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동물실험 6년 만에 2.4배 증가… 제약업계 “식약처 눈치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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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동물보호연합 “한국은 세계적 흐름과 반대로 가는 중”
제약업계 “식약처 눈치 보여… 승인받기 위해선 동물실험 필수”

이소정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4-24 14:10:28

▲ 24일 실험동물의날을 맞아 동물보호협회 관계자들이 동물실험을 중단하라는 시위를 하고 있다. 한국동물보호연합

전 세계적으로 동물실험을 지양하는 추세인 가운데 우리나라는 매년 동물실험 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업계에선 식약처 승인을 받기 위해선 동물실험이 필수적이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24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희생된 실험동물 수는 499만5680마리로 500만 마리에 육박한다. 2008년부터 관련 통계가 집계됐는데 국내 실험동물의 수는 매년 최대치를 갱신하고 있다.

2017년 동물실험으로 희생된 동물이 208만여 마리였던 점을 감안하면 실험동물의 수는 6년 만에 2.4배 증가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식약처가 아직 동물실험에 관해 추가적으로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지 않았기에 국내 제약 기업들도 식약처 눈치를 봐 섣불리 행동하지 못하고 있다”며 “식약처 승인을 받기 위해선 동물실험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제약업계들도 세계적 추세를 인지하고는 있지만 동물실험에 관한 식약처의 지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것이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동물실험은 동물이 느끼는 고통의 정도에 따라 가장 낮은 A등급부터 가장 심한 E등급까지 5단계로 나누어진다”며 “특히 고통 E등급 동물실험은 극심한 고통을 가하고도 반응을 관찰하기 위해 마취제·진통제를 투입하지 않는 극단적인 실험이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는 D·E등급 동물실험이 전체 동물실험의 80%를 차지한다”며 “이는 분명히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립보건원에 따르면 실제로 인간과 동물이 공유하는 질병은 1.16%로 동물실험에서 안전하고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난 약물이더라도 이 중 95%가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에선 실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동물실험을 통과한 신약의 부작용으로 매년 10만여 명 이상이 사망하고 있다. 이에 2023년 FDA는 신약 개발을 위한 동물실험을 의무 조항이 아닌 선택 조항으로 바꿨다.

최근 세계적인 흐름은 동물실험을 지양하는 것으로 각국에선 동물실험을 동물대체실험으로 바꾸는 추세다. 국내 제약업계는 이를 인지하면서도 식약처의 눈치를 봐야 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동물대체시험법의 개발·보급 및 이용 촉진을 위한 법률은 지난해 12월 보건복지위를 통과해 1월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됐지만 계류 중이다.

식약처 바이오의약품정책과 관계자는 “식약처에 승인을 받으려면 동물실험을 필수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동물실험을 없애는 게 세계적 추세긴 하지만 아직 국내는 명확한 규정이나 방향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소정 기자 lsj@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