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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서촌 아트스페이스3에서 대만 조각가 쉬용쉬(Hsu Yunghsu)의 개인전 ‘시시 포스의 의심(Sisyphus' Doubt)’이 20일부터 9월20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한국을 시작으로 튀르키예·이탈리아로 이어지는 국제 순회전으로, 인간의 보편적인 의심과 인내가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어떻게 공유되고 이해되는지 육체와 재료, 창작 행위의 관계를 본질적으로 사유한다.
쉬용쉬는 가장 크고 가장 얇은(大到最大 薄到最薄) 형태라는 상반된 조건 속에서 조형의 한계를 실험한다. ‘시시포스의 의심’은 시시포스의 끝없는 형벌과 반복적인 노동을 바탕으로 하는 그의 작업을 연결 짓는 제목이다.
그의 크고 얇은 도예 작품은 경외감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혁신적이다. 흙 성질에 따라 작품은 흰색으로도 붉은색으로도 나타나는데 흰색은 부드럽게 휘어지는 직물처럼 보이고, 붉은색은 열에 의해 휘어진 철판처럼 보인다.
작품에 유약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자국’을 살리기 위해서다. 작품에는 누르고 주무른 작업의 흔적이 그대로 나타나 있으며 어떤 작품에는 지문마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그의 작업은 도예에 대한 또 다른 실험이면서 시간·환경·흙과의 육체적인 대화를 통해 창작의 한계를 밀어붙이는 일종의 수행이다. 단순한 동작을 무한 반복해야 완성된다는 점에서 존재와 예술 작품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29일 있었던 기자간담회에서 작가는 “가늘게 늘리고 얇게 누르는 작업, 단순하고 반복적이며 원시적인 작업에서 변화를 찾아내는 게 내 작업의 핵심이다. 동물들이 둥지를 만들 듯이 작업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고행과 같은 작업을 완수하기 위해 마라톤으로 체력을 길렀다고 한다.
이숙희 아트스페이스 대표는 “작품을 운반하고 언박싱하는 데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했지만 모든 난관을 이기고 국내 최초로 쉬용쉬의 개인전을 개최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1955년 대만 타이난 가오슝에서 태어난 쉬용쉬는 대만을 대표하는 현대 도예·조각 작가로 반복적 신체 행위와 점토를 매개로 한 대형 조형 작업으로 유명하다.
2021년 타이완 도자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으며 타이베이 시립미술관, 국립대만미술관, 가오슝시립미술관, 호주 화이트래빗 갤러리, 일본 현대도예미술관 등 주요 기관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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