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9º
습도 75%
광주 13º
습도 55%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수감 중인 윤석열 전 대통령을 17일 면회한 데 대해 여야가 또다시 눈을 부라리며 거친 말을 쏟아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사실상 불법 계엄과 탄핵을 부정하는 대국민 선포이자 극우 선동이라며 “위헌 정당 해산 심판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윤석열 정권의 불법 계엄과 내란으로 나라가 혼란에 빠졌고, 그 결과 헌법과 민주주의가 파괴돼 국가·민생경제가 어렵게 된 건 사실이다. 그런데도 장 대표가 ‘기도’와 ‘투쟁’이라는 이름으로 서울구치소를 찾아간 것은 헌법 질서를 유린한 정권의 망령을 다시 불러내고 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장 대표는 “당대표 경선 기간 대표로 당선되면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겠다는 약속을 실천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당대표 경선 때나 지금이나 강성 당원들 지지를 받겠다는 협량한 정치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을 자초하고 있다.
그렇다고 더불어민주당의 대야 강공책이 여론의 지지를 받는 것은 아니다. 정청래 대표가 8월 초 당대표로 선출된 이후 초지일관 강공 드라이브다. 정 대표는 검찰·사법·언론 개혁을 하겠다며 초단기로 밀어붙여 야당은 물론 다수 중도층까지 등 돌리게 하고 있다. 오죽하면 대통령실에서 속도 조절론이 나왔겠는가.
민주당 강경파가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 등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대통령실은 불편한 분위기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 중도·실용을 앞세워 지지율 60%를 유지하고 70%까지 가는 게 목표였는데 당이 ‘산통(算筒)’을 엎어버리고 있다는 불만이다.
정청래 대표를 향한 댓글 민심도 변하고 있다. 최근 유튜브 영상과 게시물에는 “사욕에 눈먼 당대표가 이재명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청래·추미애 강경파 때문에 대통령이 안 보인다” “조용히 개혁해도 국민은 다 알아준다” “여당이 방해만 하고 있다” 등 악플이 달렸다. “강성 당원들의 눈치만 보고 거칠게 운영하는 사람들이 대표이고 법사위원장이니 걱정스럽다”는 등 당을 바라보는 내부의 우려 목소리도 세를 얻고 있잖은가.
특히 제1야당 존재를 아예 무시하며 독선·독주하는 추미애 법사위원장을 향한 비판도 거세다. 상임위원장을 두 번 하는 경우가 없었던 데다 6선 의원치고는 거칠기 짝이 없을 정도로 상임위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한 달여 전 민주당 상임고문단이 “지나치면 안 된다” “집권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해선 안 된다. 윤석열 정부의 파멸 원인은 정치 실종”이라고 쓴소리를 한 바 있지만 별 무반응이다.
민주당은 윤석열이라는 1인 지도자의 시대역행적 친위 쿠데타 시도를 국민의힘 해산 추진 같은 ‘야당 말살’의 구실로 삼아선 안 되고, 국민의힘은 ‘탄핵의 강’을 건너 보다 합리적 보수, 개혁적 보수의 길을 걷길 바란다.
현재의 여야 대립이 지속되면 정치 위기 이상의 국가 위기까지 초래할 수 있음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힘으로 통제 불가능한 3고(고환율·고금리·고물가) 여파로 내수에도 비상등이 켜진 지 오래다. 미국과 중국 간 경제·기술·안보 패권전쟁 영향이 한국에도 전달되면서 경기침체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정파를 초월해 국난적 위기를 극복하는 여야의 상생 정치가 절실하다. 민주주의는 대화와 타협 없이 존립할 수 없다는 사실을 여야 정치인 모두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 여야가 민주주의 이념과 가치를 외면한 채 극소수 강성 팬덤에 볼모로 잡혀 대립을 계속한다면, 국민의 기성 정치인 모두를 향한 혐오만 커지고 소중한 우리 시대는 암흑기로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