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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작품으로 초기부터 대중적인 성공을 거뒀던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글쓰기는 1960년대 후반에 들어 본격화되기 시작한다. 뒤라스의 글은 전통적인 소설의 논리에서 벗어나 충동과 공허로 이루어진 미지의 영역으로 한층 깊숙이 빠져든다. 변화에 당황한 독자들의 반응과 비평가들의 몰이해에도 뒤라스는 자신의 글쓰기가 결정적인 전환점을 지났다는 것을 인식했다.
장승리 시인의 번역으로 출간된 ‘사랑’은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놓인 작품이다. 뒤라스는 이 작품과 더불어 비슷한 배경을 공유하는 ‘롤 베 스타인의 환희’ ‘갠지스강의 여인’ 등 세 작품을 쓰며 비로소 글쓰기를 시작한 것 같다고 고백한 바 있다.
‘사랑’은 뒤라스가 본격적으로 영화 작업에 매진하기 직전에 쓰였다. 소설적 글쓰기의 가장자리에서 탄생한 듯한 이 작품은 바다를 배회하는 익명의 인물들을 아득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인물들은 스스로를, 상대방을 그리고 방금 경험한 일들을 끊임없이 망각하는 동시에 그 망각 속에서도 결코 잊히지 않는 기억을 스스로 되감기는 파도처럼 되풀이한다. 이때 ‘사랑’은 과거 이 인물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보다 그것이 현재로 끊임없이 소환되며 ‘지금 이곳’에 남은 이들에게 어떻게 다시 경험되고 감각되는지를 전달하는 데에 집중한다.
“글을 쓴다는 것, 그것은 지성의 시간에 있지 않다는 것이죠.”
“글쓰기라는 불가사의가 앞으로 나아가지요.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앞으로 나갑니다. 나는 내가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해요.”
어디로 가는지가 중요한가? 나아간다는 사실 만으로 삶은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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