직후 “그래도 트럼프가 이길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춘근 필진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