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북·러 밀월로 벼랑 끝에 선 국제 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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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수연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4-03 00:02:30

러시아와 북한의 허니문으로 전 세계 안보가 위협받고 있다.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러시아 덕분에 호재를 맞았다.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지난달 28일 거부권을 행사해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활동을 종료시켰기 때문이다.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설치된 유엔 대북 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은 북한의 정제유 밀수부터 사이버 공격을 통한 금전 탈취, 무기 제조를 위한 장비·부품 반입, 사치품 금수 위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재 위반 의심 행위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보고서를 작성해 왔다.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활동기간은 1년인데 매년 표결을 통해 기한을 연장해 왔다. 그러나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이번에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대북제재 전문가 패널 활동은 이번 달 말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게 된다.

북한 입장에선 자신의 불법 행위를 감시하던 눈엣가시가 사라지게 된 셈이다. 이에 따라 북·러 간 불법 무기 거래는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 전문가도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한 이유는 북한을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을 위한 병참기지로 만들기 위함이라고 분석했다. 이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달 29일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가 전문가 패널을 사라지게 만든 것은 북한 군수공장들을 계속 가동하면서 무기 공급을 계속하도록 만드는 적절한 유인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말했다.

만약 러시아가 북한을 병참기지 삼아 우크라이나를 파괴하는 데 성공한다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

드미트리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3월19일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파괴하는 데 성공한다면 의심의 여지 없이 유럽과 중앙아시아의 다른 국가를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과거 소련과 러시아제국의 영향력을 회복하고 싶어 한다는 이유에서다.

쿨레바 장관은 구체적으로 “러시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1997년 경계선으로 회귀할 것을 요구했는데 이는 과거 소련이 통제했던 사회주의 국가들의 국경과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거 소련의 통제하에 있었던 폴란드를 포함해 몰도바와 조지아 등을 러시아의 다음 침공지로 지목했다. 즉 푸틴의 야욕이 유럽 전체와 중앙아시아까지 뻗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아울러 쿨레바 장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파괴에 성공한다면 일부 나라가 이런 발자취를 따르고자 하는 동기를 부여받을 것이며 세계의 다른 지역들도 불타오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러시아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의 배후를 자처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는 최근 미국과 유럽도 공격해야 한다고 선동했다. IS 대변인 아부 후타이파 알-안사리는 3월28일 공개된 오디오 메시지에서 “외로운 늑대들이 라마단 기간 유럽과 미국·알쿠드스(예루살렘)와 팔레스타인의 유대 국가 중심부 등 모든 곳에서 십자군과 유대인을 공격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로버트 칼린 미들베리국제연구소 연구원도 푸틴이 방북해서 북·러 간 새로운 군사 조약을 체결할 경우 동북아시아 상황이 심대하게 변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북·러 간의 업그레이드된 관계로 동북아시아가 격변을 겪게 될 수 있다는 예측이다.

따라서 전 세계 안보 수호를 위해 전문가 패널 역할을 할 대체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한·미·일 당국은 유럽연합(EU) 등 대북·대러 제재에 공조할 나라를 최대한 확보하거나 다국적 조사기구 설립 등 최선의 방안을 고심할 때다.

곽수연 기자 sykwa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