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예산정책처가 정부의 대외정책과 연계된 예산사업 전반에 대해 국회의 통제와 비준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외교 합의가 재정지출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헌법상 절차가 명확히 작동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3일 예정처는 ‘2026년도 예산안 분석 시리즈’ 보고서를 통해 “한미 관세협상에 따른 대미 투자 규모가 향후 국가 재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헌법 제60조 제1항에 근거한 국회 비준동의가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외교 합의가 재정에 직접 연결되는 구조에 대한 첫 공식 분석이다.
보고서는 무역보험공사,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이 출연·출자하는 1조9000억 원 규모의 대미 투자지원 정책금융 패키지를 대표 사례로 들었다. 예정처는 “정부 간 합의가 재정 부담으로 전환되는 경우 국회의 승인 절차가 필요하다”며 “지원 대상과 시기, 규모를 명확히 설정하고 집행 기준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선·방산 분야 협력사업인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언급했다. 이 사업은 한미 간 해양안보 협력 확대를 위해 미국 현지 조선소에 한국 인력을 파견해 기술을 공유하는 계획이다.
예정처는 “현지 근무 인력의 비자 발급 등 행정 절차에 대한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며 “산업통상자원부와 방위사업청이 추진 중인 함정 유지·보수·운영(MRO) 지원사업 간 유사성이 높아 부처별 역할을 구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관련 예산은 전년보다 3.1배 증가한 10조1000억 원으로 나타났다. 예정처는 “사업 단위별 기준을 명확히 하고 중복 편성을 방지해야 한다”며 국가AI전략위원회와 예산당국 간 협의 강화를 요구했다. 정부가 엔비디아로부터 구매한 GPU와 관련해서는 “자원 배분과 사용 계획, 비용 산정 기준을 조속히 확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 예산은 1500억 원 증액됐다. 예정처는 “자치단체 재정 여건에 따라 지방비 분담률을 차등화하고 할인율 결정 권한을 지방정부에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북극항로 사업에 대해서는 “해양수산부가 중장기 로드맵 없이 예산안을 제출해 사업 간 연계성과 체계성이 부족하다”며 “장기 계획을 수립해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은 전년 대비 18.2% 감소했다. 예정처는 “2022~2025년 예산 확대에 따른 집행 부진과 사업 중복을 고려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예정처는 또 2025~2029년 동안 정부 부문의 경제성장 기여도를 연평균 0.5%포인트로 추정했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1.9%로 예상했으며 재정 확대와 완화적 금융정책이 내수를 견인하겠지만 미국의 관세정책이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밖에도 보고서는 정책펀드 조성, 산재보험급여, 청년자산형성 지원,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 사업, 의대 정원 확대 후속 조치 등 주요 재정사업을 검토 대상으로 포함했다. 예정처는 각 사업의 집행 효율성과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시했다.
지동하 예정처장은 “관세 분쟁과 내수 둔화 속에서 재정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운용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는 외교정책과 재정정책의 연계성에 대해 국회의 심의·통제 필요성을 공식 언급한 첫 사례로 향후 국회가 한미 관세 협상 등 대외정책의 재정 영향 검토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