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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렬하게 위세를 떨치던 늦추위도 사그라지고 어느덧 대지에는 따스한 기운이 스며들고 있다. 남녘에서는 매화 소식이 한창이다. 바야흐로 봄이다. 봄 하면 떠오르는 벚꽃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국내에서 벚나무 개화일 평년값(1991∼2020년 평균)이 가장 빠른 곳은 서귀포로 3월24일이다. 제주는 하루 늦은 25일 개화한다. 제주에서 처음 꽃망울을 터트린 벚꽃은 하루 이틀 시간차를 두고 부산·창원·포항·울산·대구·통영·합천·광주·여수를 거쳐 4월 초순에야 서울에 당도하는 게 보통이다.
제주 벚꽃 3월 말 전후 만개
벚꽃의 개화 기준은 관측 표준목의 한 가지에서 3송이 이상의 꽃이 활짝 피었을 때를 말한다. 벚꽃 만개 시기는 전체 나무에서 80% 이상의 꽃이 필 때로 잡는다. 제주의 벚꽃 개화는 제주지방기상청 계절관측용 벚나무를 기준으로 한다.
평년값으로 3월25일 제주에서 개화한 벚꽃은 부산 3월28일, 창원·포항·울산·대구 3월29일, 통영·합천·남해·거제 3월30일, 광주·여수 3월31일을 거쳐 서울 4월8일에 당도한다.
서울의 벚꽃 개화는 서울기상관측소(서울 종로구 송월길 52)에 있는 표준목 왕벚나무를 기준으로 한다. 여의도 윤중로 개화의 경우 국회 맞은편에 있는 118·119·120번 벚나무 세 그루를 기준으로 공식 판정한다.
1973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후 제주의 벚꽃 개화 기록이 가장 빨랐던 해는 1992년이었다. 당시 평년보다 보름 이른 3월9일에 개화한 것으로 돼 있다. 벚꽃 만개 역시 3월27일로 빨랐다.
제주의 가장 늦은 개화 기록은 1985년과 1988년의 4월5일이다. 평년보다 11일 늦게 개화했다. 1984년과 1996년에도 평년보다 10일 늦은 4월4일 개화했다.
1973년 이후 개화 관측이 이뤄지지 않은 1983년을 제외한 51년 중 △3월 초순 1회 △3월 중순 8회 △4월 초순 9회 △3월 하순 33회에 개화했다. 64.7%의 비중으로 제주는 3월 하순에 벚꽃이 개화하고 있다.
한편 제주 벚꽃이 만개한 시기는 △2016년 3월29일 △2017년 4월4일 △2018년 3월27일 △2019년 3월29일 △2020년 3월27일 △2021년 3월22일 △2022년 3월29일 △2023년 3월27일 △2024년 4월1일이었다.
벚꽃 개화 예측 포기한 기상청
벚꽃 개화는 기온 영향을 많이 받는다. 기상청의 1개월 전망을 보면 제주는 16일까지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을 것으로 예상되나 17∼23일에는 평년보다 대체로 낮겠으며, 이후 3월 말에는 평년보다 대체로 높을 전망이다.
기상청은 과거 벚꽃 개화 예상 시기를 발표하기도 했으나 이제는 개화 시기를 예측하지 않는다. 기온·일조량·강수량 등 변수가 많아 예측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열리는 각종 봄꽃축제는 8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벚꽃축제만 30개가 넘는다. 그동안 지방자치단체들은 기상청의 개화 예보에 맞춰 축제일을 잡았으나 최근 이상기후로 개화 시기가 어긋나면서 꽃 없는 축제가 계속됐다.
2002년 3월19일 왕벚꽃축제 장소인 제주종합경기장 인근에서는 벚나무 아래에 통얼음을 까는 희귀한 광경이 펼쳐졌다. 그해 제주의 벚꽃 개화 예상일은 3월18일로 왕벚꽃축제는 4월 4∼7일로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꽃이 일찍 피기 시작하면서 축제에 맞춰 조금이라도 만개 시기를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다. 벚나무 뿌리에 얼음의 찬 기운을 쐬면 만개를 다소 늦출 수 있다는 전문가 조언 등을 바탕으로 통얼음까지 동원했던 것이다.
반면 축제 시기가 다가왔음에도 꽃이 좀처럼 피지 않아 조명시설을 동원해 인위적으로 개화를 조절하기도 했다.
올해 제주지역 왕벚꽃축제는 3월 마지막 주말께 열린다. △제주시 전농로에서 열리는 제18회 전농로 왕벚꽃축제는 28∼30일 △제주시 애월읍 장전리에서 열리는 제7회 애월읍 왕벚꽃축제는 29∼30일로 각각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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