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정부 예산안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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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첫 예산국회 677조여 원 본격 심사 돌입
‘이재명표’ vs ‘김건희표’ 예산 삭감 놓고 대립
포퓰리즘 예산 접고 미래 먹을거리 투입 절실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1-05 00:02:01

제22대 국회 첫 예산 심사가 본격 시작됐다. 여야가 예산 편성 우선순위에 대한 현격한 시각차와 정치 쟁점들로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677조4000억 원 규모의 2025년도 예산안이 법정 기한(12월2일)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총지출 규모는 본예산 기준으로 올해 예산안보다 3.2% 증가했다. 2024년도 예산안의 총지출 증가율(2.8%)보다 증가한 수치지만 2년 연속 3% 내외의 낮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사실상 지난해 대비 마이너스 예산안을 편성했다고 볼 수 있다. 예산안 증가율이 정부가 예상하는 내년도 경상성장률(명목성장률) 4.5%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점이 그런 분석의 배경이다. 정부는 이번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24조 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지난해의 24조 원·올해 23조 원에 이어 3년 연속 20조 원대 구조조정을 실행한 셈이다.

여야는 7·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 정책 질의에서 예산 심사 방향을 둘러싸고 날 선 신경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정부의 긴축 기조를 두고 재정건전성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부자 감세에 따른 긴축이라며 정부를 몰아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예산 삭감과 증액 대상을 놓고도 여야는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예산 전쟁’이란 말까지 나온다. 무엇보다 예산안 통과의 키를 쥔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의 태도가 우려된다. 이재명 대표의 공약인 지역화폐 추가 발행과 재생에너지 기반 확충 등에 거액을 배정하는 이른바 ‘이재명 표 예산’ 관철에 사활을 건 듯한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서민 복지와 미래 먹을거리를 위한 반도체 관련 정책 과제와 지역균형개발 사업 등의 예산 증액을 추진할 방침이다.

문제는 ‘이재명 표 예산’이 대부분 나라 살림 현실에 눈 감은 정책이라는 사실이다. 예컨대 국고에서 2조 원을 동원해 지역화폐 10조 원을 추가 발행하겠다는 것은 국가 재정건전성을 도외시한 대표적 포퓰리즘 정책이다. 지역경제 활성화나 경기부양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역화폐 발행을 늘리는 것은 선거를 의식해 유권자에게 돈을 뿌리는 ‘매표 행위’에 다름 아니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국민의힘도 민주당이 ‘김건희 표 예산’이자 선심성 사업으로 규정한 7900억 원으로 편성된 마음 건강 지원 사업과 3500억 원이 책정된 개 식용 종식 관련 예산에 대한 재점검이 요청된다. 또 검찰을 비롯한 권력기관 특수활동비와 업무추진비 예산의 경우 지출 용처에 대해서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여야 불문하고 예산안의 졸속심사와 실세 의원 지역구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예산안 심사 막판에 밀어 넣는 이른바 ‘쪽지 예산’ 등의 구태에서 벗어나 균형을 잡고 사용처와 액수가 적절히 분배됐는지를 면밀히 들여다보길 당부한다. 지금 한계 상황에서 허덕이는 영세 소상공인과 양질의 일자리 부족으로 낙담의 세월을 보내는 청년이 넘쳐나고 있다. 게다가 미래 먹을거리인 인공지능(AI) 산업 육성과 반도체 경쟁력 강화 등 재정 투입이 절실한 분야가 얼마나 많은가.

정부 예산이 꼭 쓰일 곳에 편성되고, 법정 기한 내 통과되기 위해선 다수당인 민주당의 합리적 태도가 긴요하다. 그런데 ‘여야가 예산안 심의 기간을 넘기면 정부 예산안이 자동으로 국회 본회의에 회부된다’는 국회법을 민주당이 개악하려 하고 있다. 정부·여당도 무시한 채 나라 예산을 멋대로 주무르려는 속셈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예산안 편성과 관련해선 정부의 우선권을 보장하려는 취지에 반한다. 여야는 당리당략을 떠나 한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내년도 예산안이 되도록 중지를 모으는 데 힘쓰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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