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의 마지막 달, 청년 지인의 초대가 있었다. 살뜰하게 가꾸어진 인테리어와 실용적이면서 아름다운 가구들이 조화로운 집이었다. 갸름한 식탁에는 버너와 전골냄비, 각종 소스와 재료들이 소담하게 올려져 있고, 늙다리인 나를 위한 편안한 경로 의자도 준비되어 있었다. 냄비 위 연기처럼 우리들의 이야기가 피어올랐고, 육지 생물과 바다 생물이 채소와 어우러진 국물처럼 우리들의 마음이 얽히고설켜서 진해졌다. 몸과 마음이 모두 뿌듯한 행복한 시간,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앞둔 잔치, 파티였다.
중국 춘추시대 왕들도 잔치를 아주 즐겼다. 물론 그들의 머릿속에는 부국강병책으로 강성한 나라를 만들어 이웃 나라를 병합할 생각으로 가득했지만, 틈틈이 파티를 열어 스트레스도 풀고 신하들과의 우의도 다졌을 것이다. 이 왕들, 제후들은 국가 운영을 위한 지략을 얻고자 학자들을 우대했다. 당시 대접받던 인기 학자 중 한 사람은 맹자였다. ‘맹자’의 첫 구절은 춘추시대 제후들의 고민과 스승으로서의 맹자의 입지가 분명하게 나타난다.
먼 곳에서 찾아온 맹자에게 양나라 혜왕은 이런 질문을 던진다. “우리나라를 이롭게 할 방도를 일러 주십시오!” 물론 맹자는 이 첫 질문에 휘말리지 않는다. 그는 혜왕을 설득하여, 이득을 따지면 나라가 망하니 대의와 명분을 세우는 것이 우선임을 설파한다. 학생 때 맹자를 배우고 익히면서 이 대학자의 융통성과 언변에 놀라고 또 놀랐다. 많은 제후가 그에게 지혜를 물었고 딴지도 걸었다. 배우는 자의 매력 중 하나는 선생님에게 딴청을 하고 게으름도 부리는 것 아닐까.
많은 제후 중 맹자 선생님과 크게 한 판 붙은 학생은 누구였을까? 나는 그가 제나라 선왕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는 AD 5년 연나라에 내란이 일어난 틈을 타 병사를 일으켜 연나라를 점령했으나 저항이 거세지자 철군했다. 8년에는 초나라와 연합해 진·한·위나라에 대항하여 전쟁을 벌였지만 대패했다. 이후 아버지 위왕의 뒤를 이어 직하에 학궁을 설치하여 학자를 초빙하여 강학하고 토론했다.
‘사랑의 정치’를 가르치는 맹자에게 그는 이렇게 물었다. “선생님 말씀대로 따르면 참 좋겠지만 저는 파티를 매우 좋아합니다. 이걸 어쩌면 좋습니까?” 솔직한 듯하면서도 반항기가 다분한 말이다. 맹자의 대답은 이랬다. “왕께서 파티를 즐기시는 그 마음은 나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좋은 임금이 되실 수 있는 가능성이지요.” 어리둥절한 학생에게 맹자는 덧붙인다. “사람의 마음은 모두 같습니다. 왕께서 파티를 좋아하시면 백성들도 파티를 좋아하겠지요. 백성들도 즐겁게 살 수 있도록 해주시면 됩니다.”
선왕의 표정은 어땠을까? 그는 기가 막혀 아무 말도 못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왕에 시작한 반항, 선왕은 한 번 더 끼를 부려본다. “선생님, 그게 다가 아닙니다. 저는 여자와 사랑하는 것도 아주 좋아합니다.” 맹자의 대답은 자연스럽다. “왕이시여, 당연한 일 아닙니까? 백성들의 마음도 똑같지요. 부부간에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마음 편히 살 수 있게 돌보아 주시면 됩니다.”
이것이 ‘여민동락’이란 성어(成語)가 탄생한 배경이다. 연말이다. 파티도 사랑도 권장되는 시기이다. 이웃을 보듬어 함께한다면 얼마나 멋질 것인가! 나의 청년 지인처럼 말이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