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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강원도 삼척∼경북 영덕을 잇는 동해선이 완전 개통됐다. 국가철도망 계획에 따라 포항에서 영덕에 이르는 44km 구간이 2018년 완공된 데 이어 최근 영덕에서 삼척까지 122㎞ 구간에도 기차가 다니게 됐다.
국내 여행의 새 장이 열린 것에 많은 이들이 반기고 있다. 아울러 인구소멸과 경기 불안으로 위기에 처한 동해안 지자체에도 온기가 전해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 동해선 개통으로 가장 큰 혜택을 받은 곳은 강원 삼척과 경북 울진 및 영덕이다. 이들 지역은 수려한 경관과 다양한 수산자원에도 교통이 불편해 그간 오지 취급을 받았다.
특히 울진은 무장 공비 침투 사건 외에는 언론 노출도 별로 없을 만큼 인적이 드문 지역이다. 1968년 겨울을 떠들썩하게 장식한 이 사건은 북한 무장 공비 120명이 울진·삼척 지역에 침투하면서 크게 화제가 됐다. 공비들은 울진 북면에서는 마을회관에 사람들을 모은 뒤 위조지폐를 나눠주며 사상 선전을 했고 삼척에서는 일가족을 살해하기도 했다.
울진의 죽변항은 울진군 최북단이자 동해안 어업 전진기지로 대나무가 많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이곳에는 해변을 따라 울진군이 조성한 ‘죽변해안스카이레일’이 관광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죽변항부터 후정해변까지 시속 5km의 속도로 2.4km 구간을 달리는 죽변해안스카이레일은 울진 바다를 가장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있는 탈것으로 가슴이 웅장해지는 푸른 바다와 동해안 비경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하트해변·등기산 스카이워크·드라마 ‘폭풍속으로’ 촬영 세트장까지 인증샷 찍기 좋은 관광지도 진진하다.
여름이면 후포항 바로 아래쪽에 자리한 후포해수욕장을 방문해 고운 모래톱과 쪽빛 바다를 만끽할 수 있다. 이곳의 장점은 해수욕과 함께 항구와 등대를 구경할 수 있다는 점이다.
후포항은 꽁치·오징어 등 동해안 어종이 한데 모이는 곳으로 활기찬 어시장 풍경 속에서 신선한 회와 해산물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울진 후포항은 울릉도로 오가는 페리가 드나들 만큼 큰 규모를 자랑한다. 이곳은 동해안 대게의 집산지로 관광객은 대게 전문 식당을 방문해 가성비 좋은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죽변항의 경우 생선구이가 유명하다. 죽변항 생선구이 골목의 으뜸 메뉴는 모듬 생선구이로 후회 없는 한 기를 즐길 수 있다.
경북 영덕군 영해면 벌영리에는 개인이 가꾼 메타세쿼이아 숲이 있다. 사유지지만 일반인의 발걸음이 잦아지면서 주인은 숲을 무료로 개방해 오고 있다. 가을이면 일렬로 죽죽 뻗은 메타세쿼이아가 붉게 물들어 장관을 이룬다.
인근 영해읍의 괴시마을은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된 민속마을로 1630년 영양 남씨가 정착해 400여 년간 후손들이 거주해 곳이다.
마을에는 종택과 고택·서당 등이 17동 남아 있으며 고가옥 중에는 영감댁 등 일반인을 대상으로 숙박 손님을 받는다.
영해에 왔다면 만세시장을 빼놓을 수 없다. 이곳에는 평일임에도 곳곳에 걸린 태극기가 눈길을 끈다. 이 시장은 일제강점기 삼일절 이후 전국으로 퍼져나간 만세운동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만세운동이 펼쳐졌던 곳이다. 주재소 앞에서는 당시 30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다고 한다.
또 영해 만세시장을 방문하면 내용이 알찬 물회와 매운탕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물회로 차가워진 속을 매운탕으로 달랠 수 있어 겨울 여행 시 꼭 추천하는 메뉴다.
삼척 임원항은 동해안 철길 개통과 함께 가장 큰 주목을 끄는 곳이다. 상대적으로 수도권에서 가까울 뿐 아니라 동해에서 갓 잡아 올린 각종 해산물로 든든히 배를 채운 뒤 장도 봐올 수 있기 때문이다.
임원항 뒤편 남화산 정상에 위치한 수로부인 헌화공원은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헌화가’와 ‘해가’ 속 수로부인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어진 공원이다. 공원에는 석재를 이용한 조각품이 여러 기 자리하고 있다.
남화산은 수로부인 헌화공원이 조성되기 이전부터 해맞이 명소로 유명했던 곳으로 임원항에서 공원 정상까지 도보로 20분이 소요된다.
산책로 입구에는 높이 51m의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보다 가파른 절벽을 편하게 오를 수 있으며 고속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대나무숲 사이로 산책길이 펼쳐진다. 산책길을 따라 올라가면 수로부인상이 나타난다.
수로부인 상은 높이 10.6m에 중량이 500t에 달하는 초대형 작품으로 국내 최대의 조각상으로 손꼽힌다. 수로부인은 신라 성덕왕 때 순정공의 부인으로 임해정에서 점심을 먹다가 갑자기 나타난 용에게 붙잡혀 동해 바닷속으로 사라진 인물이다.
백성들이 막대기로 치면서 노래를 부르자 용이 다시 부인을 데리고 나왔다고 한다. 그때 부른 노래가 구지가(龜旨歌)다.
삼척시는 실직국의 중심인 동해안을 무대로 하는 수로부인 설화를 널리 보급하고자 증산해변 해가사 터와 임해정을 복원해 관리하는 중이다. 산책로 중간에는 덱이 마련되어 있어 훤하게 펼쳐진 동해를 느긋하게 감상할 수 있다.
또 이번 동해선 개통으로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이 걷기 여행과 자전거 여행이다. 동해안을 따라 길게 뻗은 해파랑길을 걷거나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겨울 추위와 정면으로 맞서도 좋을 것이다.
한편 현재 새해 첫날 개통한 동해선 부산∼강릉 간 소요 시간은 5시간이다. 개통 첫 열차인 1일 오전 5시33분 부전역을 출발한 ITX-마음은 5시간 만인 오전 10시33분에 강릉에 도착했다.
이는 승용차 3시간30분에 비해 오래 걸리고 강릉에서 서울역으로 이동해 부산까지 KTX를 2번 타는 시간과 비슷한 수준이다. 동해선이 단선인 데다 삼척∼강릉이 고속화가 안 됐기 때문이다. 정부로선 소요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숙제가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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