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폐점 가속… 대형마트 ‘양강 체제’로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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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내년 5월까지 15개 점포 폐점 예정
이마트·롯데마트, 신규 점포 출점… 입지 확장
대형마트 새벽배송 시간 제한 등 유통법 개정 필요

김나윤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9-01 11:30:03

▲ 올 상반기에는 대형마트를 포함한 오프라인 매출이 5년 만에 역성장(-0.1%)을 기록했다. ⓒ스카이데일리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임대료 협상 실패로 올해 11월부터 5개 점포를 폐점하고, 내년 5월까지 10개 점포를 추가로 정리할 예정이다. 이번 조치로 2027년까지 102개로 축소될 전망이다. 유통업계가 오랫동안 유지돼 온 ‘대형마트 삼국지’ 구도가 사실상 무너지고, 이마트와 롯데마트 중심의 양강 체제로 빠르게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11월 16일 수원 원천점과 대구 동촌점, 부산 장림점, 울산북구점, 인천 계산점 등 5개 점포의 문을 닫는다. 현재 해당 점포의 직영 직원 468명에 대해서는 전환 배치 면담을 진행 중이다. 이어 내년 5월까지 서울 시흥점, 가양점, 일산점, 안산고잔점, 화성동탄점, 천안신방점, 대전 문화점, 전주완산점, 부산 감만점, 울산남구점 등 10개 점포도 순차적으로 정리할 계획이다. 다만 구체적인 폐점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홈플러스는 폐점 매장에서만 연간 700억 원의 임대료와 800억 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이 발생한다며 구조조정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자구 노력을 이어가고 있지만 회생계획 인가 전 M&A를 추진했음에도 인수 의향자가 나타나지 않아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업계 전문가는 “홈플러스의 몰락은 단순히 특정 기업의 위기를 넘어 대형마트 전체 산업 구조 변화의 신호탄”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공격적인 출점 전략으로 공백을 메우고 있다. 이마트는 상반기에만 서울 강서구와 강동구에 신규 점포를 열었고, 인천 구월점 개점도 앞두고 있다. 롯데마트 역시 6년 만에 서울 천호점 문을 열었고, 경기 구리시에 ‘그랑그로서리’ 매장을 재개장하며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마트 점포 수는 올해 157개로 늘어나고, 롯데마트도 112개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하지만 대형마트의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 집계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전체 유통 매출 비중은 2014년 27.8%에서 지난해 12%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같은 기간 전자상거래 매출 비중은 28.4%에서 51%로 치솟아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올 상반기에는 대형마트를 포함한 오프라인 매출이 5년 만에 역성장(-0.1%)을 기록했고, 특히 식품 부문은 온라인 매출이 24.1% 급증한 반면 오프라인은 소폭 감소했다. 식품 매출 의존도가 70%에 달하는 대형마트로서는 치명적인 흐름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상공회의소는 대형마트 새벽배송 시간제한을 포함한 생활 밀착 규제 24건을 정부에 건의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에 월 2회 의무휴업과 자정~오전 10시 영업 제한을 두고 있다. 이 규정은 전통시장 보호를 위해 2012년 도입됐지만, 소비 중심이 온라인으로 이동한 현실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2022년 농촌진흥청 조사에 따르면 대형마트 휴업일에도 전통시장 매출은 오히려 감소했다.

특히 온라인 배송이 생활 필수 서비스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은 소비자 불편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대한상의가 실시한 국민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8%가 영업규제 완화에 찬성했다. 맞벌이 가구나 1인 가구 등 새벽배송 수요가 높은 계층에서 불편이 가장 컸다. 전문가들은 영업규제를 일괄 폐지하기보다는 ‘영업시간 외 온라인 배송 허용’과 같은 절충안을 통해 소비자 편익과 소상공인 보호 간 균형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대형마트 업계의 미래는 단순히 점포 확대나 축소의 문제가 아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가운데 유통법 개정을 통해 공정 경쟁 환경을 조성하고, 각 기업이 변화된 소비 패턴에 맞는 혁신 모델을 제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홈플러스의 몰락과 이마트·롯데마트의 재편 움직임은 산업 전체가 디지털 전환과 규제 개혁이라는 거대한 과제 앞에 서 있음을 보여준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산업은 온라인·모바일 중심으로 소비 패턴이 급격히 재편되는 환경에서 구조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규제 완화와 동시에 각사가 차별화된 고객 경험과 혁신적인 유통 모델을 내놓아야만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윤 기자 ny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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