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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정부가 비무장지대(DMZ) 내 군사분계선(MDL) 기준선 재설정을 위한 남북 군사회담을 공식 제안했다. 이재명 정부 들어 처음으로 이뤄진 남북회담 제안으로, 최근 유실된 MDL 표식물 문제로 북한군의 우리 측 영역 침범이 잦아지면서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커진 데 따른 조치다.
김홍철 국방정책실장은 17일 발표한 담화를 통해 “북한군이 DMZ 내 전술도로·철책·지뢰 작업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MDL을 넘어 우리 지역을 침범하고 있다”며 “군은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으로 대응하고 있으나 긴장이 누적되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가 공식적으로 MDL 기준선 협의를 제안한 것은 표식물 유실로 남북이 인식하는 경계선이 서로 달라진 현실적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1953년 정전협정 직후 DMZ에 500m 간격으로 설치된 1200여 개의 MDL 표식물은 이후 1000여 개가 유실돼 현재 약 200개만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1973년 유엔군사령부가 보수 작업을 시도하던 중 북한군 총격을 받으며 복구가 중단된 이후, 남북 간 경계 인식 차는 더 벌어져왔다.
김 실장은 “우발적 충돌 방지와 긴장 완화를 위해 회담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구체적 일정과 장소는 판문점을 통해 협의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현재 남북 군 통신선이 모두 끊겨 있어 회담 제안은 유엔군사령부–북한군 채널을 통해 전달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번 제안이 단순한 기술적 조정의 의미를 넘어, 단절된 남북 소통 창구를 복원하려는 시도라는 점을 숨기지 않는다. 그러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23년 말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이후 북한은 모든 대화 제의를 일절 거부하고 있어, 실제 회담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통일부도 “DMZ 내 군사적 긴장이 높아진 상황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사고 예방과 긴장 완화”라며 “북측의 적극적인 호응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남북 군사회담은 2000년 이후 국방장관 회담 2회, 장성급 회담 10회, 실무회담 40회 등 꾸준히 이어졌으나 2018년 10월 열린 제10차 장성급 회담 이후 7년 넘게 중단된 상태다. DMZ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는 가운데, 이번 정부 제안이 사실상 끊긴 남북 군사대화를 재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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