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의 경제포커스] 지속하는 高인플레 속 포퓰리즘 돈 풀기 서민고통 가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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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5-06 11:26:28

통계청은 4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을 2.9%로 발표했다. 금년 1월 2.8%·2월 3.1%·3월 3.1%에 이은 고공행진이다. 특히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과일 등 신선식품지수는 4월 중 19.1% 올라 2월 20.0%·3월 19.5%에 이어 가공할 수준의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은 소비자물가상승률 2%를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수준의 높은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지속되는 한 금리를 인하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일 기자 간담회에서 “지난달까지 생각했던 통화정책의 전제가 모두 바뀌었다”며 “기존의 논의를 재점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 하반기로 예상한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이 더 뒤로 밀릴 것으로 보이고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를 상향 조정해야 할 만큼 경기회복세가 강한데다 유가와 환율 변동성 확대가 한은총재가 고금리 장기화를 시사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꼽히고 있다. 여기에 3% 안팎의 높은 물가상승률도 고금리 장기화의 중요한 원인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1분기 성장률이 전기대비 1.3%로 깜짝 고성장으로 나타났다. 성장률이 높아지면 총수요 확대로 이어져 물가 불안을 자극하고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고금리가 지속될 경우 코로나를 거치면서 크게 증가한 가계와 기업의 금융부채에 따른 이자부담이 증가한다는 점이다.

3월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3월 금융 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GDP 대비 한국의 민간 신용은 224.9%로 집계됐다. 민간 신용은 가계 빚과 기업 빚을 합친 것이다. GDP 대비 가계 빚은 지난해 말 기준 100.6%로 집계됐다. 이 비율은 2021년 3분기 105.7%까지 올랐다가 차츰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금리가 오르고 부동산 시장이 식으면서 주택 관련 대출 등이 줄어든 영향이다. 그러나 여전히 100%가 넘어 민간소비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반면, GDP 대비 기업 빚은 지난해 말 기준 124.3%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 비율은 2019년 3분기에 100.5%를 기록해 100%를 넘어서고 난 뒤 계속해서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더욱이 한은이 기업 2383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는 기업 10곳 중 4곳은 영업이익이 이자 비용도 감당하지 못할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금융 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 비율은 44.4%로 집계됐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 비용으로 나눈 것이다. 이 숫자가 1 미만이라는 것은 영업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런 취약 기업 비율은 2022년의 37%보다 늘어났다. 매출액과 영업이익률이 악화된 결과다.

특히 올해 중소기업 파산은 지난해 보다 40%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월28일 대법원에 따르면, 올해 1~2월 전국 법원에서 접수된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288건으로 집계됐다. 하루에 중소기업이 5곳씩 줄줄이 파산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05건)보다 40.5% 늘어난 것이다. 이런 가운데 금리가 고공행진을 지속하면 가계와 기업이 얼마나 큰 타격을 입을지는 불문가지다.

이런데도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전 국민 1인당 25만 원씩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한 13조 원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재난지원금은 2020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1차 14조3000억 원 △2차 6조8000억 원 △3차 8조5000억 원 △4차 8조9000억 원 △5차 17조3000억 원 △6차 3조2000억 원 등이 지급됐다. 모두 국가채무 증가로 이어졌다. 이 대표가 주장하는 민생회복지원금 약 13조원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1차 재난지원금 지급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전재정지출은 성장과 고용에는 별로 기여하지 못하고 결국 물가 급등과 고금리 장기화를 가져와 서민들을 더욱 어렵게 한다. 한은의 2020년 8월 ‘거시계량모형(BOK20) 구축결과’ 보고서에서 의하면 민생회복지원금과 같은 이전지출의 재정승수를 0.2로 추정했다. 재정지출이 100억 원 늘어나면 GDP는 20억 원 증가하는 데 그친다는 추정이다.

지금은 재정건전성도 재정위기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국가채무(중앙+지방정부 채무)는 1126조7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가채무/GDP 비율은 지난해 말 50.4%를 기록해 상한선으로 간주되고 있는 40%를 크게 넘어 1982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처음 50%를 넘어섰다. 기업수익 악화로 법인세가 예상보다 크게 덜 걷히면서 재정적자폭도 악화되고 있다. 성장과 고용창출에는 별로 효과가 없으면서 재정건전성도 악화시키고 고물가 고금리로 서민과 기업들의 금융비용 부담만 증대시키는 포퓰리즘 돈풀기는 당장 중단해야 한다. 민생을 지원하려면 모든 국민이 아니라 취약 계층과 일시적 자금난에 처한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핀셋 지원’을 두텁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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