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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됐다가 숨진 조선인민군 장병들의 유가족을 위로하는 대규모 보훈 행사를 일주일 만에 또다시 열었다.
조선중앙통신은 30일 “조선인민군 해외작전부대 참전군인들에 대한 제2차 국가표창 수여식이 29일 평양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22일 노동당 청사에 ‘추모의 벽’을 설치하고 전사자 101명의 초상과 메달을 공개한 지 불과 일주일 만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최고급 국빈 연회장으로 꼽히는 평양 목란관에 유가족들을 초청해 인공기로 감싼 전사자 영정을 직접 전달하고, 이들과 기념촬영을 네 차례에 걸쳐 진행했다. 조선중앙TV는 이날 행사에서 공개된 영정사진이 242점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해외군사작전에서 위훈을 세운 군인들’에게는 ‘공화국 영웅’ 칭호와 함께 금별메달, 국기훈장 제1급이 수여됐다.
김 위원장은 “영웅들의 생을 지켜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을 안고 있다”며 “남겨진 자녀들은 혁명학원에 보내 국가와 군대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잘 키우겠다”고 약속했다. 혁명학원은 전사자 유자녀를 당 간부 후보로 육성하는 북한의 특수 교육기관이다.
김 위원장은 이어 평양 대성구역에 참전군인 유족들을 위한 신도시 ‘새별거리’를 조성하고, 수목원 인근 명당자리에 전사자 유해를 안치해 ‘불멸의 전투위훈 기념비’를 세우겠다고 밝혔다. 그는 행사 도중 상기된 얼굴로 눈시울을 붉히며 유족들에게 허리 숙여 인사했고, 어린 학생을 안아주는 모습도 노동신문에 실렸다.
한편, 북한의 이 같은 잇단 추모 행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장기화로 발생한 대규모 사상자에 따른 군의 사기 저하와 민심 이반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가정보원은 4월 국회 보고에서 북한군 피해 규모가 전사자 600명을 포함해 총 4700여 명에 달한다고 추산한 바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지 및 로이터 통신등은 6월 영국 정보당국을 인용해 약 1만1000명 파병 중 절반 이상이 사망·부상·실종을 당했으며, 사상자 규모는 6000명 이상으로 추산했다.
이번 행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려 더욱 주목된다. 북한이 러시아에 대한 ‘피의 희생’을 강조함으로써 외교·경제적 보상을 확보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9월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기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고, 김 위원장과의 양자회담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외교안보가에서는 북·중·러 정상이 한자리에 모여 나란히 앉는 장면이 연출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김 위원장의 연이은 보훈 행사는 향후 북러관계와 동북아 정세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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