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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의 함성 속에서 대한민국이 세워졌다. 상해임시정부가 그 뿌리이다. 당시 식민지가 된 아시아·아프리카 22개국 중에서 망명정부를 수립해 독립 투쟁을 계속한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했다. 그렇지만 임시정부는 좌우 갈등으로 내분에 빠졌고, 일제가 조작한 만보산사건으로 한·중 갈등이 격화되어 존립이 위태로워졌다.
이러한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김구는 무력 투쟁을 계획했다. 1932년 1월8일 이봉창의 동경 의거는 세계를 놀라게 했고 3개월 후인 4월29일 윤봉길의 홍구공원 의거는 일본의 문무대관 7명의 사상(死傷)을 가져온 대성과를 거두었다. 이봉창과 윤봉길의 애국적 희생은 한·중 관계를 완전히 회복시켰고 임시정부와 김구의 국제적 위상을 급상승시켰다. 한국인과 중국인의 후원금이 답지했고 임시정부에 대한 중국인의 감정 또한 호전되었다.
장개석 총통은 1932년 5월 초 일기에 윤봉길의 홍구공원 의거에 대해 “중국의 백만 군대가 해내지 못한 위업을 한국의 한 청년이 능히 처리했으니 장하고도 장한 일이로다”고 적었다. 장 총통은 김구를 수소문해 만나서 한·중 군사동맹을 맺고 광복군 창설 지원에 합의했다. 임시정부는 1940년 9월15일 광복군선언문을 발표하고 17일에는 지청천을 총사령관으로 하여 광복군을 창설했다.
광복군은 한국어·중국어·일어·영어에 능통한 고학력 병사들로 이루어져 관동군 한인 병사들에 대한 심리전을 전개해 탈영을 유도했다. 그 결과 광복군의 출발은 수백 명이었으나 1945년에는 관동군에 끌려온 한국인 병사들이 계속 탈영해 넘어옴으로써 3000여 명으로 증강되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은 한반도에 대해 40년 신탁통치를 계획하고 있었다. 김구는 이를 간파했다. 1942년 중반부터 임시정부는 중국 저명인사들을 움직여서 반탁(反託) 투쟁을 전개해 나갔다. 임시정부 요인들은 1943년 7월26일 장개석과의 면담에서 신탁통치안을 물리치고 즉시 독립을 강력히 대변해 줄 것을 요청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단호한 입장을 확인한 장개석은 ‘즉시 독립’ 적극 지지를 약속했다. 그는 카이로에서 루즈벨트와 협상하여 이를 관철시켰다.
당시 한·중·미 3국은 군사 의존 관계에 있었다. 미국은 일본 본토를 폭격하기 위해 중국 영토에서 B29를 쏘아 올려야 했기에 중국군의 협조가 중요했다. 중국군은 또한 광복군의 도움이 필요했다. 이러한 연쇄적 의존 관계 속에서 미국군과 광복군이 합작하여 1945년 초에는 한국 특수부대가 창설되기까지 했다. 루즈벨트는 중국과의 군사적 의존 관계를 무시할 수 없었으므로 대한민국의 즉시 독립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1943년 12월1일, 카이로선언이 발표되었다. 이 선언은 단순히 연합국의 전후(戰後) 구상이 아니라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광복군이 피 흘려 쟁취한 전승의 기록이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카이로선언에는 일제가 점령한 다른 나라들에 대한 언급 없이 특별히 한국만 명시돼 있다. 카이로선언은 대한민국의 독립을 약속한 ‘코리아선언’이나 다름없었다.
광복은 결코 미군 진주의 부산물이 아니다. 윤봉길 의사의 희생으로 한국 임시정부의 존재가 국제사회에 드러났고, 피로 점철된 독립투쟁은 한·중 군사동맹과 광복군 창설로 뻗어나갔다. 광복군의 활약으로 장개석 총통은 대한민국 독립에 협조했다. 윤봉길·김구·장개석 이 세 사람은 바로 이승만 대통령이 인정한 카이로선언의 진정한 수훈자(殊勳者)들이다. 광복은 거저 온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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