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사고 낸 항공사 운수권 1년 박탈… ‘안전 투자’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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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항 기회도 안전이 전제”… 국토부 항공안전 중심 패러다임 전환 선언

임한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4-30 10:44:59

▲ 김해공항에서 1월28일 에어부산 항공기에서 불이 나 소방 당국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사망사고를 낸 항공사를 1년간 운수권 배분 대상에서 제외하는 고강도 제재 조치를 도입한다.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안전이 곧 사업 기회의 전제 조건이라는 항공정책의 대전환이다.

국토교통부는 30일 발표한 ‘항공안전 혁신방안’을 통해 “사망사고가 발생한 항공사는 해당 사고일로부터 1년간 운수권 배분에서 전면 배제한다”고 밝혔다. 운수권은 특정 항로에 항공기를 띄울 수 있는 권한으로 항공사 간 경쟁이 가장 치열한 영역 중 하나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12월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이후 4개월여 만에 나온 대책이다. 해당 사고로 179명이 사망하는 대형 인명 피해가 발생했으며 여론은 항공사의 구조적 안전불감증과 정부의 안일한 대응을 강하게 질타했다.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계기로 운수권 배분을 단순한 영업 인센티브가 아니라 안전 성과에 대한 보상 수단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사고 원인에 따라 테러나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적 사유는 제외되지만 항공사 귀책이 확인된 경우에는 곧바로 제재가 발동된다. 이후 안전 체계가 확보되었는지 여부에 따라 운수권 재진입 여부도 판단된다.

항공업계는 긴장하는 분위기다. 한 국내 항공사 관계자는 “안전은 당연한 전제지만 이제는 실질적인 사업 성패와 직결되기 때문에 안전 투자에 대한 내부 기류가 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평가 체계도 손본다. 기존 35점이었던 운수권 배점 내 안전 항목 점수를 40점으로 상향하고 안전투자 내역을 정기적으로 공시하도록 한다. 정비인력 기준 경력도 2년에서 3년으로 높인다.

하지만 우려도 존재한다. 항공정책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상징적인 전환임은 분명하나 제도의 공정성과 일관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오히려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항공안전 전문가는 “운수권 배분에서 제외된 항공사가 사고조사 결과 귀책이 없다는 판단을 받게 될 경우 1년간 손해를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가 쟁점이 될 수 있다”며 “책임 판단의 기준과 시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전했다.

지역 공항과 소비자 측면의 파급효과도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저비용항공사 비중이 높은 지방 공항의 경우 일부 노선이 운항 중단될 경우 지역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9월까지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항공사의 안전 투자 능력을 반영한 면허 심사 기준도 강화한다. 항공안전 혁신위원회는 별도의 항공안전 전담 조직 설립도 권고한 상태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이번 대책은 안전이 우선이라는 국가의 정책적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며 “안전감독 강화와 제도 개선을 통해 국민이 안심하고 비행기를 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임한상 기자 hsr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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