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韓銀 금통위원 다양하게 구성하라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기자수첩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4-02 00:02:30

축구 잘하는 나라를 꼽을 때 프랑스는 늘 빠지지 않는다. 최근 두 차례 월드컵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거둔 축구 강국이다. 국제축구연맹 (FIFA) 순위도 아르헨티나에 이어 2위다. ‘아트사커(Art Soccer)’라는 별칭처럼 세밀하고 예술적인 축구를 구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축구 전문가들은 프랑스 축구의 성공 요인으로 다양성을 꼽는다. 다양한 인종·출신 등으로 구성된 선수들이 각자 강점을 살리면서 하나로 뭉쳐 팀 전력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실제로 세계적인 축구 스타이자 프랑스 축구의 황금기를 이끌고 있는 킬리안 음바페는 카메룬인 아버지와 알제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월드컵 준우승의 주역인 앙투안 그리즈만도 아버지가 독일계, 어머니는 포르투갈계다. 골키퍼 알퐁스 아레올라는 필리핀계 프랑스인이다. 세 선수를 포함해 2022 카타르 월드컵 프랑스 대표팀은 26명 중 19명이 이민 가정 출신이었다.

경제 조직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로 조직을 구성해 여러 각도에서 사안을 논의하며 최상의 정책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재계에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바람을 타고 이사회를 다양하게 구성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국민 실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통화정책 기관은 어떨까.

유감스럽게도 통화신용정책 기구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구성원은 다양성과 거리가 멀다. 금통위는 이창용 한은 총재를 비롯해 총 7명으로 구성되는데 여성 위원은 1명에 불과하다. 경력을 놓고 봐도 교수·관료 출신이 대부분이다. 산업계에 종사하며 실물경제 전면에서 경제 흐름을 파악한 이는 전무하다. 또 7명 모두 미국 대학에서만 경제학(석·박사 기준)을 전공했다.

금통위 내부에서도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퇴임을 앞둔 서영경 금통위원은 3월26일 기자간담회에서 “다양성 제고 측면에서 여성 위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뿐 아니라 산업계에 몸담았던 분이 오면 균형적인 의사결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단순히 기계적 평등을 위해 다양성이 중요하다는 건 아닐 것이다. 한국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기존 경제·금융학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고용·산업 등 미시적인 영역까지 고려해야 물가·금융 안정이라는 중앙은행의 역할을 달성할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고 본다.

가장 큰 문제는 저출생 고령화에 따른 노동시장 구조 변화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인구는 2072년 3622만 명으로 2022년 대비 약 30%(1545만 명) 줄어들 전망인데 이 중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중은 45.8%로 절반 이하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한다는 건 노동 공급 축소를 의미한다. 노동 공급이 줄어들면 노동시간이 감소해 경제성장률이 낮아질 수 있고 임금이 오르면서 물가가 올라갈 수 있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이 몇 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는데 이들이 남긴 빈자리를 어떻게 채우고 은퇴 인구를 생산적으로 어떻게 활용할지를 통화정책 과정에서 적절히 고려해야 한다.

융복합 시대다. 여러 분야가 얽히고설키었다. 통화정책도 마찬가지다. 금리인상·인하만으로 물가안정을 도모할 수 없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적 시각이 필요하다. 프랑스 축구 대표팀이 여러 나라 출신으로 팀을 구성해 월드컵에서 성과를 이룬 것처럼 한은 금통위도 금융 이외 다른 분야의 전문가를 적극 등용해 경제발전에 이바지했으면 한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