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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8조 원 규모의 대형 국책 사업인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이 2년 넘는 표류 끝에 ‘지명경쟁입찰’ 방식으로 추진된다. 이에 따라 기본설계를 수행한 HD현대중공업과 개념설계를 수행한 한화오션이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권을 두고 정면 승부를 펼치게 됐다.
방위사업청은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제172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를 열고, KDDX 사업 추진 방안을 지명경쟁입찰로 만장일치 의결했다고 밝혔다. 당초 방사청은 수의계약, 경쟁입찰, 공동설계 등 세 가지 안을 검토했으나, 최종적으로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경쟁입찰 방식을 선택했다.
KDDX는 선체부터 이지스 체계까지 순수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첫 국산 구축함 사업이다. 총 사업비 7조 8,000억 원을 투입해 6,000t급 ‘미니 이지스함’ 6척을 확보하는 것이 골자다.
통상 함정 건조 사업은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관례상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까지 수의계약으로 이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 사업은 기본설계를 맡았던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과거 군사기밀 유출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지난 5일 윤석열 대통령이 “군사 기밀을 빼돌려 처벌받은 곳에 수의계약을 주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공정성 체크’를 지시한 것이 결정적 변수가 됐다. 방사청 관계자는 “경쟁을 통해 공정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이번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관례’ 대신 ‘공정’ 택한 방추위
전력화 공백 우려 해소가 관건
방추위 의결에 따라 방사청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기본 계획을 재작성한 뒤 다시 방추위 승인을 거칠 예정이다. 이후 내년 1분기 중 제안요청서를 발송하고 입찰 공고를 낼 계획이다. KDDX는 국가 보안과 직결된 방산 물자인 만큼, 지정업체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두 곳만이 입찰에 참여하는 ‘지명경쟁’ 형태로 진행된다.
HD현대중공업은 이미 수행한 기본설계의 연속성과 기술적 우위를 강조할 것으로 보이며, 한화오션은 개념설계 경험과 공정성을 무기로 역전승을 노릴 전망이다.
사업 방식은 확정됐지만, 2년 넘게 사업이 지연되면서 해군의 전력화 공백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해군이 운용 중인 광개토대왕급 구축함 등 노후 함정들이 2028년부터 퇴역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방사청은 전력화 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해 늦어도 2026년 말까지는 최종 사업자를 선정해 계약을 체결한다는 방침이다. 선도함 인도는 2032년 말로 계획되어 있으며, 이후 후속함의 통합 발주 등을 통해 전체 6척의 인도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겠다는 구상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내년 말까지 계약을 완료하는 것이 목표”라며 “해군 전력화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업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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