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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배송 전면 금지 방안을 둘러싼 논의가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에 부딪히면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대안 마련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 2차 회의가 5일 열렸으나 논란의 중심에 선 새벽배송 전면 금지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다음 회의로 넘어갔다.
정부와 여당, 노동계, 택배사,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이번 회의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제기한 ‘0시~5시 새벽배송 금지’ 안건을 중심으로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지만 현실성과 수용성에서 이견이 커 별도의 대안을 준비해 28일 다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지난 1차 회의에서 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조가 “야간 노동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규정한 발암 위험 요인”이라며 새벽배송 전면 금지를 주장한 이후 반발 여론이 빠르게 확산됐다.
택배기사 1만 명이 소속된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가 자체 설문을 실시한 결과, 참여 기사 2405명 중 93%가 새벽배송 금지에 반대했다는 결과가 확인되며 논의의 방향성을 뒤흔들었다. 업계에선 “정작 당사자인 다수의 새벽배송 기사가 반대하는 방안을 강행하는 건 정책의 정당성과 현실성이 모두 결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대 여론은 소비자와 소상공인으로도 확산되는 모양새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는 지난달 말 “새벽배송은 이미 생활 속 필수 서비스이며 이를 중단하면 농·축산물 공급망 차질과 소비자·소상공인 불편이 커질 것”이라며 공식 성명을 냈다. 식품·신선물류를 중심으로 한 중소 제조업체·납품업체의 매출 급감과 고용 축소도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반발을 의식한 회의 참석자들은 새벽배송 전면 금지 대신 안전과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한 ‘대안 마련’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국토교통부는 택배사들로부터 과로사 방지와 안전 확보 방안을 제출받아 검토한 뒤 이를 중심으로 다음 회의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선 근로시간 제한과 안전 배려, 휴식 보장 등에 대해 현실적인 기준을 세우는 대신 새벽배송을 유지하되 기사에게 충분한 인센티브와 선택권을 부여하는 구조 개편을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룬다.
특히 택배·물류업계 관계자들은 “새벽배송은 낮 시간 대비 평균 30~40% 높은 배송 단가와 교통·물류 효율성 덕분에 기사가 스스로 선택하는 근무 형태”라며 “단순 근로시간 규제보다 안전장비 지원 확대, 물류센터 내 휴식공간 개선, 하루 배송 물량 상한제 등의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장시간 노동이 새벽배송만의 문제가 아니라 택배업 전반의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택배업계 관계자는 “야간 배송을 금지한다고 해서 노동 강도가 줄어들지 않는 만큼 배송 단가 정상화와 표준계약서 도입 등 업계 전반의 수익 구조 개선 논의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도 법제화 논의에 신중론이 커지고 있다. 새벽배송 금지에 비판적 입장을 밝힌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근 “새벽배송은 이미 생활 서비스로 자리 잡았고 산업적 파급력이 크다”며 “정책 결정은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도 논평을 통해 “새벽배송 금지는 소비자 불편과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한 물류 스타트업 대표는 “새벽배송은 코로나19 이후 빠르게 대중화돼 2023년 기준 12조 원 시장을 형성한 산업”이라며 “노동권 보호는 필요하지만 비효율적 규제로 산업 경쟁력까지 잃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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