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TV ‘무속 예능’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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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재만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08 00:02:30

무속이 방송과 영화의 소재로 정착되면서 자극적인 면이 부각되고 있다. 오컬트 영화에서는 무속인이 화가 나거나 분노에 찬 목소리로 대사를 읊는다. TV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아름다운 미혼 여자 무당이 짝을 찾는다. 자극적이어서 시선이 갈 수밖에 없다. 이 외에도 무속은 시청률을 유인하는 훌륭한 미끼 역할을 하고 있다.

화성에 탐사선을 보내고 원자보다 작은 소립자를 발견할 만큼 이성의 발전이 눈부신 시대에 우리 사회는 거꾸로 무속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는 것처럼 보인다.

원인으로 삶에 대한 불안감을 꼽을 수 있다. 보통의 경우 삶에 대해 자신이 있을 때는 누군가를 찾지 않는다. 그러다가 삶이 불안해지거나 힘겨워지면 많은 이들이 스스로의 행동을 신뢰하기보다는 초월적 존재를 찾게 된다.

그 증거로 유튜브와 SNS를 타고 개설되는 무속인들의 채널을 들 수 있다. 수요가 늘면 공급 역시 증가하는 것처럼 젊은 무속인을 중심으로 온라인 활동이 늘고 있다. 그들의 일은 대개가 비슷하다. 잘될 것이라는 식의 응원하기 아니면 안 좋은 일을 미리 막아야 한다며 주의를 당부하는 식이다.

우후죽순처럼 증가하는 무속인들이 진짜 신내림을 받은 무당인지 단지 신내림 받은 척만 하는 것인지 객관적으로 검증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무속은 우리 민족과 역사를 함께한 민간신앙이다. 무속의 유구한 역사는 유물로도 나타나고 있다. 1971년 전남 화순 대곡리에서 기원전 3~4세기 무렵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청동검과 청동방울·청동거울이 발견됐다. 이는 당시 무당들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거나 마을 굿을 할 때 사용하던 무구로 무당이 나라를 다스리던 제정일치 사회의 증거라고 할 수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과 국립민속박물관 자료에 따르면 고려시대 후기인 12세기 문신 이규보가 지은 ‘동국이상국집’에는 개성에서 무당이 추방당하는 것을 보고 지은 시 노무편(老巫篇)에 당시의 무속을 엿볼 단서가 실려 있다.

이규보는 시편을 통해 여자 무당을 무당이라고 칭하고 남자 무당을 박수로 구별했다. 신이 내려서 신통의 힘으로 점을 치고 예언하는 강신무의 특징도 드러난다. 또 신당을 꾸미고 집안 사람들의 수명·자손·운명·농업 등을 관장하는 제석신과 북두칠성을 신격화한 신으로 인간의 생노병사와 수명을 관장하는 칠성신 그리고 굿을 주관하는 무당인 성관 등의 그림을 걸어 둔 광경 등을 묘사했다.

그러면서 시는 무속을 혹세무민하는 미신으로 여기고 선비들에게 이를 가까이하지 말도록 경고하고 있다.

이규보가 무속의 악영향을 꼬집은 것을 보면 당시 무당의 모습이 현재와 다르지 않았던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한민족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명맥이 끊기지 않고 무속의 원형이 지금도 전해져 내려온 것에 대해서는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대표 무당이었던 김금화(1931~2019) 씨는 국가무형문화재 제82호 서해안 배연신굿 및 대동굿 기·예능 보유자였다. 생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무속의 일부인 굿에 대해 “아주 뒤숭숭하고 산란하고 우환이 끓고 그럴 때 굿은 정화의 도구이자 종합 예술”이라고 정의했다.

정신의학이 등장하기 전 무속은 마음을 치유하는 역할을 맡았다. 죽은 자가 미처 하지 못한 말을 무당의 입을 통해 산 자에게 전해 주는 중간자 역할을 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대동굿으로 공동체의 안녕을 빌어 주기도 했다.

무속은 길흉화복을 점침으로써 마음이 불안하거나 힘들 때 가라앉히거나 위무해 주는 치유 기능을 분명 갖고 있다. 그러나 혹세무민으로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온 게 사실이므로 방송사에서 무속을 소재로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엄재만 jmeo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