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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새벽(현지시간)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전면 중단된 이래 러시아가 공세를 강화하면서 현지 민간의 피해도 늘었다. 이에 국내외 주류 언론은 일제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유발했다는 비난이 거세졌다고 보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BBC방송은 8일(현지시간) 러시아의 공격에 우크라이나에서 최소 25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 전날(7일) 밤 돈바스 지역 가운데 러시아가 완전히 장악 못한 도네츠크주 도브로필리아에 러시아 탄도미사일 두 발이 떨어져 주택 여덟 채와 쇼핑센터가 부서졌으며 긴급 출동한 구조대를 겨냥해서도 공격이 쏟아졌다고 한다. 이 와중에 11명 사망, 어린이 6명 등 40여 명 부상자가 발생했으며 마을 중심부는 폐허가 됐다. 8일엔 하르키우에서 드론 공습으로 10명이 죽거나 다쳤고 에너지 인프라 시설 공격도 이어졌다.
7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트럼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미국의 지원 중단을 전쟁에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누구나 할 법한 일을 그가 하고 있다. 누구라도 그 위치에 있으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의 이 발언 몇시간 뒤 러시아에 의한 공습이 이어져 유럽에선 트럼프 책임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새삼 높아졌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엑스(X)에 "우크라이나의 비극적인 밤이 또 하루 지나갔다. 누군가 야만인 요구를 들어주며 달래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적었다. 트럼프를 직접 거명하진 않았으나 그의 행보가 러시아에게 공격 빌미를 줬다는 주장을 에둘러 펼친 셈이다. 다른 서유럽 국가들에 비해선 트럼프주의에 친화적인 편인 폴란드이기에, 투스크 총리의 이번 논평은 러시아와의 오랜 역사적 원한 관계 문맥을 감안하며 파악해야 할 것이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 또한 "가차 없는" 러시아의 미사일이 푸틴은 평화에 관심 없음을 보여준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더 많은 민간인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러시아의 목표가 변하지 않았음이 드러났다"며 러시아 제재 강화를 호소했다. 그러나 문제는 실질적 능력으로 이를 실행에 옮길 나라가 유럽에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말 백악관에서 열린 미국·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의 파국을 전 세계가 목도했다. 트럼프는 젤렌스키에게 퇴거를 요구함으로써 자리를 마무리했고 광물협정 조인 역시 무기한 미뤄진 상태다. 젤렌스키는 직후 엑스 글을 통해, 또 미 폭스뉴스에 출연해 유감을 표했으나 사과를 거부한 채 서유럽 정상들과 회동을 이어갔다. 하지만 미국 지원이 실제로 전면 중단되자 젤렌스키는 즉각 일부 휴전을 제안하며 평화협상과 광물협정 서명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기 시작했으나 아직 그 진정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무기와 정보지원뿐 아니라 상업용 위성사진 접근까지 차단돼 우크라의 방어 전선은 그만큼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조치가 러시아의 공세 강화를 부추겼다', '친러시아 행보를 멈추지 않고 있다' 등 비판이 쏟아져도 트럼프 태도는 확고하다. 광물협정으로 그간 미국이 우크라를 위해 지출한 부분을 보전하며 러시아를 중국·이란·북한 등 반미 진영에서 분리시키는 게 목표다. 존 미어샤이머나 제프리 삭스 등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들의 견해이기도 하다. 이들은 이번 전쟁에 서방 쪽 책임이 훨씬 무겁다고 지적해 왔다.
즉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확장, 젤렌스키의 당초 공약과 달리 러시아계 주민들의 험난한 처지가 한층 악화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민스크협정의 파기도 우크라이나 측 주장과 달리 젤렌스키와 그를 밀어붙인 서방 탓으로 본다. 결국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유럽의 방침으론 평화가 요원하며 제3차 세계대전이 불가피하다는 게 트럼프의 시각이다. 지난 수십년 모든 안보 부담을 미국에 떠넘긴 채 사회주의(사회민주주의)적 복지구가를 구가해 온 유럽에 대해 트럼프가 여러 추례 반감을 드러낸 바 있다.
트럼프는 조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이 초래한 고유가가 러시아에게 군비를 마련해줬고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무질서한 철수가 푸틴에게 자신감을 안겼다고 믿기에, 셰일 채굴로 미국의 에너지 독립과 국제유가 안정을 기하면서 미군의 압도적 우위가 복원돼야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본다. 트럼프에게 푸틴은 '냉랭한 평화'를 유지하되 '관리'할 대상인 것이다. 러시아가 이 전쟁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으며 앞으로 시간도 러시아 편임을 트럼프는 잘 알고 있다.
평화협상이 다급한 것은 우크라 쪽이다. 미국에겐 더 이상 퍼줄 여력이 없으며 우크라를 끝까지 돕겠다는 나라들 모두 제앞가림조차 힘든 처지다. 그럼에도 1월 영국이 향후 100년간 우크라 안전보장을 돕는다는 내용의 양국 간 '100년 동반자' 협정을 맺었고 여기에 우크라이나 내 영국 군사기지 설치가 명시됐다. 동시에 우크라이나 광물을 영국에게도 주기로 약속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게 사실이면 과거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들의 자금 협력을 이끌어내고자 영국이 독립국가 건설을 원하는 유대인과 팔레스타인 주민들 양쪽에 '이중 약속'을 한 상황처럼 어떤 새로운 난국을 부를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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