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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제2차 세계대전 패전 80주년을 맞아 15일 도쿄 일본무도관에서 열린 ‘전국 전몰자 추도식’ 식사(式辭)에서 “전쟁의 참화를 결단코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그 전쟁의 반성과 교훈을 이제 다시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 총리가 패전일 전몰자 추도사에서 ‘반성’을 언급한 것은 2012년 이후 13년 만이다.
이시바 총리의 추도사에는 과거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1995년)와 호소카와 모리히로 전 총리(1993년)가 공식 담화와 연설에서 사용했던 ‘침략’(侵略)과 ‘가해’(加害)라는 직설적 표현이 포함되지 않았다. 일본이 과거 군사행동을 ‘침략’으로 규정하거나, 전쟁·식민지 지배로 주변국에 ‘가해’를 했다는 역사 인식을 공개적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한반도와 중국 등 아시아 피해국에 대한 구체적 사죄나 반성 언급도 빠졌다.
대신 이시바 총리는 “80년간 일본은 일관되게 평화 국가로 걸어오며 세계 평화와 번영에 힘써왔다”는 문장을 강조했다. 전쟁 책임을 구체적으로 인정하기보다 패전 이후의 평화주의 노선을 부각함으로써 과거사에 대한 직접 사죄를 우회한 것이다. 이는 일본이 헌법 9조를 기초로 전쟁을 포기하고 국제 분쟁 해결에서 무력 대신 외교·경제적 수단을 사용해 왔다는 점을 내세운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시바 총리는 평소 일본이 문민 통제를 받지 않은 채 무모한 전쟁에 돌입한 점을 비판해왔다. 이날도 추도식에 앞서 도쿄 치도리가후치 전몰자 묘원에 헌화했으나,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하지 않고 자민당 총재 자격으로 공물료만 봉납했다.
일본 복수 언론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당초 ‘전후 80년 총리 담화’를 공식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옛 아베파 등 보수 세력의 강한 반발로 보류했다. 대신 정부 각의(국무회의) 의결이 필요 없는 ‘개인 메시지’ 형식으로 내용을 준비하고 있다.
발표 시점은 일본이 연합국에 항복 문서에 서명한 날인 9월 2일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그는 “왜 정부와 의회가 그때 전쟁을 멈추지 못했는지 검증하지 않으면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있다”며 “전쟁의 본질을 직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나루히토 일왕, 13년째 반성 언급 유지
고이즈미등 보수 인사 야스쿠니 참배…
나루히토(德仁) 일왕도 이날 종전일 추도식에서 “과거를 돌아보고, 깊은 반성 위에 서서 다시 전쟁의 참화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절실히 바란다”며 ‘반성’이라는 단어를 직접 사용했다. 이는 일본 왕실이 전후 일관되게 유지해 온 전쟁 책임에 대한 도의적 사과·성찰 기조를 재확인한 것이다.
특히 2013년 아베 신조 전 총리 재집권 이후 일본 역대 총리들이 공식 추도사에서 ‘반성’ 표현을 삭제한 가운데, 일왕만이 매년 이를 유지하며 국제사회와 피해국에 상징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한편, 종전일을 맞아 일본 자민당 주요 인사들이 잇따라 도쿄 지요다구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야스쿠니 신사는 메이지 유신 이후 전쟁에서 전사한 군인과 민간인을 합사한 시설이지만,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의 위패가 함께 모셔져 있어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논란의 장소다.
현직 각료나 정치 거물이 이곳을 참배하면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반성 부족을 드러내는 행위로 인식돼 중국과 한국 등 피해국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올해 참배자에는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상,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상이 포함됐다. 특히 고이즈미 장관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아들로, 부친 역시 재임 시절 야스쿠니 참배를 강행해 외교 마찰을 빚은 전력이 있다.
그는 지난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참패한 뒤 당내 차기 총리 후보군으로 급부상하고 있어, 이번 참배가 보수층 결집과 정치적 입지 강화를 노린 행보라는 해석이 일본 내부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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