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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재정 지속 가능성의 가장 큰 압박 요인으로 비급여 팽창과 실손보험 연계가 지목됐다.
국회미래연구원은 3일 발표한 ‘건강보험 재정 지속가능성을 위한 비급여 및 실손보험 통제방안’ 보고서에서 비급여 의료서비스의 급속한 확대와 실손보험 연계가 맞물려 건강보험 재정을 압박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회미래연구원의 허종호 연구위원은 ”실손보험을 자주, 혹은 많이 수령하는 상위 9%의 가입자가 전체 보험금의 약 80%를 수령하는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면서 ”실손 지급보험금에서 비급여가 약 60%를 차지해 과잉 이용의 온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전체 의료비 133조 원 중 건강보험이 86조3000억 원(64.8%), 환자가 32조6000억 원(24.5%), 실손보험이 14조1000억 원(10.6%)을 부담했다고 밝혔다. 같은 해 비급여 진료비는 20조2000억 원으로 총 진료비의 15.2%를 차지했으며, 최근 13년간 약 2.5배 증가했다. 의료적 비급여 중심이던 과거와 달리, 미용성형·도수치료·수액치료 등 비의료적 항목 비중이 확대되면서 보장률은 60%대 중반에서 정체됐다.
의료 이용의 과다 문제도 두드러졌다. 국민의 연간 외래진료 방문 횟수는 15.7회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5.9회 대비 약 3배 못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도수치료의 경우 의료기관의 자율가격 체계 속에 전국 최고가와 최저가의 차이가 최대 62.5배에 달해 지역·기관 간 가격 격차가 비정상적으로 컸다. 보고서는 물리치료(급여)와 도수치료(비급여)를 한 번에 제공하는 ‘병행진료’의 예를 들며, 이 같은 사례들이 수익동기가 돼 불필요한 비급여 이용을 자극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제도적 원인으로 공·사보험 이원관리와 법령 간 괴리가 꼽혔다. 의료법의 ‘최선의 의료’ 원칙과 국민건강보험법의 ‘비용효과적 진료’ 원칙이 현장에서 충돌하고, 과거 저부담·저급여·저수가 전략 아래 비급여를 폭넓게 허용한 탓에 병행진료가 보편화됐다는 진단이다. 실손보험은 2003년 포괄주의(negative) 원칙으로 도입된 이후 공보험의 보장 공백을 메우는 대신, 비용 분담 장치가 약해 과다 이용 유인을 키웠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또 실손보험 구조도 재정 리스크를 키우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2023년 말 기준 실손보험 가입자는 약 3997만 명으로 국민건강보험 가입자의 약 77.7% 수준이며, 1·2세대 구형 상품 가입 비중이 64.4%에 이르렀다. 손해율은 작년 기준 1세대 97.7%, 2세대 92.5%로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3세대 128.5%, 4세대 111.9%로 적자 구간에 있었다.
허 연구위원은 “보장 범위가 축소된 3,4세대의 손해율이 더 높게 나타난 것은 1,2세대 가입자가 상당수 3,4세대로 갈아탄 영향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초기(1세대) 상품은 가입자의 유지 의지가 강한 반면, 보험사는 재매입 등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해당 계약 해지를 유도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분류의 단순화’와 ‘유인의 재설계’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비급여를 △의학적 필수 △삶의 질 개선 △필요성 낮음의 3단계로 나눠 각각 다른 통제수단을 적용하자고 제안했다. 필수 항목은 단계적 급여화로 관리하고, 삶의 질 개선 항목은 병행진료를 금지하며 실손은 선택·부가 서비스만 보장하는 ‘보충형’으로 전환한다. 필요성 낮은 항목은 가격·성과를 투명 공개해 시장 자율조정에 맡기고, 표준행위·표준가격 가이드라인, 본인부담 차등, 과다이용자 모니터링, 비급여 공시 강화를 함께 추진하자는 것이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급여 범위가 상대적으로 좁고 비급여 종류·범위가 많아 환자부담과 실손 의존이 심화한 만큼 공·사보험의 역할을 ‘기본보장 대 보충보장’으로 명확히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뒤따랐다.
보고서는 “비급여 3단계 분류·병행진료 금지·실손 보충형 전환·정보공개 강화”라는 일관된 원칙하에 공·사보험의 경계와 책임을 재설계해야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단기적 규제 강화와 함께 중장기적으로는 데이터 공시 표준화, 과다이용자 관리, 표준수가·표준행위 정비, 공·사보험 연계 거버넌스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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