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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노 킹스’(왕은 없다) 시위가 눈길을 끈 가운데 관세 문제관련 뉴스에 더 눈길이 쏠렸다. ‘관세 문제에 어떤 예외도 없다’던 입장에서 조금씩 후퇴 움직임을 보인다는 평가가 나왔기 때문이다. 18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트럼프가 지난달 여러 품목을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고 교역국들과 무역협상 타결 시 농산물부터 항공기 부품에 이르는 수백개 품목을 관세에서 면제하기로 한 사실을 들어 이렇게 평가했다.
특히 트럼프 팀의 사법리스크 회피 노력을 이들에 익숙한 소식통을 인용해 기사에서 WSJ이 주목했다. 만의 하나, 연방대법원에서 상호관세가 위헌 판결을 받을 경우도 대비하는 차원이면서 개별 추구 협상을 통한 실질적 효과를 노린다는 것이다. 행정부가 연방대법원 소송에서 질 경우 상호관세가 금지되면서 그간 징수한 상호관세 상당액을 환급해야 할 수도 있다.
트럼프는 지난달 행정명령에서 금·LED 전등, 특정 광물·화학물질, 금속 제품 등 수백 개 품목을 ‘부록2’로 정리해 상호관세에서 면제하도록 했으며, 이밖의 품목도 무역 합의에 따라 관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고 예고했다. ‘부록3’에 명시된 품목은 “미국에서 재배·채굴하거나 자연스럽게 생산할 수 없는 제품”으로 “특정 농산물, 항공기 내지 항공기 부품, 제약 용도로 쓰이는 비(非)특허 제품” 등이다.
트럼프는 특정 국가와 무역협상을 타결할 때마다 별도 행정명령을 내지 않아도 되게끔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에 자체적 관세 면제 권한을 부여한 상태다. 다만 이처럼 상호관세의 고삐를 늦추면서도 법적 근거가 더 확실한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품목별 관세는 확대하고 있다. ‘무역확장법 232조’에선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입품의 수입제한 권한이 대통령에게 부여되는데 이 조항에 근거한 철강 관세가 트럼프1기 때 법원에서 ‘문제 없음’으로 정리된 바 있어 향후 소송을 통해 무효활될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한 것이다 .
트럼프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활용해 이미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등에 관세를 부과했으며, 이달엔 중·대형 트럭, 의약품, 가구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보호무역주의 성향의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런 품목별 관세 확대가 미국 제조업 재건에 더 궁극적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WSJ은 전했다. 개별 국가 협상력이 더욱 더 중요해질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 2700여 곳에서 수백만 명이 트럼프를 겨냥한 ‘노 킹스’ 시위가 벌어진 18일, 트럼프 트루스쇼셜 계정엔 그가 왕관을 쓰고 시위대에 ‘오물 폭격’을 퍼붓는 영상이 공유됐다. 시위대를 놀린 의도로 풀이된다. 이 영상은 엑스(X·옛 트위터)에서 계정명 ‘@xerias_x’로 활동 중인 크리에이터가 만들어 널리 퍼졌으며 최초 공개 약 7시간 후 트럼프 트루스소셜 계정에 올라왔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제작으로 보이는 약 20초 분량의 해당 영상에서 왕관을 쓴 트럼프가 ‘킹 트럼프’라는 이름의 제트전투기를 몰고 ‘노 킹스’ 시위대에 대량의 갈색 오물을 투척한다.
원작자의 X 게시물엔 영상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노 킹스 시위에 잠시 등장했다”는 한 문장짜리 설명이 붙어 있었다. 전날 폭스비즈니스 인터뷰 때 시위 사태 관련 질문에 “난 왕이 아니다”라며 일축한 트럼프는 시위 당일인 18일엔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주로 날아가 한국·일본·대만 기업 대표들과 골프를 쳤다. 한편 이날 JD밴스 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근처의 펜들턴 해병대 기지에서 열린 미국 해병대 창건 25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것을 영국 일간 가디언은 ‘노 킹스 시위’ 맞불 성격이라고 지적했다.
이 행사에서 해병대원들과 수륙양용차를 동원한 해안 상륙 시범과 포탄 발사가 이뤄졌으며, 민주당 소속인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지사는 고속도로의 일부 구간을 폐쇄하고 이와 나란히 설치된 철로를 지나는 여객열차 운행까지 중단시켰다. 교통량 많은 인근 I-5 고속도로 상공을 포탄이 지나가므로 안전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마이크 존슨(공화·루이지애나) 연방하원 의장 등 공화당 지도자들은 ‘노 킹스’ 시위에 대해 며칠 전부터 ‘미국 증오’ ‘공산당’ ‘안티파’ ‘하마스 지지자들’ ‘자본주의 증오’ ‘정체를 드러낸 마르크스주의자들’ 등의 비난 발언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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