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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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통상 분쟁 격화가 구체적 국면에 들어선 모양새다. 중국이 중국 기업을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사실상 배제한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문제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26일(현지시간) WTO는 중국 대표부가 IRA에 의한 차별적 보조금 집행을 시정하도록 요구하면서 공식 절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중국 대표부는 “기후변화 대응과 환경보호의 미명 하에 IRA가 시행되지만 실은 미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구매·사용하거나 특정 지역에서 수입해야만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본질적으로 차별적 속성을 띤다”고 주장했다.
IRA는 기후변화 대응을 내세워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등 관련 사업에 3750억 달러를 투입하는 내용이지만 여기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미국으로선 지난 20~30여 년 중국의 부상과 더불어 진행된 자국 중산층의 몰락으로 심각한 위기를 맞으면서 그간 해외에 나간 생산기지를 불러 들여 국내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절박감이 크다.
IRA엔 중국 존재감이 높아진 청정에너지 산업 공급망을 미국으로 가져오겠다는 취지도 있다. 이를 위해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과 부품을 중국 등 일부 외국 ‘우려 기업’에서 조달받지 않은 경우에만 보조금을 지급한다. 전기차를 ‘북미에서 조립할 것’ 요건은 유럽연합(EU)과 미국 사이에서도 주요 통상 쟁점이 돼 있다.
WTO 회원국들은 다른 회원국 정책이 자국을 차별하는 등 WTO 협정을 위반한다고 판단될 때 WTO에 제소할 수 있다. 우선 상대국에 양자협의를 요청하는 게 첫 단계다. 요청받은 국가는 30일 이내 제소국과 협의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입장 표명으로 보건대 협의를 통해 원만한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타이 대표가 이날 성명에서 IRA 관련해 협의하자는 중국의 요청을 미국이 수령한 사실을 확인하며 “면밀하게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때 IRA를 “미국이 지구적 기후 위기에 진지하게 대응하고 자국 경제적 경쟁력에 투자하기 위한 획기적 도구”이자 “동맹과 파트너 국가들과 함께 달성하고자 하는 청정에너지 미래에 대한 미국의 기여”라고 표현했다.
이어 “그 사이 중국은 중국과 세계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중국 제조업체들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불공정한 비(非)시장 정책과 관행을 활용해 왔다”고 비판했다. 또한 타이 대표는 미국이 IRA를 통해 태양광·풍력·배터리·전기차 등 청정에너지 기술에 계속 크게 투자할 것이며 중국의 불공정 정책·관행에 대응하고자 동맹 및 파트너들과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자 협의에서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제소국은 WTO에 분쟁해결 패널을 설치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으며 이때부터 WTO의 재판이 시작된다. 몇년 걸리는 게 보통이다. 설사 승소하더라도 미국이 패널 결정에 상소하면 분쟁해결이 마냥 지연될 가능성이 커서, 실효성 없는 상징적 조치로 평가된 지 오래다.
중국의 본격 부상은 2001년 WTO 가입 이후이며 그 일등공신이 미국이다. 트럼프정부 시절부터 미국은 WTO가 중국측 불공정 무역 관행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 등을 문제삼으며 미국 입장의 관철 압박 차원에서 WTO 상소기구 위원 선임을 저지하곤 했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그런 기조를 유지하면서 여전히 상소기구가 제기능을 못해 왔다.
WTO는 제2차 세계 대전 후 자유무역 지향을 위해 만들어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체제를 대체하고자 1995년 1월1일 설립됐다. GATT의 원칙과 협정을 수용하며 나아가 이를 관리·감독 및 확대하는 게 목표다. 무형의 협정체제였던 GATT와 달리 WTO는 기구 및 조직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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