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비지떡 요금제’ 만든 통신비 인하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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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4-08 00:02:30

우리나라 속담 중에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있다. 비지떡을 먹어 본 적은 없지만 이런 속담이 있는 걸 보면 비지떡이 어지간히도 맛이 없는 것 같다.

당신이 떡을 파는 상인이라고 생각해 보자. 어느날 높으신 분들이 찾아와 손을 꼭 잡고 요즘 떡 값이 너무 비싸서 서민들이 먹고살기 힘드니 3000원짜리 떡을 판매해 달라고 부탁한다. 직접적으로 말은 안 하지만 3000원짜리 떡을 안 팔면 불이익이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원래 팔던 떡 가격을 내려서 3000원짜리 떡을 파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사람들이 잘 살 것 같지도 않고 원가도 저렴한 비지떡을 3000원에 파는 것이 나을까?

떡의 원가나 자기 주머니 사정과 상관없이 후자를 선택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어쨌든 3000원짜리 떡을 출시했고, 나도 요즘 힘든데 다른 떡까지 가격을 깎으면 뭘 먹고 사느냐고 하면 그만이다. 비싼 떡을 팔아서 얼마나 남는지 물어보면 영업 비밀이라 알려줄 수 없다고 하면 된다.

이 비유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통신사 3만 원대 5G 요금제에 적용해 보자. 최근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에 따라 통신 3사가 출시한 3만 원대 5G 요금에 대한 불만이 많다. 제공하는 데이터가 4~6GB로 너무 적고 제공 데이터를 소진한 뒤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데이터 이용 속도도 400Kbps로 너무 느리다는 것이다.

1GB당 요금도 더 비싼 요금제에 비해 훨씬 더 높기 때문에 통신비를 줄이고 싶으면 3만 원대 5G 이용제를 쓰기보다는 LTE를 이용하는 것이 더 낫다고 느껴진다. 말 그대로 값싼 비지떡이 출시된 셈이다.

한편 3만 원대 요금제가 출시되면서 통신사들의 실적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존 이용자들이 3만 원대 상품을 쓰기 시작해서 매출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먼 옛날 와이파이 도입 반대부터 시작해서 최근 중간 요금제 출시까지 통신사 실적이 하락한다고 매번 우는소리를 했어도 2023년 통신 3사 영업이익 합계가 또 4조 원을 넘어선 것을 보면 정말로 큰 타격일까 싶기는 하지만 아무튼 그렇다.

이를 두고 통신사가 과도한 요금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지만 정말로 폭리를 취하고 있는 건지는 관련 자료가 공개되지 않았으니 알 수 없다. 통신사가 욕은 좀 먹겠지만 그렇게 욕을 먹으면서도 여전히 잘나갔기 때문에 욕을 한다 해서 큰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통신사의 탐욕이 아니다. 정부는 통신사에 3만 원대 요금제를 출시해 달라고 하면서 이렇게 될 줄 몰랐느냐는 것이다. 공산국가나 전제정치 국가처럼 통신 요금을 강제로 내리지 않는 이상 3만 원대 요금제를 내더라도 다른 요금제보다 서비스 품질이 떨어지리라는 것은 당연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만약 저가형 통신 요금제로 통신사 실적이 어려워진다면 당연히 서비스 품질을 떨어뜨리는 방법을 찾을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기 때문에 굳이 소비자를 위해 가격을 내릴 필요는 없다. 고객이 비싼 요금을 내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나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말 국민을 위해 저렴한 가격의 질 좋은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게 하려면 압박이나 부탁이 아니라 통신사가 요금을 내리는 것이 더 이득이 되는 환경을 만들어서 통신료 인하를 유도해야 한다. 자유시장경제 체제에서 경제 정책을 편다면 그것이 당연한 이치다.

통신비가 비싸다고 하니까 일단 통신 3사 관계자를 앉혀 놓고 가격을 내리라고 하는 것은 너무 아마추어 같은 발상이다. 진정 효과를 보기 원한다면 정부가 더 고단수가 돼야 한다.

양준규 기자 jgy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