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2º
습도 90%
강릉 23º
습도 95%
대전 28º
습도 90%
제주 28º
습도 90%
)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3일 한미 간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약속과 관련해 “미국이 정해놓은 사업에 무조건 돈을 대는 구조는 아니다”라며 “이는 주권 국가 간 협정으로, 정치적 수사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이날 KBS 시사 프로그램 ‘일요진단’에 출연해 “상업적 가치가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 우리 무역보험공사나 수출입은행 등이 보증 또는 대출을 통해 참여하는 방식”이라며 “3500억 달러(약 470조 원)는 일종의 보증 한도를 설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한국 정부는 미국이 요구한 상호관세율을 15%로 맞추는 대신,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고 1000억 달러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 및 에너지 제품을 구매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투자처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막대한 금액이 책정된 점을 두고 ‘백지수표’식 투자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김 실장은 “어떤 사업에 투자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이뤄지는 투자는 전체의 5%도 안 된다”며, 금액의 크기와 미국 주도 프레임, 주권 훼손 우려 등 복합적인 비판을 일축했다.
그는 협상 타결의 전환점으로 조선산업 협력안인 ‘마스가(MASGA: Make America Shipbuilding Great Again)’를 꼽으며, “조선이 없었으면 협상은 평행선을 달렸을 것”이라며 “한국의 조선 기술과 연구가 미국에 강한 인상을 남겼고, 결정적인 돌파구가 됐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협상 당시 한국이 제작한 빨간 바탕의 ‘마스가’ 로고 모자 실물을 공개했다. 모자에는 태극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새겨져 있었고, 이는 미국 협상단에 직접 전달됐다. 마스가는 미 해군 함정 건조사업 등에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조선 분야 협력을 촉진하는 패키지다. 미국 상무장관 하워드 러트닉은 이를 “그레이트 아이디어(Great Idea)”라며 호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막판,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해외 일정 수행을 위해 러트닉 장관이 스코틀랜드로 이동하자, 한국 협상단도 전격 동행해 현지에서 고위급 미팅을 성사시켰다. 김 실장은 “당시 미팅은 전례 없이 밀도 높은 회의였고, 그 자리에서 타결의 착륙지(landing zone)가 보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 회의에서 마스가 프로젝트, 에너지 구매 조건, 투자 보증 방식 등을 총체적으로 설명했고, 미국 측도 이를 전향적으로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한편, 협상 내용에 포함된 농산물 시장 개방 여부를 두고 양국 간 온도 차도 분명히 드러났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한국이 쌀 등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시장을 개방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반면, 김 실장은 “쌀과 소고기 추가 개방은 없다.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통상과 관련된 사안은 이번에 모두 마무리됐다”며 “검역 절차를 단순화하는 기술적 논의는 있었지만, 시장 개방 합의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는 물리적 ‘시장 개방’과 행정적 ‘검역 절차 개선’이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쌀과 소고기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민감한 통상 품목 중 하나로, 과거 FTA 협상 때마다 국민적 반발을 불러온 바 있다. 김 실장은 이와 관련해 “우리 각료들이 협상 후 국민께 말씀드린 내용 외에 추가로 합의된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협상에 대해 “세계 교역 질서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시점에서, 수출 중심 국가인 우리에게도 새로운 도전”이라며 “정부는 한국 기업의 투자 참여를 적극 유도하고, 민간 금융기관과도 협력해 국익 중심의 투자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김 실장은 “농산물 개방은 외부 압력과는 무관하게, 장기적으로는 국내에서 합리적인 공론화가 이뤄져야 한다”면서도 “이번 협상에서 농업 분야는 최선을 다해 방어한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