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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출근길 풍경의 일부였던 던킨도너츠는 여전히 국내 도넛 프랜차이즈 선두권 브랜드로 꼽힌다. 매장 수는 700곳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외형상 시장 존재감도 크다. 브랜드 안쪽을 들여다보면 다른 신호가 포착된다.
신규 출점은 둔화됐고, 계약 만료 시 재계약을 포기하거나 매장을 정리하는 점주들이 늘고 있다. 눈에 띄는 집단 행동은 없지만, ‘조용한 이탈’이 누적되는 흐름이다.
프랜차이즈의 건강성을 가르는 기준은 한 시점의 매출이나 매장 수가 아니다. 던킨을 새로 선택하려는 창업자는 줄어드는 반면, 기존 점주들은 갈등을 공개화하기보다 정리라는 선택지를 택는 맥락이 중요하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경기 침체의 결과라기보다, 브랜드 신뢰와 수익 구조에 대한 점주들의 판단이 반영된 결과로 보고 있다.
던킨의 국내 성공은 IMF 외환위기와 맞물려 만들어졌다. 1983년 첫 진출은 실패로 끝났지만, 1994년 SPC그룹 계열 비알코리아를 통해 재진출한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소자본 창업 수요가 폭증하던 1990년대 후반, 던킨은 ‘안정적인 프랜차이즈’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셀프 진열 방식, 쌀도넛과 찹쌀 모찌 등 현지화 메뉴, 커피 강화 전략은 빠른 외형 성장을 이끌었고 2000년대 중반 매장 수는 500개를 넘어섰다.
성장가도 속 커피 비중을 확대하며 종합 카페 브랜드로 확장한 전략은 동시에 정체성 논란을 낳았다. 외형 성장과 달리 가맹점 체감 수익성은 높지 않다는 인식이 점주들 사이에서 퍼지기 시작했다. “많이 팔아도 남는 게 적다”는 평가가 이 시기부터 반복적으로 나왔다.
결정적 전환점으로 지목되는 사건은 2021년 위생 논란이다. 경기도 안양 생산공장의 비위생적 실태를 담은 내부 제보 영상이 공개되며 브랜드 신뢰가 크게 흔들렸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 결과 일부 생산 시설에서 위생관리 기준 위반이 확인됐고,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다. 매출 감소와 거래 취소의 충격은 현장에서 가맹점이 직접 감당해야 했다.
사태 이후 본사는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이를 ‘특별지원’으로 명명한 점을 두고 점주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제기됐다. 위생 문제의 책임 소재가 본사에 있다는 인식과 달리, 지원이 시혜처럼 비쳤다는 것이다. 현금성 지원 규모와 폐기 보전 기간도 제한적이었다. 이 과정에서 던킨 점주단체가 처음 결성됐다.
위생 논란은 가맹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로 이어졌다. 재고 반품이 제한되고, 일부 품목만 부분 보전되는 구조에서 매출이 줄수록 점주의 부담은 커진다. 여기에 본사 공급 제품이 외부 유통 채널에서 더 낮은 가격에 판매되는 사례가 알려지며, 점주들 사이에서는 “본사가 파트너가 아니라 경쟁자처럼 느껴진다”는 말도 나왔다.
던킨은 로열티 0% 구조를 내세운다. 그러나 점주들은 이 구조가 반드시 유리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로열티 대신 필수 품목과 설비, 원부자재 공급 단계에 마진이 붙는 구조에서는 가맹점 매출과 무관하게 본사가 수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던킨이 매출 기반 로열티 구조를 통해 가맹점 매출 증가와 본사 수익을 연동시키는 것과 대비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2년 위생 논란 이후 본사와 점주단체 간 상생협약이 체결됐지만, 점주단체 측은 이행 속도가 더뎠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인 배상 기준과 일정이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점주들은 문제 제기 대신 출구를 선택했다. 가맹점 수 감소는 그렇게 누적되고 있다.
이에 대해 SPC 측은 위생 논란 이후 생산시설 관리 기준을 강화하고 정기 점검 체계를 고도화하는 등 재발 방지 조치를 시행해 왔다는 입장이다. 가맹점 지원과 관련해서도 계약과 절차에 따른 조치를 진행하고 있으며, 상생 프로그램과 ESG 경영 강화를 통해 가맹점과의 신뢰 회복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한다. 일부 쟁점 사안에 대해서는 법적·제도적 해석의 차이가 있는 만큼, 사실관계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프랜차이즈의 지속 가능성은 선언이 아니라 구조에서 판가름 난다. 던킨의 현재는 한 브랜드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프랜차이즈 산업이 안고 있는 질문을 조용히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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