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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스라엘 전쟁 나흘째인 6월16일,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을 비롯한 이란 최고위 인사들이 수도 테헤란 서부 산속의 깊은 벙커에서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며칠간 이어진 이스라엘의 정밀 폭격으로 최고위급 군사령관과 핵 과학자들이 잇따라 목숨을 잃은 후였다. 참석자들은 전파 추적을 피하고자 휴대전화를 소지하지 않았고 철통 보안 속에 회의가 시작됐으나 잠시 후 폭탄 여섯 발이 떨어졌다. 벙커 내부는 무사했지만 밖에서 대기하던 경호원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 공격은 이란 정보기관에 엄청난 충격을 줬으며 조사 결과 예상 못했던 허점을 깨달았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이란 지도부 표적 삼은 이스라엘, 약한 고리 찾아내다: 그들의 경호원’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이란 고위 관리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대원, 이스라엘 군·정보 관리 등 16명의 인터뷰를 토대로 이스라엘 측이 경호원들 휴대전화를 해킹해 주요 인사들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한 뒤 암살 작전을 펼친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란의 정치 분석가 사산 카리미가 “고위 관료들과 사령관들의 경호원이나 운전기사들이 휴대전화에 관한 예방 조치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며 탄식했다. 그들이 휴대전화로 수년간 소셜미디어(SNS)에 무심히 게시물을 올린 것이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작년 말부터 6월간 특별팀을 구성해 치밀하게 암살 대상을 물색했다. 2018년 정보기관 모사드가 입수한 이란 핵 자료를 바탕으로 제거 대상 과학자 명단 400명은 100명으로 압축됐으며 이란 측 발표상 이 중 13명이 죽었다.
또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 속 학살 장면 속 이름을 딴 ‘레드 웨딩 작전’을 통해 아미르 알리 하지다데 IRGC 항공우주군 사령관을 포함한 군 수뇌부 최소 30명이 연이어 표적 살해 당했다. 하지자데 사령관의 아들은 자기 아버지가 평소 가족들에게 휴대전화 사용에 주의를 당부했으나 경호원들 휴대전화엔 신경을 못 썼다고 토로한 대목도 있다.
위기가 고조되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는 주요 인사들에게 휴대전화와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을 쓰지 말라며 경호 인력 대폭 증원을 명령했지만 이스라엘에겐 오히려 기회가 됐다. 경호원들 휴대전화 소지까지 금지하고 무전기만 쓰도록 했으나 벙커회의 공격으로 보아 이미 허점이 드러났다. 누군가 규정을 위반한 것일 수도 있다.
경호원 휴대전화 해킹은 이란 내부에서 활동하는 스파이와 첨단 기술 결합이 이스라엘의 오랜 전략이며 이번에 그 위력을 여실히 입증했다. 다만 아흐마드 바히디 신임 IRGC 총사령관은 “적이 대부분의 정보를 기술·위성·전자 데이터를 통해 얻는다”고 한 것을 보면 휴민트의 위력에 여전히 인식이 부족해 보인다.
경호원들 휴대전화는 이스라엘 정보작전에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NYT가 꼬집었다. 이란은 최근 이스라엘을 위한 스파이 활동 혐의로 자국 핵과학자 한 명을 처형했으며 군·정부 고위직 등 수십 명을 체포 내지 가택연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의 내부적 고민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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