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은행 영업점 서울·강남 편중 심각… 고령층 소외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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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점당 인구 서울 8175명인데 비수도권 평균 2만9994명
고령인구 많은 강북·도봉 지점 20개 미만… 강남·서초엔 100개 넘어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4-10 10:09:00

▲ 4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에 따르면 이들 은행이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서 영업 중인 점포(지점·출장소)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950개로 전체 영업점(2826개)의 69%를 차지했다. 한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에서 고객들이 상담받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4대 은행 영업점 10곳 중 7곳이 수도권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점포 폐쇄율도 비수도권이 더 높았고 영업점당 인구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최대 6배에 달했다. 문제는 영업점당 고령자 인구도 지역마다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은행이 영업점을 관리할 때 경제적 문제에 매몰되기보단 금융 접근성 격차 문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카이데일리가 10일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서 영업 중인 점포(지점·출장소) 수는 작년 말 1950개로 집계됐다. 전체 영업점(2826개)의 69%를 차지하는 규모다. 서울로만 따져도 1148개(전체 40.6%)에 달했다.

4대 은행은 최근 4년간 699개의 영업점을 닫았다. 점포 축소 과정에서 비수도권 영업점은 2019년 1109개에서 2021년 1000개 밑으로 내려갔고 작년엔 876개로 급감했다. 4년간 감소율은 21%다. 반면 수도권은 이 기간 2416개에서 1950개로 19% 감소하며 비교적 선방했다.

수도권 집중 현상이 인구 때문은 아니다. 영업점당 인구로 쳐도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는 컸다. 서울의 영업점(1148개) 1곳당 잠재 고객 수(938만6034명)는 평균 8175명인 반면 비수도권 영업점(876개) 1곳당 고객 수(2531만1064명)는 평균 2만9994명에 달했다. 지역별로 전남 5만177개, 제주 4만5017명, 경남 4만4536명, 전북 4만1780명, 경북 3만7019명 순이었다.

문제는 고령층이 많이 분포한 지역에 영업점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은행연합회·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고령인구(65세 이상)비율이 18.5%인 서울의 영업점당 65세 이상 잠재 고객 수(173만3580명)는 평균 1510명으로 광역시·도에서 가장 적었다.

고령인구비율이 26.1%인 전남의 영업점당 65세 이상은 평균 1만3080명으로 서울보다 10배 가까이 많았다. 고령인구비율이 20%가 넘는 경북 9138명, 전북 1만75명, 강원도 6546명, 부산 4747명, 충남 5754명, 충북 5359명, 경남 9173명 등도 높은 수준이었다.

서울 내에서도 편차는 컸다. 고령인구비율이 15.8%인 강남구는 4대 은행 영업점이 183개로 가장 많았다. 15.9%의 고령인구비율을 갖춘 서초구도 110개로 2위였다. 이어 중구(고령인구비율 19.7%) 91개, 송파구(16.5%) 76개, 영등포구(16.9%) 67개 순으로 많았다. 강남구와 서초구·중구의 영업점당 65세 이상 잠재적 고객 수는 각각 평균 473명·597명·285명에 불과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윤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반면 고령인구비율이 20% 이상인 강북구(23.4%)·도봉구(22.8%)·중랑구(20.4%)엔 4대 은행 영업점이 각각 13개·14개·18개로 저조했다. 은평구(19.9%) 24개, 금천구(18.8%) 24개 등에도 영업점은 비교적 적었다. 강북구·도봉구·중랑구의 영업점당 65세 이상 잠재적 고객 수는 강북 5278명, 도봉 5031명, 중랑 4386명인데 이는 강남구·서초구·중구보다 10배 이상 큰 수준이다.

김상배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기술 발전으로 은행 영업점이 줄어들고 있는데 자산 규모가 큰 지역보다 그렇지 않은 지역의 감소 폭이 크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못한 고령층에게 영업점 수가 줄어드는 건 큰 타격이다. 영업점을 방문하기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고 남은 지점에 고객이 몰려 대기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4대 은행은 올해도 어김없이 영업점을 축소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11일 서울과 제주에 있는 영업점 2곳을 폐쇄한 뒤 인근 기업금융센터와 각각 통합 운영할 예정이다. 연초 지점 4곳(가락동·구로역·부천춘의·부평)을 인근 금융센터와 각각 통폐합한 지 석 달 만에 더 닫는 것이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4일 강남역·남부터미널·논현중앙·망원역·부산동백 등 11개 영업점을 인근 지금과 통폐합했다. 국민은행은 연초 충남도청·서울역환전센터·홍대입구역환전센터 지점 3곳의 영업을 종료하고 통합했다.

자산과 자본이라는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은행 영업점이 가지는 공공재적 성격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연구위원은 “은행 계좌를 보유하고 그 계좌를 관리하는 것은 경제활동의 기본권에 속한다”며 “은행의 영업점 관리는 지역의 자산·자본의 규모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확대하는 지역별 금융 접근성의 격차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